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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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훨씬 비싸” 현대차 인증중고차 소비자 반응 보니…

신차급으로 품질 끌어올렸지만 가격도 신차 수준… 현대차 “확실한 품질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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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11-0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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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90만 원, 8450만 원… 7265만 원.’

    11월 1일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제네시스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매물(9대)의 가격대다. 조건이 모두 같은 신차 가격의 85~93% 수준이다. 이들 매물은 지난달 새롭게 출시된 GV80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솔린 3.5T(터보), 풀옵션 신차 가격(1억 원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현대차가 10월 24일 중고차 사업을 본격 개시한 가운데 시장 반응은 “가성비는 글쎄”로 요약된다. ‘인증중고차’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고차 품질을 신차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가격대까지 신차 수준으로 비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냥 새 차 사야겠다 생각”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의 정밀 진단 과정. [현대차 제공]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의 정밀 진단 과정.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당초 중고차 사업의 방점을 ‘고품질’에 뒀다. 경남 양산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증중고차 센터에서 구입 후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이하, 사고나 침수 이력이 없는 현대·제네시스 모델을 사들여 엄격한 상품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상품화 대상인지를 정밀 진단하는 점검 항목만 현대 272개, 제네시스 287개에 달한다. 이후 정품 부품 교체, 차체 재도장 등 매입한 중고차를 거의 신차 수준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중고차에 대해서도 신차와 마찬가지로 구매 시점 기준 1년, 2만㎞까지 무상 보증을 제공한다.

    신차 같은 중고차를 표방한 만큼 가격대는 일반 중고차에 비해 높다. 11월 1일 기준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준중형 SUV 투싼(NX4)의 최저가는 3040만 원이었다. 2021년 9월 매입된 매물(2020년형)로 가솔린 1.6T, 인스퍼레이션 사양에 60만 원 상당 빌트인 캠이 옵션으로 적용돼 있다. 주행거리는 1만4415㎞. 다만 다른 중고차 플랫폼에서는 동일 모델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날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홈페이지에서는 투싼(NX4) 2022년형, 가솔린 1.6T, 인스퍼레이션 사양에 더 짧은 주행거리(9837㎞)를 가진 매물이 현대차 매물에 비해 140만 원가량 싼 290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빌트인 캠 가격을 더해도 현대차보다 싸다.

    준중형 SUV 투싼 중고차를 현대차 인증중고차(왼쪽)보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서 140만 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캡처, 케이카 홈페이지 캡처]

    준중형 SUV 투싼 중고차를 현대차 인증중고차(왼쪽)보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서 140만 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현대차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캡처, 케이카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가격 차이로 소비자들은 현대차 중고차를 대체로 “비싸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개시한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신차급만 팔겠다고 해서 비쌀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그보다 훨씬 비싸서 못 사겠다”거나 “가격 보고 그냥 새 차 계약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이런 심리를 노린 건가”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한 블라인드 사용자는 “(현대차 때문에) 기존 중고차업체들 다 죽게 생겼다고 했는데, 이렇게 비싸면 별 타격이 없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고 전기차도 파는 기아

    기아 인증중고차 라인업에 포함된 전기차 EV6. [기아 제공]

    기아 인증중고차 라인업에 포함된 전기차 EV6. [기아 제공]

    실제로 현대차의 등장에 긴장감이 맴돌던 기존 중고차업계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대차 중고차 사업이 기존 중고차업체들과 경쟁 구도로 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전보다 누그러진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11월 2일 케이카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정인국 케이카 사장은 “10월 말부터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다”며 “그러나 완성차업체의 인증중고차 사업은 그 목적이나 지향점이 기존 중고차업체들과 다르고, 오히려 시장 전체로 볼 때 중고차 판매 체계 및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기업형 사업자들과 상호보완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케이카는 아직까지 현대차 중고차 사업 시작 이후 케이카의 중고차 매입량 및 판매량 변화를 수치화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11월 1일 기아도 현대차와 별도로 인증중고차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중고차 사업을 개시했다. 사업 구조 및 형태는 큰 틀에서 같으나 현대차와 달리 전기차를 취급한다는 점이 차이다. 11월 2일 기준 기아 인증중고차 홈페이지에는 총 6대의 전기차 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소형 SUV인 니로 EV(2대)와 쏘울 EV(1대), 준중형 SUV인 EV6(3대)로, 당장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향후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아의 중고 전기차도 시세보다 다소 가격이 높다. 같은 날 기준 EV6(롱레인지 어스) 최저가 매물은 4360만 원인데(2022년형, 옵션 2개, 주행거리 1만730㎞),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서는 같은 모델의 2022년형, 옵션 3개(195만 원 상당), 주행거리 1만1558㎞인 매물이 418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옵션 개수가 하나 더 많고 엔카 매물의 외장색(흰색)이 기아 매물(빨간색)보다 인기 있는 컬러임에도 가격이 더 싼 것이다.

    다만 현대차, 기아의 중고차 가격은 현 수준보다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적잖다.

    10월 31일 렌터카업체 SK렌터카도 인증중고차 사업에 출사표를 냈는데, 향후 SK렌터카처럼 더 많은 후발주자가 나올 수 있어서다. SK렌터카는 31일부터 ‘SK렌터카 인증중고차 동탄센터’에서 오프라인으로 월 100대 규모의 중고차를 시범 판매한다. SK렌터카가 보유한 차량 중 무사고, 구입 후 4년 미만, 주행거리 8만㎞ 미만인 차가 대상이다. SK렌터카 측은 “자사가 직접 신차를 출고해 렌터카로 운용하다가 중고차로 판매하는 것이기에 사고 여부 등 운행 이력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차량 렌털 계약 기간 SK렌터카가 제공하는 정비 서비스를 통해 소모품 교체 및 점검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향후 가격대 다양해질 것”

    현대차 측은 중고차 사업이 자리 잡아감에 따라 매물 가격대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월 2일 “애초에 자사 중고차 사업의 방향성은 시세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신차에 가까운 중고차를 판매하고 확실한 품질 보증을 한다는 데 있다”며 “또 구매 시점 기준 1년, 2만㎞까지 무상 보증을 제공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다른 중고차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비싸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중고차 사업이 초창기라 매물 수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같은 모델이어도 옵션 개수, 주행거리 등이 서로 다른 매물이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면서 “그럼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필요 없는 옵션을 덜어내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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