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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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전자’, 오늘은 왕돈가스 먹는 날!”

올해 외국인 삼성전자 10조 순매수… 일부 개미 “괜히 팔았다”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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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6-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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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5월 25일 ‘7만 전자’를 탈환하면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환호가 나오고 있다. [동아DB]

    삼성전자가 5월 25일 ‘7만 전자’를 탈환하면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환호가 나오고 있다. [동아DB]

    “55층(5만5000원)에 물 타고 증권사 애플리케이션 지웠다. 최근 다시 들어갔는데 7만 전자까지 올라가 있네. 오늘은 왕돈가스 먹는 날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삼성전자 개인투자자가 남긴 글이다. 최근 국민 주식 ‘삼성전자’ 주가가 연이어 올해 신고점을 돌파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주식계좌 사진을 공유하며 “희망이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는 투자자도 여럿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해 최근 ‘7만 전자’에 들어섰다.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서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당장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만 AI 수혜 기업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를 5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 한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와 스시 페이스북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를 5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 한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와 스시 페이스북 캡처]

    ‘인공지능(AI) 붐’이 불면서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5월 25일 7만 전자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 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3월 31일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차츰 반등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촉매 역할을 했다. AI 열풍이 불어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반도체 기업은 AI 열풍의 최대 수혜 산업군 중 하나로 분류된다. AI 서비스를 위한 핵심 반도체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필두로 다양한 신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체 GPU 공급 물량의 90%를 생산하는 엔비디아가 대표적인 AI 열풍 수혜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AI 시장이 커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만 떠오르는 AI 수혜 기업은 아니다”라면서 “여타 반도체 기업들 역시 AI 특수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업계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 역시 뜨겁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관련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올해 36.37% 상승하면서 양대 지수(S&P500, 나스닥)를 크게 앞질렀다. 한국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올해 들어 주가가 28%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



    “팔았는데 계속 오른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AI 수혜 품목으로 분류된다. 빅데이터를 얼마나 신속하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진 만큼 정보 저장 및 전송에 사용되는 D램의 중요성 또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 1분기 D램 시장점유율이 43.2%에 달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28.2%)와 SK하이닉스(23.9%)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과거 반도체 시장을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이 주도했다면 향후에는 AI가 주도하는 형태로 시장이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삼성전자 매수에 나선 상태다. 연초부터 삼성전자를 집중매수하고 있는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5월 30일까지 10조2618억 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13조 원가량 순매수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삼성전자를 콕 찍어 투자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몰리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 주가 증감 추이는 외국인 지분율 증감 추이를 따라간다(표 참조). 코로나19 버블 당시 삼성전자가 ‘9만 전자’를 목전에 두자 외국인 지분율은 56%대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9월 말 ‘바닥’을 찍자 외국인 지분율은 29.27%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순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 지분율과 주가가 모두 반등하기 시작했다. 5월 31일 삼성전자 주가가 7만1400원까지 오르자 외국인 지분율 역시 연중 최고치인 52.48%까지 반등했다.

    주가가 지난해 10월 바닥을 확인했다는 기대감 역시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ISM 제조업지수)는 4월 46.3까지 하락했다가 5월 47.1로 소폭 반등했다. ISM 제조업지수는 반도체산업의 업황을 나타낸다. 해당 지수가 낮을수록 업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지수가 50을 밑돌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따라서 해당 지수가 향후 더는 의미 있는 하락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난해 9월 말에서 10월 사이가 삼성전자의 바닥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주가의 저점이 ISM 제조업지수의 저점을 선행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 원대를 쉽게 이탈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 역시 동요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평단가에 도달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는데 괜히 팔았다고 후회된다” “떨어질 줄 알고 팔았는데 주가가 계속 오른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개인 순매도 1위 기업이다.

    “AI 붐 있다지만…”

    반도체 업황 자체가 반등한 것이 아닌 만큼, 지나친 낙관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2분기 매출액을 사상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로 전망하면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매수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다만 이는 매출에서 GPU 비중이 큰 엔비디아만의 특수한 경우다. 여타 반도체 기업의 경우 아직 AI 붐이 본격적인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 역시 아직 AI 붐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AI 붐이라지만 아직까지 플랫폼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서버를 증설하고 데이터 센터를 늘리는 등 투자해야 반도체시장에서도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 열풍에도 D램 가격과 수요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4월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감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D램 분야 1위 기업이던 삼성전자의 감산 계획이 알려지면서 D램 가격 동향 지표인 DXI 지수가 14주 만에 반등했지만 현물 시장에서 의미 있는 가격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D램 가격은 4월 19.89% 급락하는 등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다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3.45% 하락한 1.4달러였다(그래프 참조).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지난달 2.93% 하락한 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는 “가격 하락을 끝내고 랠리를 시작할 가능성이 가장 큰 유일한 제품이 DDR5 D램”이라며 “이달 말 한국의 두 공급 업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DDR5 제품 견적을 올리려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대해서도 “5월 수요와 공급 구조는 4월과 비슷했으며 거래에 큰 변동이 없어 가격은 보합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김양팽 전문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아직 PC·스마트폰에 수요가 집중돼 있어 AI 시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AI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이를 반도체 3사(삼성전자·마이크론·SK하이닉스)가 나눠 갖는 구조인 만큼, (GPU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처럼 폭발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젠슨 CEO 만난 이재용 회장

    전문가들은 AI 시장이 반도체산업에서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인식을 가진다. 삼성전자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 있다.

    향후 AI가 고도화됨에 따라 큰 용량과 빠른 정보 처리 속도를 가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HBM에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결합한 HBM-PIM(프로세싱인메모리)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주요 GPU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 한 일식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양사 관계가 깊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젠슨 CEO 역시 ‘공급망의 안정성’을 이유로 삼성전자와 협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국내 반도체업계가 HBM 외에도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를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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