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2013년까지 26년간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맨유)의 감독을 맡아 재임 중 38회 우승 기록을 세우고 99년 영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리그 우승, FA컵 우승,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동시에 함)을 달성해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이야기다. 그의 맞은편에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만든 주역으로 꼽히는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이 앉아 있다. 이어지는 질문.
“어떻게 팀워크가 개인의 역할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특히 젊고, 엄청난 몸값에, 경쟁력 높은 선수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었는가? 어떻게 당신이 오기 전까지 거의 20년 동안 리그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팀에 승리의 열망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었나? 어떻게 패배에서 벗어나고, 언론의 비판에 대응하고, 일과 삶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었나?”
이렇게 7년에 걸쳐 진행된 대화는 ‘리딩(Leading)’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여기에는 퍼거슨이 201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스포츠 비즈니스’ 과정에서 강연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 책에서 모리츠는 “퍼거슨에게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세 단어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하면, 모두 p로 시작하는 준비(preparation), 끈기(perseverance), 인내(patience)를 꼽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만 더하라고 한다면, ‘일관성’을 추가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모리츠는 이 대화에서 위대한 리더에게 나타나는 두 가지 특징, 즉 집착과 사람을 다루는 기술을 포착했다. “퍼거슨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루어야 할 목표에 완전히 몰입하기 때문에 일과 삶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들은 조직의 인정을 갈구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나가려고 한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에서도 퍼거슨은 탁월했다. 그는 필요에 따라 치어리더이자 동기 부여 강사, 정신과 의사, 고해성사를 집행하는 신부, 피아노 조율사, 꼭두각시 인형 조종사, 안무가, 선생님, 판사, 사법 집행관으로 변신했다. 사기가 떨어진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자만에 빠졌을 때는 콧대를 꺾어놓았으며, 무엇보다 선수들 스스로 개인보다 팀이 먼저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나의 인생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서 배운 것들’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퍼거슨의 리더십을 규칙, 연습, 열정, 신념, 팀워크, 준비, 동기 부여, 겸손, 실패 같은 짧은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런데 이 책 1장 ‘최고가 되기 위한 기본’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키워드가 ‘경청’이다. 2012년 11월 맨유가 노리치 시티 FC에 크게 패한 뒤 퍼거슨은 노리치의 크리스 휴턴 감독을 찾아갔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승리를 축하하는 가운데 퍼거슨은 가만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특히 집중적으로 칭찬받는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고 그의 레이다망에 두었다. 언젠가 영입할 선수 명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첫 번째 조언, ‘경청은 돈이 들지 않는다’.
열자
열어구 지음/ 정유선 옮김/ 동아일보사/ 344쪽/ 1만8000원
노자 ‘도덕경’, 장자 ‘남화진경’과 함께 도가 3대 경전으로 꼽히는 ‘열자’를 쓴 열어구는 바람을 타고 다닌다고 할 만큼 신비에 싸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열자’에는 우공이산, 백아절현, 조삼모사와 같이 오늘날에도 자주 인용되는 고사가 실려 있어 도가사상의 입문서로 불린다. 역자 정유선 교수는 ‘열자’를 천명의 원리를 삶 속에 어떻게 실천해나갈지를 보여주는 서사라고 설명했다
철학 읽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프런티어/ 264쪽/ 1만4000원
형이상학, 문학, 생물학까지 다루지 않은 분야가 없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설명한 사람’이며,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좌표축 개념을 빌려 “제로 지점은 나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국 건설, 근대 합리주의와 철학의 완성, 현대 사상의 탄생 등 서양철학사를 3대 산맥으로 구분해 설명한 철학 입문서. 여기서 ‘산맥’을 가르는 기준은 앞의 사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출의 움직임’이다.
공공의료는 왜 재미있나
김현정 지음/ 느리게읽기/ 192쪽/ 1만5000원
‘의사는 수술을 받지 않는다’ ‘의사는 사라질 직업인가’ ‘의사가 여기 있다’ 등 이른바 ‘의사 3부작’을 통해 의료계 현실을 보여준 저자가 공공의료 현장을 소개한다. 고가 검사는 없지만 진료에 필요한 것은 다 있기에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게 공공의료”라며 노래 ‘화개장터’ 가사를 인용한 설명에 피식 웃게 된다. 대한민국 여성 1호 정형외과 교수인 저자가 어떻게 공공의료 전도사가 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너는 특별하지 않아
데이비드 매컬로 지음/ 박중서 옮김/ 민음사/ 500쪽/ 1만8000원
원제 ‘You Are Not Special’은 저자의 졸업식 축사에서 따온 것으로, 2012년 이 동영상이 인터넷 유튜브에 공개돼 26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국 보스턴 웰즐리고교 문학 교사인 저자는 경쟁밖에 모르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남보다 특별할 뿐’이라는 생각이 성공을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한 것을 뒤처진 것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대입이라는 관문’ 등 10장에 걸쳐 삶의 지혜를 전한다.
우리 아이들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페이퍼로드/ 488쪽/ 2만2000원
‘양면 게임 이론’의 주창자이자 논문 ‘나 홀로 볼링’을 통해 쇠퇴하는 사회적 자본의 문제를 지적했던 저자가 교육 문제를 들고나왔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한 이 책은 빈부격차가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해왔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생애 초기 5년 동안 가계소득이 3000달러 증가하면 SAT 성적이 20점 오르고, 이후 삶에서도 약 20% 더 높은 소득 증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도덕감정론
애덤 스미스 지음/ 김광수 옮김/ 한길사/ 760쪽/ 3만5000원
28세에 영국 글래스고대 논리학 교수로 임명돼 도덕철학을 강의한 애덤 스미스의 강의록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이다. 여기서 스미스는 타인에게 동감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자기 통제, 신중, 박애, 지혜 등 사회를 기품 있게 하는 모든 덕목을 낳는다는 ‘동감(sympathy)의 원리’를 강조했다. 역자인 김광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미스가 죽기 전 대폭 수정 출간한 제6판을 정본으로 완역했음을 밝혔다.
서울의 인문학
류보선 외 11인 지음/ 창비/ 328쪽/ 1만8000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가 기획한 ‘2015 서울인문학’ 프로젝트는 광화문에서 대치동까지 서울의 공간과 그곳에 머무는 시민들의 내면을 추적한 작업이다. 류보선은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광장의 꿈을 설명하고, 염복규는 역사문화자원으로서 남촌의 재발견을 주장한다. 신수정은 탑골공원에서부터 종묘공원까지 이어지는 ‘실버벨트’의 노년세대를, 조연정은 편의점과 고시원을 오가는 청년세대를 주목했다.
직파 벼 자연재배
김광화 지음/ 들녘/ 320쪽/ 1만4000원
‘직파 재배’는 못자리를 하지 않고 모내기도 하지 않으며 싹을 틔운 볍씨를 논에다 훌훌 뿌리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재배법이다. 그 대신 농부는 벼의 생존 방식을 이해하고 물과 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직파 재배 벼는 모내기를 한 벼와 달리 뿌리 다침이 없고 줄기가 부챗살처럼 옆으로 퍼지면서 자라 웬만한 태풍에도 잘 견딘다. 20년 차 귀농인인 저자가 8년간 해온 직파 재배법을 봄부터 겨울까지 일하는 순서에 따라 정리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