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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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긴장감 자아내는 하츠투하츠 ‘포커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0-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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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틀곡 ‘포커스(FOCUS)’ 등을 수록한 미니앨범 ‘포커스’를 발매한 그룹 ‘하츠투하츠’.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 ‘포커스(FOCUS)’ 등을 수록한 미니앨범 ‘포커스’를 발매한 그룹 ‘하츠투하츠’.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멜로디가 두드러지지 않고 랩도 뜨겁지 않으면 음악은 조금 무표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적인 정념을 쏟아붓는 기분이 덜 들기 때문일 수 있다. 특히 끝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하우스 비트와 함께할 때면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포커스(FOCUS)’가 그렇다. “잇츠 유(It’s you) 내 시선의 중심”처럼 후렴을 향하는 일부 대목은 분명 상당히 달콤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하지만 이를 슬그머니 덮어버리며 밀고 들어오는 후렴은 어린 이미지의 걸그룹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시크함을 물씬 풍긴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교복 입은 소녀들’

    멜로디 비중이 다소 적음에도 이 곡은 청자가 길을 헤매지 않도록 구석구석에서 포인트를 꾹꾹 눌러 짚어준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반복이다. 프레이즈 반복을 혹시라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가 아무도 없길 바란다는 듯 4번 이상 반복하는 대목들이 꽤 맛깔스럽다. 2절에서 뮤직비디오 속 사물함이 닫혔다 열렸다 하면서 반복되는 대목도 무척 인상적이다. 시카고 하우스 스타일의 리드미컬한 피아노가 최면을 걸듯 반복돼 돌아갈 때 보컬과 랩이 그 위에서 엇박자로 밀고 당기며 춤춘다.

    반복이 주는 꽉 짜이고 기계적인 인상은 뮤직비디오에서도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실내 공간과 의상은 채도를 확 낮춘 회색조로 통제돼 있다. 교실과 발레실은 K팝 뮤직비디오의 고전적 배경이지만, 그 공간에서 이렇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교사가 고양이로 변하거나 학용품으로 결투하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포커스’의 공간은 학생을 명시적으로 억압하거나 규율을 강요하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공이 쏟아지거나 꽃이 피지도 않는다. 차라리 사무공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하츠투하츠의 얼굴과 몸짓에 눈길이 간다. 또렷한 눈빛으로 춤추며 그곳에 그저 존재하는 소녀들로서 말이다.

    이 곡은 2절이 끝날 무렵 전환을 맞는다. 파란 하늘과 옥상이 나오고, 바람에 머리카락과 시험지가 휘날린다. 바깥세상과의 만남이다. 노래가 거의 사라져 ‘댄스 브레이크’ 같기도 한 이 대목에서 안무는 한층 더 시원시원하고 과감해진다. 제법 해방감이 느껴진다.

    멋들어진 베이스라인과 함께 쭉쭉 뻗어나가던 비트가 잦아들고, 감성과 긴장을 자아내는 현악기가 깔린다. 후렴에서 추출해낸 테마가 제시되고, 그 위에 다시 기세 좋은 비트가 덧입혀진다. 공간이 인공 잔디밭으로 빠지는 대목이 조금 느끼하기는 하지만, 곡은 갑자기 K팝 구조를 벗어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혹은 하우스의 옷을 입는다.



    시크한 긴장과 패셔너블한 질주감은 아직 신인인 하츠투하츠에게 꽤 매력적인 컬러를 부여한다. 이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우스의 형식과 요소를 영민하게 끌어들였고, 자칫 무미건조해지지 않도록 멜로디의 밸런스와 시각 요소를 안배했다.

    하츠투하츠는 2월 데뷔 이래 꾸준히 학교와 학생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K팝에서 마르고 닳도록 사용된 이미지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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