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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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통 자존심 구긴 롯데, 창고형 매장으로 승부수 띄운다

신동빈 회장, 맥스·제타플렉스·미니스톱 인수로 투자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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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2-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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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제공 · 롯데그룹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제공 · 롯데그룹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룹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이 e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며 ‘유통 명가’ 명성에 금이 갔다. 호황을 누리던 경쟁사와 달리 롯데 e커머스 ‘롯데온’은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온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4% 줄어든 240억 원, 영업손실은 460억 원이었다.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100억 원에 이른다.

    처참한 성적표에 롯데그룹은 연초부터 혁신의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변화 중심에는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혁신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혁신을 위한 시도는 미래 성장에 필수적이지만 과거 성공 방식을 활용할 수 없기에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며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월 20일 그룹 수뇌부 고위 임원 70여 명이 모두 참석한 ‘2022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다시 한 번 혁신을 위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새 시장, 새 고객 창출에 투자를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성장성 높은 창고형 할인점 사업 본격화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사진 제공 · 롯데마트]

    롯데마트 맥스 상무점. [사진 제공 · 롯데마트]

    그 밑 작업으로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단행한 2022년 정기임원인사에서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지던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맨’ 대신 각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했다. 김상현 전 DFI리테일그룹 대표이사는 유통군, 안세진 전 놀부 최고경영자(CEO)는 호텔 사업군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또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2017년 3월부터 적용해온 비즈니스 유닛(Business Unit·BU) 체제를 대신해 실행력을 강화한 헤드쿼터(Head Quarter·HQ)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를 조직해 각 BU장이 해당 사업군 경영을 총괄해왔다. 새 체제에서는 식품, 쇼핑, 호텔, 화학, 건설, 렌털 등 6개 사업군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 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 쇼핑, 호텔, 화학은 HQ 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경영 관리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맥스의 직영 빵집 1호점 ‘풍미소’.[사진 제공 · 롯데마트]

    맥스의 직영 빵집 1호점 ‘풍미소’.[사진 제공 · 롯데마트]

    맥스에서 판매하는 독일 DM사 화장품 ‘발레아’. [사진 제공 · 롯데쇼핑]

    맥스에서 판매하는 독일 DM사 화장품 ‘발레아’. [사진 제공 · 롯데쇼핑]

    맥스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프랑스 냉동식품 브랜드 ‘티리에’. [사진 제공 · 롯데마트]

    맥스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프랑스 냉동식품 브랜드 ‘티리에’. [사진 제공 · 롯데마트]

    혁신 신호탄은 창고형 할인매장 ‘맥스(Maxx)’가 쐈다. 기존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 빅(VIC)마켓’을 ‘맥스’로 변경해 사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요즘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사업은 창고형 할인점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 1위 코스트코는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회계 기준 2020년 9월 1일~2021년 8월 31일) 매출 5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8.3% 늘어난 수치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매년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5% 성장했다. 시장 흐름에 발맞춰 롯데마트도 새로운 먹거리로 창고형 할인점에 주목했다.

    맥스는 “새로운 상품으로 최대치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빅마켓에서 환골탈태해 브랜드뿐 아니라 상품 구성과 내부 배치까지 완전히 바꿨다. 1월 19일 송천점(전북 전주시) 오픈을 시작으로 1월 21일 상무점(광주), 1월 27일 목포점을 열었다. 3월에는 창원중앙점 오픈이 예정돼 있다. 기존 빅마켓 서울 영등포점과 금천점은 3월 중 맥스로 바뀐다. 창고형 할인점이 없는 호남과 창원 지역을 집중 공략한 뒤 점차 접전지인 수도권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맥스는 상품 차별화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맥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상품이 소비자 이목을 끈다. 프랑스 냉동식품 브랜드 ‘티리에’, 독일 DM사 화장품 ‘발레아’ 등이 대표적이다. 직영 빵집 1호점 ‘풍미소’의 치즈앤도우는 향후 시그니처 상품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또한 현재 35%인 단독 상품 구성비를 향후 50%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상품 차별화, 합리적 구성으로 고객 눈길

    롯데마트 서울 잠실점을 리뉴얼해 오픈한 ‘제타플렉스’(왼쪽). 제타플렉스의 대형 와인숍 ‘보틀벙커’.[사진 제공 · 롯데쇼핑]

    롯데마트 서울 잠실점을 리뉴얼해 오픈한 ‘제타플렉스’(왼쪽). 제타플렉스의 대형 와인숍 ‘보틀벙커’.[사진 제공 · 롯데쇼핑]

    맥스의 대표 경쟁력은 축산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주력 상품은 상위 3%의 미국산 프라임 등급 쇠고기와 마블링이 뛰어난 호주산 곡물비육 쇠고기다. 또한 창고형 할인점 최초로 국내산 동물복지 돼지고기를 선보인다. 닭고기 냉장육 전체도 동물복지 인증 상품으로 구성했다.

