- 이동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반대 효과를 내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으로 가격경쟁을 벌였으나,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지원금 상한선이 생겨(현 33만 원) 소비자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통신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비싼 값에 물건을 사는 사람을 가리킴)이란 단어까지 생겼다. 그렇다면 ‘호갱’이 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주간동아’는 이동통신사가 말하기 꺼려하는 통신비 할인 요령을 연재해 독자의 ‘호갱’ 탈출을 돕기로 했다. <편집자 주>
지원금상한제는 단통법 도입 논의가 나오던 시점부터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시장 자율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체감 단말기 가격만 높인다는 것. 지난해 11월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한 달간 단말기를 교체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가 지원금상한제에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33.6%는 ‘단통법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39.4%는 ‘지원금상한제만이라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자동 폐기된 단통법 개정안만 6개. 20대 국회에서도 올해 5월까지 발의된 해당 법 개정안은 17개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원금 상한 없어져도 호갱은 영원하다
하지만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월 25일 헌법재판소(헌재)가 단통법의 지원금상한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영산대 법률학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청구인들이 지원금상한제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2014년 10월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재는 판결문에 ‘지원금 상한 조항으로 일부 이용자가 종전보다 적은 액수의 지원금을 지급받는 불이익을 받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한다는 측면에서 법적 균형을 갖췄다’고 판시했다.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6월 임시국회가 열려야 지원금상한제 조기 폐지 논의가 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상한이 사라진다 해도 스마트폰 유통구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원금공시제도는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특정 지역, 특정 매장에서 지원금을 많이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선택약정할인 등 통신요금 할인제도 도입으로 이동통신사가 지원금 액수를 높일 여력이 없다는 진단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택약정할인제도가 존재하는 한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올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단통법 일몰 후에도 현 단말기 유통구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때문에 모두 비싸게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 가격보다 싸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매장에 지급되는 판매지원금을 일종의 보조금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파는 매장이 있기 때문. 물론 상한선 이상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뽐뿌’ ‘호갱님 우리호갱님’ 등 인터넷 휴대전화 커뮤니티에서만 할인 정보가 돌고, 할인 기간도 몇 시간 남짓으로 짧아 혜택을 보는 소비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일단 할인 혜택은 모두 챙기자
하지만 비정기적인 불법판매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휴대전화 요금을 할인받는 방법은 있다. 선택약정할인제를 이용하는 것. 선택약정할인제는 신규 휴대전화 구매자나 2년 이상 사용한 소유자에 한해 1년이나 2년 약정을 조건으로 매달 통신비를 20% 할인해주는 제도다. 최근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15만 원 남짓으로 줄어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삼성전자 갤럭시S8(출고가 93만5000원)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월 5만9900원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이통통신 3사 모두 지원금 15만 원에 24개월 할부로 계산하면 이동통신비와 단말기 월 할부금(할부이자 포함)을 합쳐 매달 9만2608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지원금을 포기하고 2년 선택약정할인제를 선택하면 매달 통신비 1만1980원이 할인돼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비를 합산해 월 8만6878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선택약정할인제에도 문제점은 있다. 약정 기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할인받은 통신비를 위약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따라서 약정 기간은 최대한 짧게 잡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1년 선택약정으로 휴대전화를 구매할 경우 지원금을 받을 때보다 약정 기간 내는 돈이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할부 기간이 짧아져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약정 기간을 1년으로 줄이는 게 좋다. 물론 첫 1년은 지원금을 받는 게 유리해 보인다. 지원금이 15만 원일 경우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료를 합쳐 월 12만5317원을 내야 하지만, 지원금을 포기하고 선택약정할인제를 이용하면 월 12만5837원을 내면 되기 때문. 만약 1년 더 같은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면 지원금을 선택한 경우 2년 동안 총 222만2604원을 내게 된다. 반면 선택약정할인제를 1년 더 신청한다면 208만5084원만 지불하면 되니 훨씬 이득이다(표 참조).
