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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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진 존재감, 여전히 요행수?

쓴맛 본 야권, 안철수 대선주자로 모시기 노골화 가능성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4-13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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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총선을 이틀 앞두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총선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추며 노래하겠다”고 공약(公約)했다. 그러나 그의 공약은 유권자가 호응하지 않은 탓에 공약(空約)에 그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집계한 4·11 총선 최종 투표율은 54.3%. 안 원장이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투표율에 15.7%포인트나 부족하다. 이를 유권자 수로 환산하면 600만 명 이상이 모자란다.

    깜짝 공약과 함께 투표 참여를 독려한 안 원장의 노력에도 투표율이 50% 초반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안철수 바람’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8개월 만에 치를 12월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대선주자로서 안 원장의 몸값은 야권에서 상한가를 달린다.

    야권에선 박근혜 대항마 찾기 어려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면서 야권연대의 효과가 반감됐고,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스크럼을 조직해 낙동강벨트 탈환을 주도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생환 외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야권에서는 누가 대선주자로 나서든 단독으로 박근혜 대항마가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야당 지지층의 시선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정치권 밖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안 원장에게 다시 모아진다.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은 야권만으로는 대선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면서 “야권 지지층 사이에 ‘대선까지 져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커질수록 안철수 원장에 대한 구애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또한 “친노(친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로 치른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승리함으로써 친노를 대표할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 문재인 고문에 대한 기대도 한풀 꺾일 개연성이 크다”며 “문재인 대 박근혜 구도는 총선 때의 친노 대 박근혜 프레임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최고위원은 총선 다음 날인 4월 12일 목포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책임”이라며 한명숙 대표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총선 이후 민주당이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 등으로 지도부 공백 상황에 빠질 조짐을 보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안 원장에게 정치 활동 공간을 넓혀줄 소지가 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아름다운 양보’와 ‘지지 편지’를 통해 박원순 후보 당선에 기여한 안 원장에 국민은 높은 지지로 화답했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때 안 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60%를 상회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노동계까지 아울러 민주당을 출범시킨 야권은 ‘안철수 없이도 과반 의석이 가능하다’는 자만에 빠졌고, 결국 국민 의사와 동떨어진 제멋대로 공직후보자추천(이하 공천)을 단행했다가 총선 패배라는 쓴맛을 봤다.

    최근 두 달간 롤러코스터를 타듯 여론의 호된 역풍에 휘말린 민주당 등 야권은 총선 직후 안 원장에 대한 구애를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있다. 야권의 구애 정도가 세면 셀수록 안 원장이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커진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의 백왕순 부소장은 “총선에서 패한 야권은 불가피하게 박근혜 대항마를 찾으려 할 것”이라면서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일찌감치 대선주자 지위를 부여받은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안 원장에 대한 구애와 별개로 민주당 등 야권 내 대선주자 간 경쟁이 먼저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재인 이사장과 손학규 전 대표, 서울 종로에서 당선한 정세균 의원이 1차 예선전을 치르고, 여기서 승리한 후보와 안 원장이 본선 진출을 위한 2차 예선전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가지 변수는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을 언제 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민주당이 자체 경선을 치른 뒤 야권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안 원장이 결합할 가능성도 있고, 안 원장이 대선후보로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먼저 선출한 뒤 안 원장과 막판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앤폴의 조용휴 대표는 “대선을 앞둔 야권은 필승카드를 만들기 위한 긴 여정을 앞뒀다”면서 “민주당 자체 경선과 야권 단일화, 안철수 원장을 포함한 최종 단일화 등 토너먼트식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이번 총선 결과는 겉으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의 승리인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산·경남(PK)에서도 야권의 득표력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른 2004년 총선에서조차 PK에서는 40% 지지율을 넘긴 야권 후보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후보 중 45%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야권 후보가 적지 않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치의 정치’ 언제까지 이어지나

    대선 전초전이었던 4·11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과반 의석 확보라는 전리품을 챙기며 대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반면 총선 패배 이후 12월 대선에서 설욕을 노리는 민주당 등 야권은 필승카드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치권 외곽에 머물며 ‘비정치의 정치’를 해온 안 원장은 당분간 느긋하게 야권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안 원장 측 한 인사는 “총선 이후 대학 강연 같은 공식 일정은 거의 잡지 않았다”면서 “이르면 4월 말경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재단 설립을 마무리하고, 5월 중에는 에세이집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의 이 같은 향후 일정은 야권 움직임과는 거리를 두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몸만들기에 전념할 것이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총선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지도부를 질타하며 이렇게 밝혔다.

    “국민은 민주당에 정권을 줄 준비를 했지만 우리 민주당은 요행을 바랐다. 감나무 밑에 드러누워 마치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안 원장은 혹 요행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역대 대선 과정에 출렁인 여론 흐름을 보면 민심은 참을성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안 원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을 실천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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