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 파리 생제르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소원 이뤄줄까

킬리안 음바페는 2017년 여름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에 입단한 후 5차례나 리그 우승을 기록했으나 유럽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8월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현재까진 이때가 유럽 정상에 오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음바페가 리오넬 메시(현 미국 인터 마이애미 CF), 네이마르(현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 SFC)와 PSG에서 함께 뛴 지난 두 시즌은 16강이 종착지였다.

‘판타스틱 3’ 조합에도 챔스 우승 불발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의 킬리안 음바페. [GETTYIMAGES]

메시까지 영입하면서 유럽 정상에 한 발 다가선 듯했지만 막상 세 선수는 한데 뭉치지 못했다. 이들 셋이 동시 출전하면 제각기 활동량과 기동성, 수비 가담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도 세 선수의 기량은 팀 위기 때 사용할 수 있는 최후 보루였다. 문제는 지난 시즌 16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패할 당시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졌고, 메시와 음바페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판타스틱 3’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구단의 선택은 수포로 돌아갔다.

1998년 12월생인 음바페는 차세대 축구 황제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한 슈퍼스타다. 이제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시대가 지나고, 음바페 시대가 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폭발적 스피드와 좁은 공간을 순식간에 통과하는 드리블,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감각, 빠른 타이밍에 양발에서 터지는 강하고 정교한 슛 등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여러 장점을 지녔다.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음바페의 아버지는 아들의 천부적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했다. 동네 축구교실 감독이던 아버지로부터 축구를 배운 그는 클레르퐁텐(프랑스 국립축구센터)을 거쳐 유소년 시절부터 여러 프랑스 축구클럽과 레알 마드리드,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 구단이 앞다퉈 데려가고 싶어 하는 재능의 소유자였다.

폭발적 스피드부터 정교한 슛까지

그중에서도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는 남다른 구애 작전으로 음바페 마음을 사려 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음바페의 우상인 지네딘 지단과 호날두를 섭외에 앞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음바페는 현명하게도 자국 리그 AS 모나코 행을 택했다. 어린 나이에 해외 진출을 하거나 빅클럽으로 바로 가기보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의 계획은 적중했다. 음바페는 2015년 12월 1군 경기에 출전하면서 모나코 역사상 가장 어린 1군 선수(당시 16세 347일)가 됐고, 이듬해 2월 트루아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구단 최연소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음바페는 그야말로 폭발적 속도로 성장했다. 2016~2017시즌 리그에서만 15골을 넣었고, 챔피언스리그 16강·8강·준결승까지 맹활약하며 프랑스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론과 팬들이 음바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단순한 유망주에서 당장의 핵심 전력(戰力)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2017년 3월 음바페는 18세 나이로 프랑스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이후에도 디디에 데샹 대표팀 감독은 어린 음바페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고,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공격 에이스로 부상했다.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4골을 넣고 우승까지 차지한 음바페의 활약은 20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도 시작에 불과했다. 음바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두 대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다. 심지어 1956년 잉글랜드 대표팀 제프 허스트 이후 첫 결승전 해트트릭도 기록했다. 패색이 짙던 후반 만회 골을 시작으로 일찌감치 축배를 들려 했던 아르헨티나 대표팀 메시의 ‘라스트 댄스’를 멈추게 만든 활약이었다. 1962년 브라질을 마지막으로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월드컵 연속 우승의 꿈이 눈앞까지 찾아온 순간이었다. 프랑스의 월드컵 연속 우승은 승부차기에서 허무하게 막히긴 했지만, 결승전에서 보여준 음바페의 활약은 다음 세대 축구의 대관식과도 같았다.



PSG는 음바페를 일찌감치 팀 에이스로 낙점했다. 2011년 카타르 자본에 인수된 이후 거액 이적료를 투자하는 데 망설임이 없던 PSG는 2017년 1억8000만 유로(약 2600억 원)에 음바페를 영입했다. 당시 PSG는 이미 네이마르 영입에 2억2200만 유로(약 3200억 원)를 쓴 상태였는데, ‘1년 임대’ 방식이라는 편법을 쓰면서까지 음바페를 데려왔다. 여기서 드러나는 구단의 계획은 명확해 보였다. 유럽 축구의 현재와 미래인 음바페, 네이마르를 앞세워 정상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음바페는 실력으로 구단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첫 시즌 21골을 시작으로 2018~2019시즌 39골, 2019~2020시즌 30골, 2020~2021시즌 42골, 2021~2022시즌 39골, 2022~2023시즌 41골을 터뜨리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다만 구단과 음바페 모두 우승을 간절히 바랐던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시즌을 제외하고서도 2018년은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 2019년은 16강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21년은 준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 2022년 또다시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음바페 컨디션이 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준결승 2차전에 결장한 2021년이 결승에서 패한 2020년만큼이나 큰 아쉬움을 남겼다.

어쩌면 이번이 음바페가 PSG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일지 모른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여름이 되면 다시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점화될 것이다. 음바페의 이적 소문은 벌써 몇 년째 세계 축구계에서 돌고 있다. 올여름에는 정말 프랑스를 떠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는 걸까. 그간 풍문은 여러 차례 돌았으나 올해만큼 음바페의 레알 마드리드행이 현실화될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 적도 없었다. 2022년 여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음바페의 스페인 이적을 가로막았다. 그때 맺은 재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올여름이다. 음바페가 1년 연장 옵션을 거부하면 공식적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바페와 PSG 모두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그가 PSG 유니폼을 입고 유럽 정상에 올라서는 일이 파리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