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에는 목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경천(잭파시) 씨는 2013년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경매로 부동산에 입문했다. 투자를 시작할 당시 그의 수중에는 300만 원뿐이었다. 그 후 경매에도 대출 규제가 생기자 대출 없이도 소액투자가 가능한 갭투자를 시작해 자산가치 110억 원의 55채 임대 주택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전업투자자로 인생 2막을 열었고, 10년간 쌓아온 부동산 소액투자 노하우를 네이버 블로그 ‘잭파시 갭투자연구소’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부동산 소액투자법을 정리한 책 ‘나는 대출 없이 0원으로 소형 아파트를 산다’(다산북스)를 펴냈다. 최 씨를 만나 최대한 돈이 들어가지 않는 부동산 투자 비결을 들어봤다.
부동산 소액투자의 고수 최경천(잭파시) 씨. [조영철 기자]
“총자산 대비 부채와 자산은 5 대 5 정도다. 아파트 29채, 빌라 9채, 오피스텔 8채를 보유 중이다. 지금까지 주택 55채를 매수했고, 매도는 9건 했다. 애초에 다주택자가 된 것도 임대사업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있을 때는 최대한 매도하지 않고 전세금 증액도 하지 않다 보니 매수한 주택 수에 비해 매도한 주택이 많지 않다.”
55채 주택을 매수하는 데 5억3000만 원 투자금이 들었다고 알고 있다. 투자금이 적게 들어갈 수 있었던 노하우는 뭔가.
“10년간 각 시점마다 투자금이 아예 들어가지 않거나, 1000만~2000만 원으로 매수 가능한 역세권의 공급면적 82.5㎡짜리 계단식 아파트 매물을 찾았다. 몇 년 전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매전갭(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커진 뒤로는 지방 아파트, 서울 원룸 오피스텔 등으로 투자 종목을 갈아타며 투자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원칙이 궁금하다.
“10년간 부동산 투자를 했지만 제대로 전업 투자 활동을 한 건 최근 1년 정도다. 지난해 3월 말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면서 더 열심히 투자에 매진했다. 9년간은 회사원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돈이 들어가지 않는 ‘무피투자’ ‘플피투자’로 세팅해 안전마진을 확보했다. 무피(無+Premium)투자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익이 없어 매수자가 돈을 들이지 않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이다. 플피(Plus+Premium)투자는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 매수자가 오히려 돈을 벌면서 부동산을 매수하는 투자전략이다. 이때 핵심은 현재는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물건을 구하는 것이다.”
공급 물량 확인은 필수
“‘그래프’는 부동산 사이클 주기를 나타내는데, 보통 10년 주기로 움직인다. 상승장이 약 5년, 하락장이 약 3년, 상승장에서 하락장으로 변하거나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 변경되는 시간이 각 1년씩 걸린다. 상승장이 5년인 이유는 건설업체 공급 주기를 따르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쌓인 미분양으로 잠정 휴업 상태에 있던 건설사는 회복기를 맞이해 다시 분양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부동산 상승기 초기에는 매수세가 크지 않아 분양가를 높게 잡기 힘들다. 상승기 2~3년 차에 시장이 무르익으면 분양을 시작한다. 기존 신축, 준신축 등의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라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 수요가 생기고, 무주택자도 청약에 관심을 가지면서 높은 분양가에 완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 후 입주까지는 3년가량이 걸리므로 한 번의 상승 사이클이 5년이 되는 것이다. 다만 내외부 환경에 따라 이 주기는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이렇듯 거시적인 부동산 사이클 주기를 파악하고 있다 불황기가 끝나고 회복기가 시작되는 시점(하락기에서 상승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매수한다. 이때는 오랜 하락장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수 대신 전세를 택한 임차인들로 인해 전세가는 높지만 매매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매전갭이 적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상승기 초입에 매수하면 5년간은 상승장이 이어지므로 투자 손해에 대한 불안감도 떨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사이클 주기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가장 넓은 범위의 거시 데이터인 세계(미국)·한국 부동산 경기→도 단위 부동산 흐름→시 단위 부동산 흐름→구체적인 아파트 단지로 내려가면서 앞선 데이터들이 좋은 흐름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그런 시기라면 그 ‘시’ 안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는 가격 상승률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다 오른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데이터는 어디서 찾아보면 되나.
