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해 리모델링을 앞둔 서울 송파구 가락 쌍용1차 아파트의 리모델링 후 예상 조감도. [사진 제공 · 쌍용건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 여전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94개 단지(7만889가구)가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완료했거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지정됐다. 2020년 58개 단지(4만311가구), 2019년 37개 단지(2만3935가구)에 비해 각각 76%, 196% 증가한 수치다. 올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및 조합 설립이 이뤄진 단지를 감안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일산·평촌·중동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특히 리모델링 움직임이 활발하다.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커진 주된 배경은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규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재개발로 47만 호 주택 공급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등 규제 완화를 공약한 점은 재건축·재개발 호재로 꼽힌다. 다만 재초환 등 주요 규제는 국회 입법 사안이라는 점에서 재건축 규제가 즉시 완화될지는 상황이 불투명하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별개로 재건축 규제가 실제로 언제 풀릴지는 미지수”라며 “빠른 사업 시행 등 리모델링 강점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쌍용건설은 훈풍을 탄 리모델링 시장의 최강자다. 지난해 전국 4개 아파트 단지(974가구)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해 시장점유율 39%로 1위를 차지했다. 한 해 누적 수주액만 2조5000억 원을 넘는다. 올해 쌍용건설이 리모델링해 분양하는 아파트·주상복합 단지는 전국 14개 곳에 달한다.
쌍용건설이 리모델링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 쌍용예가클래식 아파트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쌍용건설]
‘송파 더 플래티넘’ 역대 분양가 2위
쌍용건설의 리모델링 사업은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건설이 올해 국내 리모델링 단지로는 최초로 일반분양에 나선 서울 송파구 ‘송파 더 플래티넘’은 평균 259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으로 기존 299가구(전용면적 37~84㎡)에서 328가구(전용면적 52~106㎡)로 가구 수가 늘어났다. 이 중 조합원 물량을 뺀 29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3.3㎡당 분양가가 5200만 원으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3.3㎡당 5653만 원)에 이어 역대 분양가 2위를 기록했다. 성인이면 청약통장 없이 누구든 청약이 가능했고 분양권 전매 제한·실거주 의무 등 규제 대상이 아닌 점이 흥행 요인이었다.싱가포르 국보급 호텔 리모델링
쌍용건설이 리모델링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발족한 이후 시공 노하우를 축적했다. 쌍용건설이 도입한 대표적인 리모델링 맞춤형 기술은 ‘지하층 하향 증설공법’이다. 리모델링을 희망하는 노후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아파트 각 동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쌍용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 시공에 2개 층 지하 주차장 신설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연결되는 지하층 하향 증설공법을 도입했다. 엘리베이터는 건축물 기둥 역할도 하므로 구조 안전성을 더 높일 수 있다.리모델링 시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구조 안전성 제고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준공 15년이 지난 곳으로, 일부 단지는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기도 했다. 당장 붕괴 우려는 없더라도 주거용 건물로서 수십 년을 더 버텨야 하기에 리모델링 과정에서 구조 안전성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쌍용건설이 내놓은 솔루션은 ‘정공법’. 건축물을 구성하는 벽, 기둥 등 부재를 보완하는 단면 증설 및 철판·탄소섬유 보강 등 각종 구조 강화 공법을 도입한 것이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도 강화한다. 댐퍼(damper: 진동 흡수 장치)를 활용해 아파트의 제진(制震: 지진에 따른 흔들림을 흡수) 능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일반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인 진도 6.5를 상회하는 최대 7.0 규모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는 게 쌍용건설 측 설명이다.
입주민 편의를 고려한 설계와 시공 방식도 주목을 끈다. 쌍용건설은 리모델링 단지의 전체 아파트 1개 층을 필로티로 시공해 단지 내 개방감과 주민의 이동 편의를 확보하고 있다. 지상·지하층 공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공법은 공기를 단축시킨다.
‘리모델링 명가’ 쌍용건설의 명성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1991년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 리모델링은 건설업계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사례다. 래플스 호텔은 1887년 영업을 시작한 싱가포르의 국보급 호텔이다. 19세기 초반 싱가포르 영유권을 확보한 영국 정치가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의 이름을 딴 호텔답게 영국풍 콜로니얼양식 설계로 유명하다. 1989년 호텔 측은 100년이 넘어 노후한 건물을 개축하려고 나섰으나 세계 유수 건설사들조차 수주를 꺼렸다. 이유는 설계도면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업체가 바로 쌍용건설. 당시 쌍용건설 직원들은 래플스 호텔의 원형을 복원하고자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각지에서 확보하고 현지 노인들까지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년 만에 래플스 호텔 복원 및 중축 공사를 완벽하게 완료함으로써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1999년에는 ‘캐피털 스퀘어 빌딩 샵하우스’ 리모델링으로 싱가포르 도시개발청으로부터 건축복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 쌍용건설]
“新공법 개발, 전담 엔지니어 육성할 것”
쌍용건설의 리모델링 사업은 호텔 등 고급 건축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쌍용건설은 서울 힐튼호텔, 소피텔 앰배서더, 그랜드앰버서더 서울 호텔 등의 리모델링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쌍용건설 관계자는 “신축 공사에 비해 리모델링은 난도가 상당히 높아서 시공 경험 없는 건설사가 참여하기 어렵다”며 “리모델링 분야 1위를 지키고자 향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한층 더 확대하고 새로운 공법 개발 및 전담 엔지니어 육성 등 중장기 발전 전략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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