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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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돈을 인생의 대안으로 여기는 이유

[돈의 심리]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 돈 욕구 커져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3-07-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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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돈. [GETTYIMAGES]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돈. [GETTYIMAGES]

    많은 사람이 돈을 추구한다. 돈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이유는 돈이 있으면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어서라고 본다. 돈이 있으면 해외여행도 갈 수 있고, 더 맛있는 음식도 사 먹을 수 있다. 더 좋다는 동네에 거주할 수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명품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가 이렇게 물질적인 풍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유치원생, 초등생, 나아가 중고교생일 때도 물질적인 풍요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기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 큰 업적을 남기는 것, 다른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것, 사회에 봉사하는 것 등등 무형적인 가치가 돈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어서는 돈에 더 가치를 두게 되는 것일까.

    인정받는 정도에 따라 돈 중요도 달라져

    “어릴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 현실을 알게 돼서”라는 것은 제대로 된 대답이 될 수 없다. 성인 중에서도 돈보다 다른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돈보다 예술, 돈보다 진리, 돈보다 사회 정의, 돈보다 공평을 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라고 돈을 완전히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보다는 다른 부문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다. 특히 사회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이들 가운데 이런 사람이 많다. 이들은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돈보다 다른 무엇을 추구하라고 곧잘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돈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말 물질적 측면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돈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에 관한 유명한 심리 연구가 있다. 2009년 발표된 ‘돈의 상징적인 힘(The Symbolic Power of Money)’이라는 연구다.

    이 연구는 사회적 스트레스, 신체적 고통과 돈의 관계를 살펴본 것이다. 먼저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5분간 자유롭게 토론하라고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음에 토론할 때는 누구와 같이 토론하고 싶은가’를 적어 내게 했다. 그다음 학생 1명, 1명을 만나 그 결과를 이야기해줬다. 실제 결과와 상관없이 임의로 어떤 학생들에게는 많은 학생이 다음 토론을 너와 함께하고 싶어 했다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학생들에게는 어떤 학생도 너와 다시 토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한 집단에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다른 집단에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이후 학생들에게 동전을 그리라고 했다. 이 실험은 중국 대학에서 중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기에 1위안짜리 동전을 그리게 했다. 심리학은 1940년대 말, 동전 크기를 얼마나 크게 그리는지가 그 사람의 돈에 대한 욕망과 관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동전을 크게 그리는 사람은 돈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람이다. 반면 동전을 작게 그리는 사람은 돈을 추구하는 강도가 낮다. 이 실험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한 사람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은 사람 사이에 돈을 추구하는 정도가 달라지는지 여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동전을 그린 결과는? 다른 학생들이 너와는 다시 토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동전을 훨씬 크게 그렸다.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고 싶은 금액은 더 적었다. 즉 이 학생들은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돈에 더 가치를 두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서 3번째 욕구가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고, 4번째 욕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다. 그런데 이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좌절됐다. 그 반사 작용으로 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스트레스 완화하는 돈

    이 연구는 신체적 고통과 돈의 관계도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여러 단어를 제시했다. 한 집단에는 돌, 점심 같은 중립적인 단어들을 제시했고, 다른 집단에는 두통, 통증, 아픔 등 신체적 고통과 관련된 단어들을 제시했다. 그다음 학생들에게 동전을 그려보라고 했다.

    중립적인 단어들을 접한 학생들보다 신체적 고통과 관련된 단어가 주입된 학생들이 동전을 더 크게 그렸다. 신체적 고통을 떠올린 학생들은 그에 대한 보상 대응으로 돈을 더 추구했다. 돈이 많으면 신체적 고통으로 발생하는 괴로움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이 실험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돈이 단순히 돈이 아니라는 것, 돈이 단순히 물질적 보상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돈은 물질적 보상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상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육체적인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돈이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사람들은 돈을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돈을 추구한다면 안 좋은 것일까. 아니다. 이때 돈은 인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돈을 추구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 때만 해도 사회에 나가 자기 분야에서 잘나가기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랐다. 돈은 부차적이다. 그런데 막상 사회에 진출해 활동하다 보면 자기 업무 분야에서 성공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든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한 분야에서 대다수 사람이 잘한다고 인정받을 수는 없다.

    자신이 바라는 만큼 업무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이번 생을 포기한 채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나. 이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업무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돈을 벌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 될 수 있다. 자기 업무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충분히 성공적인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충분히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아 만족하고 있다. 특별히 돈이 없어도 된다. 그러니 진심으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그 정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돈이라도 있어야 자존감이 커진다.

    이런 측면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그래도 보통 사람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귀족 사회, 양반 사회에서는 귀족과 양반은 만족감이 크지만, 귀족이나 양반이 아닌 사람은 불만이 많다. 하지만 그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귀족 사회, 양반 사회에서 돈을 추구하는 건 상놈이나 하는 짓이고, 설령 돈을 번다 해도 사회적 최하층 취급을 받는다. 업무 전문성을 추구하는 전문가 사회에서는 전문가여야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전문가에 이르지 못한 대다수 사람은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없다.

    돈, 삶의 만족도 높여

    자본주의 사회는 돈에 대한 추구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라고 모두가 돈, 돈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이나 꿈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예술 분야에서, 학문 분야에서, 정치·사회봉사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또 실현하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이것 또한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삶의 만족도를 올려야 할까. 돈을 벌면 된다. 돈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회적 가치를 대신해 개인의 만족감을 올려줄 수 있다.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대안이나 목적이 될 수 있다. 신체적 고통, 마음의 고통이 발생했을 때 그 고통을 완화해줄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돈은 단순히 물질적 이유만으로 추구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정신적·육체적 괴로움을 보상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돈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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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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