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구찌의 ‘2024 크루즈 컬렉션’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뉴스1]
콧대 높은 글로벌 명품업계가 한국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유럽의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에 이어 한국 서울에 주목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새롭게 떠오르는 ‘큰손’으로 인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명품시장은 141억6500만 달러(약 18조8000억 원) 규모로, 미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2조2800억 원)에 달했다. 인당 명품 구매액은 325달러(약 43만 원)로 세계 1위였다. 미국은 280달러, 중국은 55달러였다.
K-아티스트에 연이은 러브콜
글로벌 명품업계가 최근 한국 시장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저명한 K-아티스트와 협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시장은 역대 처음으로 미술품 유통액 1조377억 원을 기록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2021년 7563억 원 대비 37.2% 성장한 수치다. 급성장하는 한국 미술시장은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높은 파급력을 발휘하며 브랜드 명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과 ‘오징어 게임’에 힘입은 K-드라마의 인기도 한국 아티스트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명품과 고급스러운 취미로 인식되는 미술이 만나 윈윈(win-win)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서보 화백이 루이비통과 협업해 완성한 아티카퓌신. [루이비통 홈페이지]
박 화백의 아티카퓌신은 1960년대 말부터 이어진 ‘묘법(描法)’ 시리즈 중 2016년 작품을 기반으로 디자인됐으며, 작품 질감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 특유의 아름다운 촉감과 질감을 재창조하기 위해 송아지 가죽에 먼저 붓질 효과를 낸 후 작품의 고화질 스캔본을 바탕으로 고도의 3D(3차원) 고무 사출 작업을 가죽에 정교하게 적용했다. 천연 리넨 캔버스를 안감으로 덧댄 가방 안쪽에는 박 화백의 원작 뒷면을 그대로 재연했으며, 포켓에는 프린팅된 서명도 넣었다. 박 화백의 가방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모두 품절됐다.
김민정 작가가 작업한 레이디 디올 백. [디올 홈페이지]
한국 전통 공예도 후원
샤넬은 지난해 한국 전통 문화를 보호하고 계승하는 재단법인 ‘예올’과 5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예올×샤넬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장인정신을 중요시하는 샤넬은 2002년부터 수백 명의 자수 장인, 깃털 장인, 액세서리 장인, 금세공 장인, 슈즈 장인 등이 수작업으로 만든 예술 작품 같은 메티에 다르(Me′tiers d’Art·공방)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 2002년 설립된 예올 역시 선사시대 유물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활동, 사직단 복원 및 정비 활동 등 문화재 보호 활동을 시작으로 한국 공예 장인을 후원하고 젊은 공예인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으로 활동을 넓히며 한국 전통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장인정신에 대한 찬사’라는 공통된 방향성을 가진 샤넬과 예올이 만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올해의 장인), 현재와 미래를 잇는 ‘올’(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샤넬은 선정된 장인과 공예가의 지속가능한 작품 활동을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프로젝트 첫해였던 지난해 11월에는 ‘2022년 올해의 장인’에 ‘금박장’(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박수영,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옻칠공예가 유남권이 선정됐다. ‘반짝거림의 깊이에 관하여’ 전시를 통해 두 작가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공개했는데, 한국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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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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