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매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오른쪽) 간 갈등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은 아버지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참전으로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GETTYIMAGES
실적 해석 놓고도 대립하는 남매
콜마그룹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코스맥스과 함께 K-뷰티 제조 분야를 이끌고 있다. 콜마그룹이 2세대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은 2019년 일본과의 무역 갈등 당시 윤동한 회장이 정부 대응에 막말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윤 회장은 아들에게는 화장품·의약품 사업을, 딸에게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맡겼다.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지주사 콜마홀딩스 주식을 아들(31.75%), 딸과 사위(10.62%)에게 증여했다. 콜마홀딩스가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을 44.63% 갖고 있어 윤상현 부회장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표 참조).콜마그룹 내 분쟁은 4월 25일 윤상현 부회장이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콜마비앤에이치 실적이 부진하자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직접 관여하겠다고 한 것이다. 윤 부회장의 여동생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경영권을 흔드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사내이사 임명을 거부했다. 윤 부회장은 5월 2일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윤 대표는 위법 행위 중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남매 간 법적 갈등이 불거지자 아버지 윤동한 회장이 목소리를 냈다. 윤 회장은 5월 15일 콜마그룹 창립 35주년 행사에서 “화장품·제약은 윤 부회장, 건강기능식품은 윤 대표가 맡기로 했고 그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딸의 손을 들어주자 이는 부자 갈등으로 확전했다. 윤 회장은 5월 30일 아들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액면분할 후 460만 주)에 대해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윤 회장은 “증여는 경영 합의를 전제로 했으며 현재 경영 질서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윤 부회장 측은 “경영권과 증여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부담부 증여다” vs “아니다”
이후 콜마홀딩스 측은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실적을 지적하고 나섰다. 콜마비앤에이치 영업이익이 2020년 956억 원에서 지난해 239억 원으로 급감했고 시가총액은 2조1242억 원에서 4259억 원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인으로 윤 대표의 독단 경영과 전략 부재를 꼽았다. 콜마비앤에이치는 반박에 나섰다.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실적 부진이라는 단정은 단순 매출 또는 영업이익 수치만으로 판단한 결과로, 기업 실적은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년간 신규 공장을 포함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집중해온 만큼 단기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앞으로 이어질 주식 반환 청구소송 결과가 경영권 향방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소송에서 핵심은 윤 회장의 증여가 3자간 경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부담부 증여인지, 단순 증여인지다. 부담부 증여란 수증자가 증여받으면서 동시에 일정 채무나 의무를 부담하는 특수 형태의 증여를 뜻한다.
윤 회장 측은 2018년 체결한 경영 합의에 ‘윤 부회장은 윤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을 원활히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증여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경영 합의는 가족 간 합의로, 콜마홀딩스에는 합의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부담부 증여에 대한 명확한 계약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증여 자체가 철회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소송전까지 불사했다면 서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 콜마그룹 관련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법개정안 통과로 기업 내부 결속이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가족 간 갈등이 표면화했다는 점은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투자, 기업 방향 설정 등 리더십 측면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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