“세계 부동산 경기와 관련된 정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은행에서 제공하는 경제지표 데이터 사이트나 국제통화기금(IMF) 사이트에 들어가면 확인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KB부동산이다. 두 곳과 더불어 HOUSTA 주택정보포털, 국가통계포털,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 한국은행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까지 챙긴다면 부동산에 관한 모든 자료를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도 유용하다. 자주 쓰는 앱은 호갱노노, 아실(아파트실거래가), 부동산지인, 손품왕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활용을 강조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빅데이터는 뭔가.
“지역 분석을 위해 꼭 봐야 할 5가지 데이터로 매매·전세 가격 추이, 주택구입부담지수, 입주·미분양 물량, 매매·전세 매물량, 초기 분양률(청약경쟁률)이 있으며 책에서 설명했다. 이와 함께 투자할 만한 지역이 나왔을 경우 그 지역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빅데이터로 거래량 추이, 전세지수, 매수매도지수, 전세수급지수, 세대 추이, PIR(Price Income Ratio: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등을 제안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건 입주(공급)·미분양 물량 추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부동산 사이클은 크게 수요와 공급의 차이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공급은 입주 물량과 미분양 물량을 합하는데, 부동산 하락 시점을 점칠 수 있는 대표적인 데이터다. 눈여겨보는 지역에 대량의 입주 물건이 예정돼 있거나,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면 당연히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많지 않고, 미분양도 없는 수준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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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낮은 전세가로 역전세 리스크 방어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은 상승과 하락 중 어느 시기라고 보나.“상승과 하락을 나눠야 한다면 수도권·광역시(울산, 부산 제외)와 나머지 지방 8도(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를 별도로 봐야 한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상승장 후반기라고 판단된다. 지방 8도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하락장이었다 2019∼2020년 반등했다. 상승 사이클로 보면 이제 4년 차라 하락기에 접어들 수 있는 곳과 아직 상승기 2~3년 차인 곳이 있다.”
상승 여력이 남았더라도 지방 아파트는 선뜻 투자하기 어렵지 않나.
“퇴사하기 1년 전만 해도 보유한 대다수 물건이 서울과 경기, 인천에 위치했다. 당시 차가 없어 지하철로 임장 가능한 곳을 찾다 보니 수도권 위주였던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은 2013년 이후 10년 가까이 상승 중이라 고점 경계감이 있고, 조정지역이라 다주택자 양도 시 기본세율+30%(3주택 이상) 중과가 된다. 세금을 세후로 계산하면 수익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에 반해 지방 물건은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최소화하면서 투자가 가능하다. 지방 저가주택(수도권·광역시·세종시 제외 지역의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조정지역이라도 양도세 중과를 받지 않고, 기본세율이라면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가능하다. 다만 지방 투자에 성공하려면 앞서 말한 해당 ‘도’와 ‘시’의 상승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또한 지방은 땅이 넓어 대규모 공급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2년은 보유해야 양도세(기본세율)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매수 시점 2년 후 공급량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현 시점에서 추천할 만한 지역은 어디인가.
“충남이나 전북, 경북, 경남 정도다. 다만 이 지역들에 있는 광역시는 지방 저가주택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제외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는 2020년 7월 10일 발표된 일명 ‘7·10대책’ 이후부터 주목받았다. 기존에는 주택 3채 이상 매수 때까지 취득세가 1%였고, 4채부터 4.6%가 부과됐다. 7·10대책 이후 조정지역 3채 이상부터 취득세가 12%로 높아지면서 주택 매수 장벽이 높아졌다. 다만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재개발지역 등 제외)는 취득세 중과에서 제외되면서 투자 테마로 각광받았고, 초기 투자자들은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제 2년이 흘러 지금 투자에 나선다면 수익률을 낮게 잡거나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갭투자 시 가장 두려운 건 역전세일 듯하다. 역전세는 어떻게 대비할 수 있나.
