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위키피디아]
물리적 파괴 · 전자전 안 먹히는 LRASM
AGM-158C 장거리대함미사일 (LRASM). [사진 제공 · 미 해군]
이 정도 능력으로도 P-8A는 북한 잠수함에 ‘사신(死神)’ 같은 존재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P-8A를 ‘항모 킬러’로 만드는 성능 개량 사업을 시작해 관심을 끈다. 미 해군 항공시스템 사령부(NAVAIR)는 4월 21일 보잉과 7300만 달러(약 812억4900만 원) 규모의 P-8A 개량 프로젝트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2024년 10월까지 보잉이 제작한 P-8A 해상초계기에 록히드마틴의 AGM-158C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을 탑재하는 것이 뼈대다.
LRASM은 현존 대공 방어 시스템으론 대응할 수 없는 최강의 장거리대함미사일이다. 스텔스 설계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다. 미사일을 미사일·기관포로 물리적 파괴(hard kill)를 할 수 없을 때 실시하는 전자전도 LRASM에는 통하지 않는다. LRASM은 내장한 전자전 대응 장비로 전파 원점을 확인해 그 군함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섣불리 방해 전파를 쏘는 것은 자신의 좌표를 알리는 ‘자해 행위’인 셈이다. LRASM은 인공지능이 적용된 소프트웨어 덕에 지능적인 공격 전술도 구사한다. 탐색레이더 · 사격통제레이더 등 레이더 전파를 통해 적함과 민간 선박을 구분한다. 적함을 탐지하면 사전에 입력된 데이터와 대조해 함종을 파악하고 약점을 정확히 타격한다. 데이터링크를 이용해 주변의 다른 LRASM과 함께 적 방공망을 돌파할 접근 대형 및 돌입 코스도 짠다.
450㎏ 탄두가 대형 구축함 두 동강
한국 해군의 P-8A가 LRASM을 탑재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전남 완도 인근 해안을 비행하던 한국 해군 P-8A 해상초계기가 서해 태안반도 앞 격렬비열도 해역에 침입한 중국 해군 052D 구축함과 교전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완도와 격렬비열도의 직선거리는 약 300㎞로 P-8A와 중국 구축함은 레이더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P-8A가 완도 상공에서 LRASM을 쏴도 중국 구축함은 발사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 미사일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초계기가 쏜 LRASM은 시속 1000㎞ 속도로 비행해 약 19분 후 목표에 도달한다.미사일 내장 컴퓨터엔 052D 구축함의 레이더 전파 정보가 모두 저장돼 있다. 목표 해역의 수십 척 적함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중국 군함은 지근거리에서 적외선 센서로 LRASM을 확인할 것이다. H/RJZ-726 전자전 장비로 방해 전파를 쏴도 스스로 표적임을 LRASM에 재확인해줄 대책이 못 된다. 결국 미사일은 052D 구축함의 약점인 연돌 하단 선체에 명중한다. 기존 대함미사일의 1.5배에 달하는 450㎏의 강력한 탄두가 폭발해 7500t급 대형 구축함을 두 동강 낸다.
이처럼 강력한 LRASM을 탑재한 P-8A가 한반도 상공을 초계한다면 어떤 적도 우리 해역을 넘볼 수 없다. 한국 해군의 LRASM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의지와 타이밍이다. 해군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P-8A 6대를 인수할 예정이다. 미 해군이 P-8A LRASM 시스템 통합 작업을 마치는 것은 2024년 10월이다. 2025~2030년 본격적으로 P-8A 기체의 성능을 개량한다. P-8A를 도입하자마자 미국 측에 개량 패키지 판매를 요청한다면 한국 해군 P-8A도 가공할 대함 타격 능력을 갖출 수 있다. LRASM 시스템 통합에는 수백억 원, 미사일 도입에는 기당 5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군당국은 미국의 사업 일정을 면밀히 확인해 지금부터 LRASM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그럼 5년 후 우리는 북한 잠수함은 물론, 중국 항공모함도 덜덜 떨게 할 강력한 대함 공격기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