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직 직원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생산 공정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제공]
‘신의 직장’ ‘킹차 킹산직’
현대자동차(현대차)가 10년 만에 ‘정규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서면서 취업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은 물론 공무원, 공기업·대기업 재직자까지 지원 의사를 내비치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이들까지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차 생산직 처우가 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신(神)의 직장’ ‘킹차 킹산직’으로 불리며 지원예정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처우가 비슷한 기아도 2021년에 이어 올해 생산직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목이 쏠린다.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월 26일 올라온 게시물로, 현 직장과 현대자동차 생산직의 비교우위를 평가해달라는 내용이다. [블라인드 캡처]
경쟁률 500 대 1 달할 듯
2월 1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현대자동차 생산직 공채 전용 수험서가 진열돼 있다. [이슬아 기자]
현대차·기아 생산직 임금에 대해선 업계 최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 모두 세전 기준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달하고 초봉은 5000만~6000만 원대로 알려졌다. 만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퇴직 후 1년간 연장 계약 형태로 근무할 수 있는 ‘숙련 근로자 재고용 제도(베테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복리후생도 좋다. 현대차 생산직으로 입사하면 근속연수에 따라 현대차 자동차를 2년마다 최대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퇴직 후에도 25% 할인 혜택을 받는다. 기아 생산직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결과에 따라 3년 주기로 25% 할인된 가격에 기아 자동차를 살 수 있다. 퇴직 후에도 75세까지 같은 혜택이 이어진다.
“2월 중 공고는 소문일 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빌딩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동아 DB]
현대차·기아가 생산직 채용에 나선 이유는 정년퇴직 인원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두 기업 노조는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분에 따른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생산직 가운데 2210명이 정년에 이르러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기아에서는 770명이 정년퇴직했다. 다만 완성차 공장의 인력 수요가 줄고 있는 탓에 신규 채용은 정년퇴직 인원의 절반에 채 미치지 않는다. 최근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등 전동화 체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는 부품은 약 3만 개에 달하는 반면, 엔진이 필요 없는 전기차엔 부품이 1만8900여 개밖에 들어가지 않아 부품 조립 등을 위한 생산직 인력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생산직 공채를 앞두고 벌써부터 노조의 채용비리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현대차 임직원이 가담한 취업사기 및 채용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생산직 입사 추천 대가로 4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현대차 노조 간부 8명이 무더기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1일 이례적으로 ‘채용 관련 어떠한 불법행위도 근절한다’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냈다. “채용 과정에 청탁·압력·강요·금품·향응 등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비리 연루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적 책임을 묻고 일벌백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생산직 공채 계획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2월 중 채용 공고가 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채용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정식 공고 발표 전까지는 채용에 관한 어떤 내용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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