“전세가는 물가상승률에 연계돼 움직인다. 전세가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속하므로 돈 가치가 떨어질수록 집 사용가치인 전세도 장기간으로 보면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에서 공급이 많아지거나, 급격하게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가가 다소 주춤할 수 있다. 역전세가 걱정된다면 시장 평균치보다 다소 낮게 전세를 줘 하락 리스크를 방어한다. 또는 언제든 전세금 반환이 가능하도록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역전세가 발생했다는 건 부동산 사이클로 살펴보면 상승기가 끝나는 호황기 마지막까지 해당 물건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매매가가 꺾였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라면 애초 투자 시점에 양도세 기본세율 적용을 위해 2년을 보유해야 하므로 2년 뒤 공급량을 미리 체크해 매도 전략을 세워놓는다.”
서울 준공업지역 노후 빌라 주목
새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떤 지역을 눈여겨보면 좋을까.“이전 정부에서 진행했던 공공택지 142만 호를 제외하면 주택 공급 공약 물량 중 재건축·재개발 47만 호(수도권 30만5000호)가 가장 크다. 수도권 1기 신도시인 경기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가운데 분당과 일산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촌과 산본, 중동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 비율)이 204~226%로 법적 용적률 상한선(3종 일반주거지역 300%)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가능하려면 대지지분은 크고 용적률은 낮아야 한다. 이런 단지들은 연식이 오래돼 전세가는 낮고 투자 수요가 있어 매매가는 높다. 즉 소액투자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투자를 원한다면 도심·역세권·준공업지역 등의 복합개발 공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1월 발표한 ‘서울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에 따라 낙후된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에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과 맥락을 같이한다. 서울의 준공업지역 면적은 약 3.3%다. 영등포, 구로, 신도림, 가산디지털단지, 창동역, 증미역, 가양역, 등촌역 근처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지적편집도’를 클릭하면 파란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준공업지역이다. 이런 지역에 있는, 재건축 연한이 좀 된 노후 빌라를 눈여겨본다.”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고 있나.
“다주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수도권과 디커플링(탈동조화)되는 지역을 찾아서 수도권과 지방 물건을 6 대 4 비율로 운용한다. 또한 투자 종류 물건을 다양화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 지방의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 서울·인천의 구축 빌라, 서울 오피스텔 등 4종류의 주택을 4 대 2 대 2 대 2 비율로 보유 중이다. 마지막으로 보통 전세 갭투자자의 경우 전세를 낀 레버리지 투자만 고려하는데, 월세로 돌려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있다.”
세금 문제가 골치 아프진 않나.
“세금은 취득세,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양도세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취득세를 절약하려면 조정지역 1주택 취득세 1%(매매가 6억 원 이하), 비조정지역 2주택 취득세 1%(매매가 6억 원 이하)까지 매수하고, 3주택부터는 다시 공시가격 1억 원 이하를 사서 1%를 내거나 오피스텔을 매수해 4%를 내는 방법이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오래전부터 세금에 대비해 수도권 아파트 중 일부를 장기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놓아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를 받고 있다. 양도세는 새 정부가 출범한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1년간 유예돼 큰 의미가 없어졌으나, 수도권 물건은 결국 양도세 중과라 가능한 매도하지 않고 오래 보유하려 한다. 그 대신 지방 물건(지방 저가주택)은 양도세 중과 배제라서 2년간 보유 후 기본세율로 매도한다.”
최근 투자한 곳이 궁금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강남역 일대 원룸 오피스텔 5채를 매수했다. 모두 풀피투자였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위 입지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진행했다. 처음 산 아크로텔강남역은 1억7000만 원에 매수해 1억9000만 원 전세를 줬다. 다른 오피스텔도 모두 1억 원 후반에서 2억 원 초반에 매수해 매매가보다 600만~2000만 원 높은 가격에 전세를 줬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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