총 사용액이 역전된 이유는 이동통신비 할인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제를 선택하면 휴대전화 할부금을 내는 1년간은 단말기 가격 때문에 월 520원을 더 내야 하지만, 할부가 끝나면 선택약정할인으로 월 1만 원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각 이동통신사의 요금제도에 따라 2년 약정을 하는 편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2년 동안 지불하는 액수의 차이가 10원 단위에 불과하다. 서울 구로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분실하거나 파손돼 약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2년 약정은 1년 약정에 비해 위약금 액수가 크므로 약정 기간은 짧을수록 유리하다”고 밝혔다.
최근 중·장년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당선 공약 이행으로 휴대전화 요금이 20% 할인된다는 소문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돌았다. 하지만 이는 2014년 10월부터 실시되고 있는 선택약정할인제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2년 이상 한 휴대전화를 쓴 사람도 선택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24개월 이상 단말기를 이용 중인 소비자가 1250만 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약 232만 명만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약 1000만 명이 이런 혜택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받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휴대전화 통화창에 *#06*을 입력해 단말기식별번호(IMEI)를 확인한 뒤 해당 번호를 이동전화단말기 자급제 인터넷 홈페이지(단말기자급제.한국)에 들어가 넣는다. 이렇게 선택약정할인 대상인지를 확인한 후 해당 이동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선택약정할인을 신청하면 된다. 선택약정할인이 끝나도 이동통신사가 이 내용을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할인 기간이 끝난 경우 다시 이동통신사에 연락해 선택약정할인에 재가입하면 통신비 20% 할인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경기 고양시의 이모(52·여) 씨는 최근 어머니의 통신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씨의 어머니는 한 달 통화량이 200분에 불과하고 데이터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월 4만 원 넘는 통신비를 내고 있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휴대전화 요금제를 잘 몰라 휴대전화 매장에서 추천한 음성전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잡한 휴대전화 요금제 한번에 비교
이씨의 어머니와 같은 사례를 막으려면 휴대전화 요금제 가입 시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마다 요금제가 너무 다양해 각 사 인터넷 홈페이지의 설명으로는 적합한 요금제를 찾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초이스’라는 홈페이지(www.smartchoice.or.kr)를 운영 중이다. 해당 홈페이지의 이동전화 요금제 추천 탭을 이용하면 손쉽게 알맞은 요금제를 찾을 수 있다. 요금제 추천 탭에 연령과 약정 기간, 음성, 데이터, 문자메시지 평균 사용량을 입력해 조회하면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가운데 해당 조건에 맞는 것을 추천해준다.이 통신비조차 비싸게 느껴진다면 알뜰폰(MVNO)을 고려해볼 만하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소비자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이 장점이다. 실제로 알뜰폰업계의 가입자당 수익률(ARPU·Average Revenue Per User)은 1만5000원으로 이동통신 3사의 ARPU(3만5000원)에 비해 2만 원가량 적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알뜰폰으로 1조9000억 원가량 가계통신비가 절감됐다. 현재 11%인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이 20%까지 상승하면 매년 4조 원가량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망을 임대하는 만큼 통화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동통신 3사의 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알뜰폰의 통화 품질은 기존 통신사와 같다.
알뜰폰도 요금제가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폰 요금제를 잘 모르는 장년층은 복잡한 약정 내용을 알지 못하고 구매하는 등 피해 사례가 많다. 지난해 10월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접수된 알뜰폰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사례 559건 중 264건(47.2%)이 60대 이상 소비자였다. 피해구제 사례의 70.1%는 무료기기 제공 약정이나 위약금·지원금 지급 약정을 이행하지 않는 등 부당판매행위였다.
알뜰폰 요금제를 추천받으려면 ‘알뜰폰허브’ 인터넷 홈페이지(www.mvnohub.kr)의 ‘맞춤 요금제 상품 검색’을 이용하자. ‘스마트초이스’와 동일한 형식의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알뜰폰 요금제 중에는 기본료 없이 사용량에 따라 돈을 내는 방식도 있다. 에넥스텔레콤의 A ZERO 요금제인데 이 요금제는 월 50분의 음성통화를 무료 제공한다. 무료 제공 통화분이 끝나면 초당 1.98원 요금이 가산된다. 실제로 이 요금제는 전화통화량이 적고 주로 걸려온 전화만 받는 미취학 아동의 안전을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찾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