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아트스탁 대표. [조영철 기자]
소액투자로 고수익 가능
아트 주식은 미술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어 누구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소액투자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 투자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진호 대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10%가 미술시장에 투자되고 있는데, 한국은 0.02% 정도에 불과하다”며 “투자시장 왜곡을 풀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아트 주식 거래소를 오픈한 계기가 궁금하다.
“과거에는 파인아트가 부유층이나 권력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최근 파인아트가 민주적 자산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나는 파인아트가 주식 형태로 거래되는 것이 가장 민주적 수요 형태라고 판단했다.”
이 아이디어는 언제부터 생각했나.
“5년 전이다. 당시 나를 보고 다들 미쳤다고 했다.”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증권거래소 수준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시스템 개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3번이나 엎어졌다. 기술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2019년 12월 법인을 설립하고 2년이 지난 지난해 10월에야 베타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었다.”
최근 미술품 조각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조각투자와 아트 주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조각투자는 미술품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구매한 뒤 가치가 올라가면 매도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공동구매와 비슷한 형식이다. 반면 아트 주식은 주식 거래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선 공모 심사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1㎠ 단위당 공모가를 정한다. 상장 후에는 주식처럼 상설 매매를 통해 시장 가격이 정해진다.”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나.
“국내 중견 작가 작품 중 심사를 통해 공모 작품을 선정한다. 상장 심사는 전국 미술학 박사와 석사 16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진행한다.”
국내 작가 작품만 상장하는 이유가 있나.
“국내 중견 작가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해야 국내 미술시장이 살아난다. 이미 고인이 된 김환기 작품이 150억 원에 팔린들 현존 작가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특히 국내 작가들은 외국 작가들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 저평가 우량주인 거다.”
국내 현존 작가 작품은 가격 상승에 한계가 있다.
“기업은 IPO(기업공개) 이후 더욱 발전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아트스탁에 상장된 작가는 작품이 훌륭해서 선정됐겠지만 상장 이후 작품 활동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너무 낮게 평가되고 있어 유동성만 만들어진다면 가치는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국내 현존 작가 작품을 주식으로 매매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작가 영역을 넓혀 투자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주식시장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있는 것처럼 젊은 작가만을 위한 상장도 생각하고 있다. 솔비나 송민호처럼 작품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의 작품군도 있을 수 있다. 나중에는 해외 작가 작품도 상장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거래되는 작품 수는 어느 정도인가.
“상장 작품은 27점, 공모 심사 중인 작품은 100개 정도다.”
임봉재 ‘군상3’(왼쪽)와 김창열 ‘회귀’. [사진 제공 · 아트스탁]
“지난해 10월 베타서비스 오픈 당시 상장한 김창열 작가의 ‘회귀’(2018)는 2만1708개 SQ로, SQ당 1만3820원으로 시작해 당시 3억 원에 거래됐다. 임봉재 작가의 ‘군상3’는 공모가 2756원에서 4월 7일 기준 1만5200원으로 상승해 공모가의 5.5배 수준으로 올랐다.”
공모가보다 가격이 떨어진 작품도 있나.
“거의 없다.”
주식투자에는 고려해야 할 지표들이 있다. 아트 주식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해야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 예술품 가격은 감동의 총합이다. 많은 사람이 감동하면 가격이 오른다. 내가 감동을 많이 받았다면 다른 사람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작품을 분석해 투자하고 싶은 사람은 트렌드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만약 단색화가 유행이라면 그 이유를 알아보고 세계적인 추세도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 수가 어느 정도 되나.
“2200명 정도다. 앞으로 모바일에 상설 거래 플랫폼을 개설하면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늘 것이라고 본다. 현재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에서는 공모 거래만 할 수 있다. 아트 주식 매매 플랫폼은 한두 달 뒤 오픈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용자 2200명 정도면 매매가 원활하지 않을 것 같은데.
“아주 원활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뮤직카우(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초기 1년 거래량보다 지금 아트스탁 거래량이 많다.”
작품 전체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주식시장에는 상장폐지 절차라는 것이 있다. 작품이 마음에 들어 내가 완전히 소유하고 싶다면 공개 매수해 강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세금이나 수수료는 어느 정도인가.
“거래 수수료 0.3% 외에는 세금이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아트 주식뿐 아니라 미술품 오프라인 거래도 개인의 경우 현존 작가 작품에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미술품은 눈으로 보고 감상해야 진가를 발휘한다. 투자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나.
“투자자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모 기간 중 오프라인 전시를 열었다. 현재는 작품들이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지만 앞으로 상설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다.”
아트 주식 투자는 MZ세대 투자 트렌드와 교집합인 부분이 많은 듯하다.
“MZ세대는 자산을 가질 수 없는 세대다. 4050세대만 해도 자산을 갖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취업해 집을 사고 차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Z세대는 내 집 마련 꿈을 꾸지 않는다. 이런 MZ세대가 새로운 자산으로 여기는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자산이다. 암호화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안전하지 않은 자산이다. 반면 파인아트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다. 지금 아트스탁 투자자는 MZ세대보다 50대가 많지만 곧 MZ세대가 다른 세대를 앞지를 것이라고 본다.”
계량화 자산에 투자하는 MZ세대
도대체 4차 산업혁명 시대 투자 트렌드란 무엇인가.“혁명을 겪고 나면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 나타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개인의 네트워크 힘이 커지면서 자본을 쉽게 계량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 계량화돼 자본이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는 새로운 자산 형태에 좀 더 익숙해 또 다른 투자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골드뱅크 신화로 잘 알려진 1세대 벤처 사업가다. 닷컴열풍이 휘몰아치던 1997년 광고를 보면 돈을 주는 골드뱅크를 창업해 코스닥까지 진출했다. 그 후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투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지인들로부터 8억 원 정도를 모아 아트스탁을 시작했다. 초기에 시스템 개발이 2번이나 엎어지고 나니 1년 만에 투자금이 다 없어졌다. ‘이렇게도 말아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잠도 안 왔다. 그래서 쿠팡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1년 넘게 다녔다. 밤에는 알바를 하고 낮에는 작가들을 만났다. 2020년 12월부터 직원들을 다시 뽑았고 작가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수익 구조가 궁금하다.
“미술품 수익은 작가와 유통이 5 대 5로 나눈다. 아트스탁은 공모가의 70%를 작가에게 주고 30% 마진을 남긴다.”
미술계 반응은 어떤가.
“거룩한 예술을 어찌 조각으로 나눠 투자하느냐는 예술지상주의자들도 있지만,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도 많다. 무엇보다 생계가 어려웠던 작가들은 수입이 생겨 환호하는 분위기다. ‘통장 잔고가 평생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다’고 전화해 우는 작가도 있었다.”
아트스탁으로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
“오원 장승업과 클로드 모네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작가다. 장승업 작품도 모네 작품 못지않게 훌륭하다. 생존 당시에는 장승업 작품 가치가 훨씬 높았다. 장승업 병풍 하나가 기와집 10채 값이었다.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20억 원이라고 치면 200억 원 정도로 평가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뭇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 투자 규모도 OECD 회원국 평균으로 곧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저평가됐던 한국 미술품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본다. 아트스탁을 통해 국내 미술품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길 바란다. 그런 날을 꿈꾸며 노력할 것이다. 아트 주식이 투자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어서 오길 기대한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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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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