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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님은 시간이 좀 있네요. 저는 당장 1월 만기라… 여기 계신 분들 한 분도 빠짐없이 원금 상환받기를 바랍니다.”
11월 15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온라인 종목토론실에서 나온 반응들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만기를 앞두고 손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 만기인 가운데 최근 중국 경기침체로 홍콩H지수가 2021년 판매 당시(1만2000대)의 반토막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탓이다(그래프 참조). 투자자들은 당초 손실 위험이 높은 ELS에 투자하기를 권유한 은행에 대해서도 “안전 상품으로 오인하게 했다” “일종의 불완전판매 아니냐”며 성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권도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상환 잔액 20조5000억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미상환 잔액은 총 20조5000억 원이다(표 참조). 이 중 시중은행이 ELT 형태로 판매한 잔액이 전체의 76%인 15조6168억 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7조6695억 원으로 가장 많은 잔액을 갖고 있으며 신한은행(2조3701억 원), 농협은행 (2조1310억 원), 하나은행(2조856억 원) 등 나머지 5대 시중은행도 각각 2조 원을 넘는다. 은행 판매분 중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녹인 구간 진입 잔액’ 규모(4조9288억 원)도 5조 원에 육박한다. 이 또한 대부분(4조9273억 원)이 KB국민은행에 몰려 있다.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미상환 잔액과 녹인 구간 진입 잔액을 보유한 이유는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해 이후 금융위원회로부터 더 많은 ELS 판매 한도를 할당받았기 때문이다.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원금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 약정상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의 약 60~70%를 유지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어서다. 다만 홍콩H지수가 1만2000 선이던 때 가입한 투자자가 원금을 보장받으려면 지수가 최소 7000은 넘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홍콩H지수가 현 수준(5800 기준)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만기를 맞는 6조 원가량의 투자금에서 2조5000억~3조 원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된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피해(1조6000억 원)를 뛰어넘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다.
“노인한테 이런 상품 권하나”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이 ELS 판매에 이렇듯 공격적이던 배경에 ‘수수료 장사’가 있었다고 본다. ELS는 3~6개월마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때 은행은 고객을 새로운 ELS에 재가입하게 하면서 수수료를 벌어들인다. 무차별적 ELS 판매로 투자자 보호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금감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별 예상 손실액, 대비책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과 관련해 “고위험 파생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령층을 상대로 파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뿐 아니라 다른 금융시장 상황과도 맞물려 있어 눈여겨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은행권 “불완전판매 없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11월 16일 “만기 전까지는 손실 확정이 아니라 섣불리 고객에게 중도 해지 등을 제안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시장 상황 및 전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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