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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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파업에 수입 40% 줄어… 기사들 밥그릇 깨지 마라”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 “정상적 법 집행으로 영업 방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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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2-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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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지금 택배노조 파업 탓에 오랫동안 일군 거래처가 날아가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기사가 많아요. 너무 격앙되지 않도록 진정시키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의 파업에 대해 김슬기(32) 비(非)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국내 택배 시장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조 측은 △주당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제한하고 △택배기사 업무에서 분류 작업을 제외할 것 등의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라며 2월 10일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했다. 그간 본사와 대화를 요구하던 택배노조가 2월 23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측과 대화에 나섰지만 파업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극단적 선택한 대리점주에 부채감”

    김 대표는 “무리한 파업은 택배기사 밥그릇을 깨부수는 행위”라면서 “택배노조는 당장 집회와 파업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비노조택배기사연합은 노조에 속하지 않은 택배기사 약 3800명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주간동아’가 2월 18일 김 대표를 전화 인터뷰해 택배노조 파업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을 물었다.

    파업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지금도 실시간으로 거래처를 잃고 있다. 제대로 배달이 안 되는데 누가 믿고 물건을 맡기겠나. 수입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 택배노조 측은 회사와 대화하려고 본사를 점거했다고 말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저 정도로 심하게 영업을 방해하면 공권력이 기업과 택배기사를 보호해야 할 것 아닌가.”

    택배노조 소속이 아니라면 계속 업무를 하면 되지 않나.

    “현행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사용자의 채용제한’)에 따라 파업이 이뤄지면 사용자가 하도급을 통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는 배송위탁계약을 맺은 하도급 관계 아닌가. 택배노조 조합원이 파업하면 같은 대리점의 다른 기사들이 일하려고 해도 ‘하도급을 통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규정돼 불법이 되는 상황이다. 조합원의 쟁의에 대리점주와 다른 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조 소속 일부 택배기사는 파업 와중에도 자신들의 거래처 물건을 배송한다고 한다. 다른 기사들 일은 방해하면서 말이다. 화딱지가 난다.”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를 맡은 계기는?

    “지난해 8월 경기 김포시에서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괴롭힘을 못 이기고 한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정말 원통했다. 내가 문제를 좀 더 빨리 공론화하고 택배노조에 맞섰다면 그런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도 됐다. 부채감 아닌 부채감을 느껴 멘털(정신)이 흔들릴 정도였다.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로서 총대를 멘 계기였다.”

    지난해 8월 김포에서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해당 점주는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업무 방해에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택배노조 일부 조합원이 고인이 속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단체 대화방에서 고인을 조롱하거나, 쟁의 기간 중 물품을 배송한 비조합원 택배기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것이다. 고인이 숨지고 한 달이 지난 9월 택배노조 측은 “앞으로 대리점주와 비조합원에 대한 조합원의 욕설, 조롱, 협박, 폭언, 폭행 등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기사들에게 노조 가입을 요구하며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지난해 한 택배기사가 택배노조 조합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당국에 진정서를 냈는데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개입할 수 없다고 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돼 파업도 하는 실정인데,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일단 회사가 살아야”

    택배기사의 법적 지위는 모호하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는 택배기사가 업무상 사측의 지휘·감독을 받는 점 등을 근거로 택배노조 설립을 승인했다. 일부 택배업체와 대리점주 측은 고용노동부 결정에 반발했지만 이듬해 서울행정법원도 “택배기사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판결했다. 다만 노동부의 노조 설립 승인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모두 택배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취지다. ‘직장 내 괴롭힘’을 처벌하는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정부와 법원 어느 곳도 판단하지 않고 있다.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이 택배기사에게 유리하지 않나.

    “근로자로 일하고 싶다면 지금도 가능하다. 최근 CJ대한통운이 직고용 택배기사 1700여 명을 뽑고 있는데, 지원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개인사업자로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업을 영위해 일정한 책임을 지는 대신,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택배기사가 된 것 아닌가. 그게 싫다면 회사 소속 근로자로 일하면 된다.”

    사측 주장만 대변하는 것 아닌가.

    “나는 2011년부터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일단 회사가 살아야 나도 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애초에 택배기사가 대리점 측과 맺은 위·수탁 계약 내용이 특정 구역의 배송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로서 계약을 이행하기 싫다고 하면 어떡하나. 그런 점에서 택배기사를 위한 ‘택배법’을 제정해 입직할 때부터 개인사업자로 일할지, 택배업체에 직고용된 근로자로 일할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사업자 지위를 선택하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고, 노동자 지위를 택하면 자동차·연료 등을 회사로부터 제공받고 노조에도 가입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2월 2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2월 2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 있기를”

    택배기사 과로사는 분명 심각한 문제 아닌가.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CJ대한통운은 이미 택배기사들에게 건강검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장 현안은 근무 강도를 낮추기 위한 택배터미널 확장이다. 지금은 터미널마다 물량이 몰려 도크에 차를 접안할 자리조차 부족하다. 그런데 일감이 많은 수도권에는 각종 규제 때문에 터미널 신축이 어렵다고 한다.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 CJ대한통운 등 업체들이 수도권에 터미널을 여럿 짓게 해야 한다.”

    비노조택배기사연합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열심히 일하는 택배기사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의 정상적인 법 집행을 바란다. 노조원을 모두 체포하라는 식의 극단적 요구가 결코 아니다. 적어도 이들이 심각한 영업 방해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노조원이 아닌 택배기사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리한 파업을 강행하는 노조든, 일부 악덕 대리점주든 열심히 일하는 택배기사에게 찍소리도 못 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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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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