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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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일정 공지하는 카톡방을 왜 사찰?”

공수처 수사심의위원 이창현 교수 “공수처 총체적 부실… 정부·여당 눈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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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2-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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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심의위원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제공 · 이창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심의위원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제공 · 이창현]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도 아닌 내 통신자료를 왜 들여다봤는지 알 수가 없네요. 수사 성과를 제대로 못 내 조급한 마음에 그런 건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사와 관련된 통신자료 조회인지 해명해야 합니다.”

    “수사심의위원회 한 번도 안 열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휴대전화 가입자 신상 정보 등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수처의 통신 사찰 논란과 관련해 한 말이다. 이 교수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상임이사와 사법시험·변호사시험 시험위원을 지낸 형사소송법 전문가다. 사법시험 29회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북부지청(현 서울북부지검),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로 근무했고, 2002년 변호사 신분으로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6월 공수처 요청으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위원으로 위촉된 그는 “정작 수심위는 한 번도 열지 않은 공수처가 왜 내 통신자료를 뒤져 봤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수심위는 공수처의 직접수사 개시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하는 주요 기구로 출범했으나 아직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공수처는 이 교수뿐 아니라 사회 각계 인사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수처 인사위원인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등 자체 위촉한 외부 전문가와 야당 정치인, 국내외 언론사 기자, 가정주부 등 대상도 다양하다. 사실상 민간인을 사찰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공수처 측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과 경찰도 조회했는데 왜 공수처가 한 것만 사찰이라고 하느냐”고 맞서기도 했다. 이 교수는 1월 17일과 25일 ‘주간동아’와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갖고 통신 사찰 논란 등 공수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했다.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은 어떻게 알았나.

    “내가 속한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측에서 ‘최근 공수처가 민간인의 통신기록을 조회해 논란이 되고 있으니 우리 회원들도 확인해보라’고 하기에 알아봤다. 12월 18~19일쯤 통신사에 문의해 크리스마스 무렵 결과를 받았다. 공수처가 10월 13일자로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해 가입자 이름과 주소, 가입 일시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연루된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자료를 축적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김 의원이 학회원으로서 단체 카톡(카카오톡)방에 가입돼 있지만 활발히 활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해당 단체 카톡방에선 학회가 언제 열리는지 공지하고, 학회원들이 참가 여부를 표명하는 식의 대화가 주로 오간다. 형사소송법과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 학회원들이 개인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연회비를 납부하는 학회원은 150명가량인 것으로 아는데, 공수처는 그중 약 20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거나 확인했더라도 밝히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단체 카톡방에 적극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이 대상 아니었나 싶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수사와 관련해 △감청 등 통신 제한 조치 △통화 수·발신 전화번호 및 시간·장소에 대한 통신 사실 확인자료 요청 △전화번호 가입자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 조회를 할 수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공수처의 통신 조회는 세 번째 통신자료 조회에 해당한다. 앞선 두 가지 조치와 달리 법원 허가 없이 통신업체 측에 조회를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 수사와 관련해 통신자료를 조회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인 1월 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인 1월 2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뉴시스]

    이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일부 회원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은 “학회 인권이사 김정철 변호사가 공수처 측에 통신자료 조회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는데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며 “김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준비해 동참 의사가 있는 학회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공수처가 통신 기록을 광범위하게 열람한 것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시 이창현 교수와 일문일답.

    공수처로부터 따로 연락은 없었나.

    “지난해 6월 위촉장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 이후엔 없었다. 당시 기말고사 기간이라 참석하기 어려웠는데, 혹시 수심위 회의 등 다른 일정이 있는지 물어보니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 촬영만 한다’고 하기에 안 갔다.”

    수심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나.

    “그런 것으로 안다. 수심위에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으면 당연히 참석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공수처가 위원직을 제안했을 때도 수심위 활동이 형식상에 그칠 것 같아 고사했다. 그런데 공수처 관계자가 ‘열심히 하겠다’고 해 적절한 조언이든, 비판이든 하면 좋을 거 같아 위원직을 맡은 것이다. 그런데 여태까지 수심위가 열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공수처는 최근 정치·사회적 논란을 의식한 듯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1월 21일 공수처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최근 통신자료 요청과 관련해 국민이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우려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조회 범위가 과도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수사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실력·공정성 인정 못 받으면 존폐 기로”

    공수처가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유는 무엇일까. 1월 25일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사건 및 통화 내역 조회 피의자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면서 “수사상 필요한 통화 내역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확보하고 있으며, 선별·보관·파기 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공수처가 그런 식으로 해명해선 안 된다”며 “학회원이 모인 단체 카톡방을 들여다보고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어떻게 수사와 관련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공수처가 총체적 부실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해직교사 특혜 채용 의혹) 하나 송치한 것 빼고는 수사 성과가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등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경우에도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거푸 기각되고 기소조차 못 하고 있다. 결국 불기소해야 하는 사건을 붙들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정부 및 여당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사건을 빨리 처리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 ‘고발 사주 의혹’에서 이렇다 할 혐의를 찾지 못해 불기소 처리하면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데, 사실이라면 크게 질타받을 일이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공수처장이 3월 9일 대선 전 기소할 사건은 기소하고, 안 할 사건은 빨리 마무리하는 등 소신을 보여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실력과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공수처는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 공수처장과 차장은 자신의 직무 수행이 사회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그래야 공수처 검사들이 조직 출범 취지에 맞게 대통령 눈치 안 보고 고위공직자 수사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나.”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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