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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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로 수급 개선? 기업 펀더멘털 이기지 못할 것”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내년까지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는 섹터는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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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11-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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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증시가 급등락을 보이며 요동치고 있다. 이럴 때 발을 잘못 담갔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 투자자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공매도 이슈에 과도하게 집중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11월 10일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 사례가 전무해 시장 향방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면서도 “공매도 금지로 수급이 개선된다지만 기업 펀더멘털 문제를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 이사는 “외국인투자자가 공매도 포지션에 대한 정리를 마치지 않은 만큼 수급 차원에서 증시가 위로 치솟는 흐름이 몇 번 연출될 수 있다”며 “수급에 의한 증시 상승은 한계가 분명하기에 너무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조영철 기자]

    “공매도 금지, 일장일단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다양한 말이 오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외국계 자본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각자 사정에 따라 이번 조치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외국 롱숏펀드는 주식 매수 시 헤지(hedge) 차원에서 공매도를 함께해왔는데, 공매도 금지로 이 전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으니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요인이 떨어졌다. 하지만 ‘롱 포지션’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는 이번을 기회 삼아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 당시 많은 사람이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외국인투자자는 팔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첫 일주일 동안은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이번 조치가 개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

    보통 외국인투자자가 매수할 때 지수가 상승한다.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나타났다지만 지수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그런가.

    “외국인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직후 대규모 매수를 했는데, 이후로는 매수 규모가 크지 않았다.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 이상으로 기관에서 매도 물량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시장을 이끄는 양대 업종이 반도체와 이차전지다. 올해 외국인투자자가 공매도로 가장 많이 손해 본 분야가 이차전지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금도 이차전지주 매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차전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보니,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효과가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수준으로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세 차례 공매도 금지 기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증시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나.

    “앞선 3번은 모두 경제위기 국면(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발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금리를 낮추는 등 경기 부양책을 쓰던 시절이다. 지금은 정반대다. 경제위기 상황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고, 금리도 역대급으로 높다. 이 때문에 공매도 금지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유사한 전례가 없다 보니 예측이 어렵다. 공매도 금지 후 일주일가량 시장에서 엄청난 변동성이 관찰됐다. 특히 이차전지주가 (공매도 금지 첫날) 급격히 상승했다. 개인투자자 중에는 ‘이제 주가가 오를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차전지주는 하루 상승한 뒤 나흘을 연이어 하락했다. 결국 주가는 기업 펀더멘털에 수렴한다고 본다.”

    “연말연초 상황 쉽지 않아”

    공매도 금지 조치로 하방에 제약이 생긴 만큼 단기 바닥이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개인투자자가 이차전지주 투자를 고민하는데.

    “이차전지주는 지난 몇 년간 주가가 굉장히 많이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흥행한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4가지 테마 중 이차전지만 살아남았다. 거의 3년 동안 주가가 상승했기에 4~5년 연속해서 오르기는 쉽지 않다. 7월 이미 이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고 있었는데 ‘공매도 손절매’가 나오면서 수급 효과로 주가가 치솟았다. 다만 기업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매수 동력이 떨어졌고, 결국 주가도 반토막 났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어닝쇼크’를 알렸다. 연말부터 연초까지는 상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인 기업은 ‘쇼트 커버링’ 가능성이 있어 매수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있는데.

    “투자 경력이 있거나 트레이딩을 잘하는 투자자라면 ‘당일 수급’과 이른바 ‘감’에 따라 단기매매를 할 수도 있다. 일반 개인투자자나 초보투자자는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실 트레이딩도 기업 펀더멘털과 수급이 모두 좋은 종목이라야 하기 좋다. 이차전지주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트레이딩에 불리하다. 굳이 트레이딩을 하고 싶다면 피부미용 등 최근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서 하는 것이 맞다. 이들 산업에 투자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트레이딩도 상승 추세를 보이는 섹터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성장 기업 과감히 정리하라”

    공매도 금지 둘째 날인 11월 7일 시장에 높은 변동성이 나타났다. [뉴스1]

    공매도 금지 둘째 날인 11월 7일 시장에 높은 변동성이 나타났다. [뉴스1]

    장기 관점에서 투자 기회를 노리는 사람에게는 어떤 전략이 좋을까.

    “이차전지가 당분간 힘들다지만 2025년부터는 다시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기 신차가 많이 출시되는 만큼 배터리도 많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산업 동향보다 한 발짝 빠르게 움직이기에 더 이르게 돌아설 수도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차전지주 상황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다만 2~3개월 이상 고생한다는 각오로 매수해야 한다. 이차전지 기업 가운데 3분기 실적을 선방한 극소수 기업을 추려 투자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이들 기업은 시장이 안정화될 때 다른 기업보다 먼저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년까지 가장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는 섹터는 반도체라고 본다. 삼성전자나 반도체 전 공정 회사는 하반기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쪽 분야도 주목하자. 중동 국가들이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동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한국 기업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자칫 시장과 엇박자를 타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데.

    “(경제위기가 아닌데도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어떤 전문가도 증시 향방을 맞힐 수 없다. 결국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수렴한다’는 진리에 집중해야 한다.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일회성으로 실적이 나쁘게 나와 1~2분기만 버티면 주가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될 경우 인내하거나 추가 매수를 하면 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역성장하는 것이 보인다면 과감하게 정리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괜찮은 기업의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많다. 단순히 공매도 이슈로 수급이 어떻게 작용할지를 살피기보다 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공부해야 한다. 지금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몇 달 후 분명히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관련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은 공부할 시간이다.”

    최근에 본 리포트 중 인상 깊은 것이 있다면.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이 발간한 ‘산업/특수가스, 반도체와 동행하다’ 보고서다.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반도체 부품이나 장비를 만들 때 가스가 사용된다. 반도체 증착 과정에서 웨이퍼 위에 특수가스를 살짝 입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특수가스가 유해하다 보니 진입 장벽이 있다. 관련 허가를 받기가 까다로워 업계 자체가 과점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장비주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그 외 관련 분야도 공부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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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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