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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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신인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11-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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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2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S2엔터테인먼트 제공]

    S2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 [S2엔터테인먼트 제공]

    3분 내외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과감하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게 된다. 곡은 시작부터 귓가를 긁는 듯한 기타 위로 두텁게 보컬이 얹히면서 청자를 묵직하게 끌어들인다. 보컬은 이따금 순진한 얼굴을 보여주다가도 파워풀과 히스테릭을 오가며 거세게 터진다. 뮤직비디오도 폭력과 반목, 폭동과 살인, 추격전으로 채워진다. 연출 또한 K팝에서 익숙한 ‘짓궂은 악동’이나 판타지적 세계와는 확연히 딴판이다. 그러면서도 차라리 호쾌할 정도라 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준다. 신인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의 ‘Bad News’다. 영상 속 비행들은 뒤이어 공개된 더블 타이틀곡 ‘Nobody Knows’ 뮤직비디오를 통해 부연된다. 겉으로는 알 수 없는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그럼에도 대중적 수위의 한계를 건드리는 이 4인조의 가슴 철렁한 으르렁댐은 손색이 없다.

    키스오브라이프는 7월 ‘쉿(Shhh)’으로 데뷔했다. 4명 중 셋이 외국인이거나 해외에서 출생했으니 ‘다국적’ 그룹 성격도 강한 편이다. 포미닛, 비투비, (여자)아이들 등을 제작한 홍승성 S2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유명 아이돌 경연 참가자에서 기획자로 변신한 이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작업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또한 트와이스 선발 오디션 때부터 괄목할 만한 기량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나띠가 8년 만에 걸그룹으로 데뷔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거칠고 과격한 기운으로 가득한 ‘Bad News’를 ‘걸크러시’라는 흔한 단어로 묶기는 매우 쉽다. 그러나 곡은 2023년의 어떤 K팝과도 다르고, 당당한 여성상의 표현이 두드러진 최근 K팝 걸그룹 경향성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때론 2010년 무렵 K팝 향취가 느껴지기도 해 2000년대 미국 힙합·R&B를 수용하던 방식의 수정증보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 역시 현 K팝 흐름에서 ‘틈새’를 영민하게 찾아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미국 힙합 같은 스트리트 느낌 담아

    그러나 키스오브라이프가 진정으로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중 하나는 이들이 전통적 의미의 ‘걸그룹스러움’을 선연하게 비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날카롭고 매서운 걸크러시도 화려한 반짝임에 종종 국한되는 것은 K팝 산업의 상상력 한계라고 해야겠다. 그럴 때 키스오브라이프는 미국 힙합 같은 스트리트 느낌을 연출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멤버들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신화적 악당으로 멋스럽게 그려지지 않는다. 차라리 경찰에 제압당하고 쫓기는 인물들로 ‘끌어내려져’ 있다. 여기에 지저분하고 둔탁한 사운드가 조응할 때 그것은 기존의 어느 K팝 걸그룹도 성공적으로 보여준 바 없는 질감을 드러낸다. 또한 이 같은 새로움이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분명 위압적 태도에 관능적 완급을 섞어 폭발력 있게 선보이는 보컬과 안무의 탄탄함 덕분이다.

    소속사 S2엔터테인먼트의 전작인 2021년 7인조 ‘핫이슈’는 어찌 보면 캐주얼화된 포미닛 같은 인상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해체된 바 있다. 그사이 보이그룹-걸그룹으로 양분됐던 K팝의 성역할과 클리셰는 이른바 4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상당 부분 흐려지거나 무너졌다. 그 후 첫 아티스트인 키스오브라이프는 이 같은 구도 위에 과감하게 한 걸음을 더 내딛고, 이를 멤버들 기량으로 준수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키스오브라이프가 낯설고 새롭다면 팝과 K팝의 레퍼런스 및 ‘전통’ 속에서 2023년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충실하게 조합해 만들어졌기 때문일 듯하다. 감히 올해 가장 주목할 신인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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