    창고형 할인점은 단위당 가격은 저렴하지만 대용량이라 상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도 종종 있었다. 이에 맥스는 대용량만 고집하지 않고, 3~4인 가족 중심의 합리적인 용량도 구성해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맥스 안에 다이소, 하이마트, 한샘, 보틀벙커 같은 카테고리 킬러(상품 분야별로 전문 매장을 특화해 판매하는 소매점) 매장도 함께 오픈해 원스톱 쇼핑을 돕고, 집객 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다.

    과연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방문 후기를 보면 “광주 사람들 다 몰리는 중” “롯데맥스는 어디든 핫한가 봄” “기대 이상, 3시간 쇼핑”이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런 소비자 반응에 대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고형 할인점은 젊은 층 유입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미래 가치가 밝다”며 “점차 이런 곳을 집중 공략하고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융합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매장 리뉴얼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잠실점을 리뉴얼해 오픈한 ‘제타플렉스’가 대표적이다. 제타플렉스는 10의 21제곱인 ‘제타(zetta)’와 결합된 공간을 뜻하는 ‘플렉스(plex)’의 합성어다. 무한에 가까운 숫자 제타를 사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한 공간에 담았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와인, 리빙, 애완동물 물품, 식료품 품목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와인 4000여 종이 구비된 1층 대형 와인숍 ‘보틀벙커’는 ‘와인 성지’로 입소문이 났다. 1월 2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오픈 첫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2% 증가했다. 매장 방문 고객 수도 32.5% 늘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미니스톱 인수, 온오프라인 융합에 활용

    롯데는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미니스톱 2603개 점포를 확보하며 점포 수로는 업계 3위가 됐다. [뉴시스]

    롯데는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미니스톱 2603개 점포를 확보하며 점포 수로는 업계 3위가 됐다. [뉴시스]

    M&A 시장에서도 롯데그룹은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월 21일 롯데지주는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3133억6700만 원.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미니스톱 인수 예상가는 2000억 원대였으나 과감한 베팅으로 인수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롯데가 올해 본격적인 M&A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미니스톱은 1990년 일본 미니스톱 모회사인 이온그룹이 대상과 함께 설립한 미니스톱 한국 법인이다. 2019년 대상이 지분을 모두 정리해 일본 측이 100%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롯데는 미니스톱의 2603개(2020년 기준)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편의점 점포 수 1위는 CU(1만4923개), 2위는 GS25(1만4688개)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품으면 점포 수 1만3000여 개로 업계 3위가 된다. 4위인 이마트24(5169개)와 격차도 더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매장 수가 늘수록 업계 경쟁력과 매출 역시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 점포 수가 많아지면 납품업체와 협상력이 커지고 물류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롯데의 미니스톱 인수 역시 전국 소매 유통망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가 꼽는 미니스톱의 강점은 시장 초기 선점한 우수한 입지와 경쟁사 대비 넓은 면적이다. 전기오토바이 충전, 금융, 세탁 서비스, 가전 케어 등 고객 편의 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자연스레 나온다. 전국망을 갖추고 있어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미니스톱은 국내 편의점 최초로 즉석 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배달과 테이크아웃 중심의 패스트푸드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며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왔다. 이런 역량을 활용한 차별화된 매장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롯데 관계자는 “편의점은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며 “편의점을 온오프라인 융합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온라인 사업 역량 강화에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비 중심축이 e커머스로 넘어간 상황에서 온라인 사업 투자가 더 효율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점포의 상권이 겹칠 수 있고, 미니스톱 점주들의 다른 브랜드로 이탈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롯데는 내년까지 맥스 매장 20개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마트 리뉴얼 작업에도 고심하고 있다. 앞으로 월평균 매출 100억 원가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점포를 선정해 리뉴얼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오프라인 투자로 자존심 회복에 나선 롯데가 유통시장을 다시 장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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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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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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