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랙스, 푸조 뉴 408 같은 세단과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차량이 요즘 들어 늘어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세단의 편안한 승차감에 SUV의 높은 시야와 폭넓은 실내 공간 등 실용성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을 찾자면 새로운 형태에 대한 갈증으로,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밈, 심지어 트위터 논쟁이나 이슈 같은 것도 유행의 생명이 짧고 굵다. 소비재 영역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정도로는 자극적인 뉴스 사이에서 주목받기 힘들다. 잘 만든 기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는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제조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자극을 건드려야 한다. 기존 차량을 크로스오버와 같이 새로운 형태로 변주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출시는 안 하더라도 독특한 콘셉트를 공개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형태를 출시하기에 앞서 콘셉트만 공개해도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BMW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모터쇼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에서 왜건 형태의 ‘BMW 투어링 쿠페 콘셉트’를 공개했다. 브랜드의 대표 로드스터인 Z4를 기반으로 한 이 왜건은 하드톱과 소프트톱 대신 고정형 지붕을 장착해 비교적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왜건이지만 도어는 2개고, 루프라인은 날렵하게 깎기보다 느슨한 곡선으로 표현했다. 전체 형상도 이전의 날렵함과 비교하면 뭉툭해 보이지만, 두꺼운 필러와 펜더가 되레 강인한 인상을 주니 실망하지 말자. 단, 이건 어디까지나 콘셉트카일 뿐 양산차는 아니다. 만약 Z4 로드스터가 투어링 버전으로 출시된다면 한 번쯤 고민해볼 가치는 있다. 적재공간이 넉넉한 로드스터는 참 귀하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흥미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1974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다시 복원한 것이다. 양산형 4도어 모델이 아닌, 콘셉트로만 남은 2도어 쿠페라는 점에서 더 희소하다. 양산형에 비해 날렵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미래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 특히 지붕을 유리로 마감한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 남지 않은 50년 전 자료로 어렵게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니 쿠페 콘셉트카 복원은 역사를 정리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이는 맥락을 만드는 일이며, 현대자동차가 전통과 특별한 역사를 가진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양산 계획이 들려오는 현대자동차의 N비전 74에도 정통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봐야 한다. 무엇을 했고 어떤 행보로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 자동차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가 희망이 된다.
실용적인 스포츠카를 원한다면 오프로드에서도 탈 수 있는 슈퍼카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페라리는 이런 질문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페라리는 4도어 4인승 슈퍼카 ‘푸로산게’를 공개했다. 푸로산게는 크로스오버나 SUV와는 전혀 다른 레이아웃과 비율이 적용된 차량이다. 미드 엔진에 기어박스를 후륜 쪽에 배치해 레이아웃이 스포츠카에 가깝다. 차체 앞뒤 무게 배분도 거의 딱 맞게 떨어진다. 12기통 6.5L 엔진을 탑재하고 흙길을 질주하는 슈퍼카를 부르는 정확한 용어는 아직 없지만, 특정 세그먼트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 푸로산게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전기차는 상상을 펼치기 좋은 플랫폼이다. 최근 푸조는 그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인셉션 콘셉트’를 공개했다.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처음 공개한 것으로, 혁신적 요소가 가득한 차량이다. 외관은 2025년부터 양산차에 적용될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담았고, 새 시트포지션, 사라진 대시보드, 최대 800㎞ 주행거리, 원통 형태의 계기반 등 기발한 시도로 가득하다. 인셉션 콘셉트는 실험 정신과 상상으로 빚은 차량이지만, 사자의 발톱 같은 푸조의 디자인 유산이 깃들었다.
전기차로 전환은 많은 제조사의 상상을 유도하고 있다. 그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모델, 새로운 라인을 만든다 해도 거기에는 브랜드가 가진 과거 영광이 깃든다. 그 많은 콘셉트카 모두 헤리티지 위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라 하겠다.
전통 비트는 색다른 시도들
6월 크로스오버 버전으로 국내에 출시될 예정인 도요타 크라운은 195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모델로, 역사가 매우 길다.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한데, 1967년 신진자동차가 조립·생산해 관용차로 많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영화에 고급 세단으로 자주 등장했으니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크라운은 도요타의 대표 세단으로 알려졌지만, 16세대에 이를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다. 크라운을 왜건이나 쿠페 버전으로도 만들었고 픽업트럭, SUV, 심지어 MPV(다목적 차량) 버전도 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되는 모델은 크로스오버 타입이다. 크라운의 전통적인, 즉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다이내믹하면서도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BMW 투어링 쿠페 콘셉트. [BMW코리아 제공]
현대자동차는 최근 흥미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1974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다시 복원한 것이다. 양산형 4도어 모델이 아닌, 콘셉트로만 남은 2도어 쿠페라는 점에서 더 희소하다. 양산형에 비해 날렵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미래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 특히 지붕을 유리로 마감한 것이 인상적이다. 얼마 남지 않은 50년 전 자료로 어렵게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니 쿠페 콘셉트카 복원은 역사를 정리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이는 맥락을 만드는 일이며, 현대자동차가 전통과 특별한 역사를 가진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양산 계획이 들려오는 현대자동차의 N비전 74에도 정통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봐야 한다. 무엇을 했고 어떤 행보로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 자동차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가 희망이 된다.
상상 펼치기 좋은 전기차
페라리 푸로산게. [FMK 제공]
푸조 인셉션 콘셉트.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전기차로 전환은 많은 제조사의 상상을 유도하고 있다. 그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모델, 새로운 라인을 만든다 해도 거기에는 브랜드가 가진 과거 영광이 깃든다. 그 많은 콘셉트카 모두 헤리티지 위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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