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사용 증가로 라이더가 인력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인력시장의 중심이 배달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라이더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라이더 호출 기계도 다뤄야하는 반숙련 노동자라는 점에서도 일용직 노동자와 구분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라이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 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배달전문 업체들 간의 라이더 확보 쟁탈전 또한 치열하다.
앱 분석서비스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8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등 배달입의 결제 금액 추정치가 1조205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달인 7월(9940억 원)과 비교해도 약 28% 늘었다. 이용객 수로 따져도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1006만 명)’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서비스하는 ‘요기요(531만 명)’가 전체 배달앱 시장의 97% 이상을 차지한다.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의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모바일 앱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분석한 ‘8월 쿠팡이츠 월간 순이용자’는 70만 명으로 1년 전 17만 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위메프오 월간 순이용자도 지난해 8월 2만3000명에서 올해 8월 17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지자체까지 배달앱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서울시는 9월 16일 소상공인이 배달 주문을 받을 때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배달앱 ‘띵동’을 비롯, 중소 배달 7곳을 묶은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시켰다.
배달 수요 급증에 라이더 쟁탈전 치열
배달 앱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음식을 배달해 줄 라이더 수요는 대폭 늘었다. 배달의민족은 7월 초 2000여 명 수준이던 라이더를 최근 3000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5000여 명의 라이더 채용공고를 냈지만 실제 지원자 수는 1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활용하는 전업 라이더 수가 제한돼 있어 단기간에 새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더가 부족하다 보니 배달 시간이 지연되기 일쑤고, 이는 소비자나 음식점주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배달 업체들이 ‘라이더 모시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배달시장은 소비자→배달주문업체(배달앱)→음식점→배달대행업체(바로고·생각대로·부릉 등)→배달대행대리점→라이더→소비자 순으로 연결된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식당에서 이를 접수해 배달 대행업체에 배달 요청을 하고 배달대행업체 본사와 계약을 맺은 전국의 지사는 각 지역에서 주문을 접수한다. 지사 소속 라이더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소비자에게 전해준다. 이때 라이더에게 가는 배달비는 각 지역의 지사가 결정한다. 지사는 주문량과 라이더 공급량을 고려해 건당 배달비를 정하고 이를 라이더와 나눠 갖는다. 배달비가 3000원이면 보통 지사는 300원, 라이더는 2700원 정도를 가져간다.
배달앱과 라이더가 직접 계약을 맺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배민의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의 ‘요기요플러스’, 쿠팡이츠의 ‘쿠리어’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배달비는 각 배달앱에서 결정하는데, 배달 수요가 많거나 기상 악화로 배달 환경이 좋지 않은 날에는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배달 수수료를 더 높게 쳐준다. 쿠팡이츠는 최근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건당 최대 2만 원까지 주겠다는 프로모션을 내세워 라이더 확보 전쟁에 나섰다. 그러자 기존 배달대행업체들도 서울 강남권 등 배달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수료를 연쇄적으로 인상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등장한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배달비를 최소 5000원으로 책정해 라이더들을 모집했다. 쿠팡이츠는 주문량과 배달 시간, 거리 등을 고려해 탄력요금제를 적용하는데 최근에는 평균 약 1만7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배민라이더스는 신규 라이더 1명당 최대 100만원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요기요는 신규 라이더에 최대 2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에서도 배달앱으로 넘어가려는 기사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그 결과 라이더들의 수익은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지난해 배달의 민족은 연평균 약 4800만원, 상위 10%는 7500만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가 공개하는 ‘고수익 라어더 순위’에 따르면 하루에 40~60건을 배달해 40만~50만원을 버는 라이더들도 있다. 이 경우 연 1억2000만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화제가 된 ‘라이더 연봉 1억’도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얘기일 뿐 대다수는 “연봉 1억 원은 신기루”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모션 비용이 없다면 월 300만·400만원 이상의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배달대행업체 소속 기사 김모 씨는 “하루에 12시간씩 30~40건을 배달해야 250만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며 “‘누가 더 많이 벌었다’하는 소리를 들으면 경쟁심에 교통신호도 무시하면서 빨리 달리느라 라이더들만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는 여성 라이더 등장
라이더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배달업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새 인력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만큼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배달노동자단체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비가 10년 째 건당 3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합당한 수준으로 올라가야 음식점 사장님도, 소비자도 적당한 가격의 수수료를 내고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배달 종사자가 늘어날 환경이 조성되고, 수수료 인상도 적절하게 제한될 것이라는 게 박 위원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