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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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보다 10% 더 줄어든 취업자, ‘취업 빙하기’ 초입에 불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5-19 11: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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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위기 첫 두 달 취업자 감소 101만 8000명, 외환위기 당시 92만 3000명 넘어서

    • 취업 1년 늦어지면 10년 급여 평균 4~8% 가량 낮아져, 평생 소득 크게 줄어

    • 최근 첫 직장을 구하는 청년들은 IMF세대보다 더 심각한 불이익

    취업 공고를 보고 있는 청년들.

    취업 공고를 보고 있는 청년들.

    “누가 잘못한 일이 아니라, 원망할 곳도 없고 왜 지금 이런 일이 생겼는지 억울하네요.” 취업준비생 이모(27)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올 상반기 취업은 포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계획을 밝힌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상반기 취업 시장에 도전해 봤지만 낙방의 연속이었다. 확실히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한 곳도 낙방하고 나니, 이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일단 아르바이트에 전념해야겠다 싶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는 친구들도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5월 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공공 취업 지원 포털 ‘워크넷’을 통한 기업의 신규 구인 규모는 14만 4886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 6928명(24.5%) 감소했다. 반면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수는 38만 1980건으로 작년 동월 대비 1626건(0.4%)늘었다.

    취업 한파는 연령을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세대는 신규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다. 취업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임금 인상까지 감안해 보면 취업규모 및 임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세대에 비해 평생 수입에서도 차이가 생긴다.

    각종 연구보고서들은 코로나 시대의 취업준비생들이 역대 가장 힘든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국내 고용시장이 크게 얼어붙었던 IMF 외환위기(1998년)와 리먼브라더스(2009년) 사태에 비해서도 작금의 신규고용 지표가 나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분기 고용률이 말해주지 않는 것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직전까지 청년층의 고용지표는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2018년 1분기 청년 고용률은 42.1%였지만, 2019년 1분기에는 42.9%였고, 지난해 4분기에는 44.1%까지 올랐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소폭 받은 올 1분기에는 고용률이 42.6%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 5월 6일 발표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서 청년취업 빙하기가 지난해 3, 4분기에 시작됐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형적인 청년 (15~29세)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실제 고용률은 오히려 감소세였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 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고용보조지표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이나 학생들을 추가해 계산하면 실질 고용률은 2018년 1분기 22.9%. 이후 2019년 2분기에 24.7%까지 증가했다가 3분기부터 22.3%로 감소하더니 4분기에는 20.5%까지 떨어졌다.



    2020년 1분기에는 고용보조지표가 23.7%로 소폭 상승했지만 코로나19로 취업 한파가 도래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2018년 1분기의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는 53.1%였고, 지난해 동기에는 53.3%였지만 올해는 55.1%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재학, 진학준비 등 학생의 비율은 40.2%, 39.8%, 40.8%로 등락이 있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의 비율은 2018년 5.3%에서 이듬해 5.9%, 2020년에는 6.0%로 올랐다. 취업을 포기하고 쉬고 있는 청년 비율도 3.5%에서 3.9%, 4.6%로 점차 늘었다. KDI보고서는 ‘3월 중순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코로나가 확산돼 각국의 통제가 강화된 것에 따른 영향은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2분기 이후 통계에 본격적인 고용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첫 직장 낮은 임금, 10년 뒤까지 지속

    보고서는 현재의 고용 빙하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고용 상황과 비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2008년 4분기부터다. 이때부터 실질 GDP 성장률이 감소(-1.7%p)했기 때문. 당시 가장 큰 고용률 감소를 보인 세대가 20~30대였다. 20대는 2009년 1분기와 2분기 고용률이 전년대비 2% 이상 크게 감소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위기고용률 -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 캡쳐

    금융위기고용률 -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 캡쳐

    분기 고용지표 비교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크게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월별 비교에서는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5월 18일 발간한 ‘코로나 위기와 4월 고용동향’ 보고서는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가 과소 보고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 같은 위급 상황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표보다 지난달에 비해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전월 대비보다 전년 동월 대비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계절 변인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라면 전년 동월 대비보다는 전월 대비, 혹은 2개월 전 대비 자료가 고용 시장의 코로나 영향력을 측정하기에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서는 전년 대비 지표로 2020년 4월 취업자가 지난해 4월 취업자에 비해 48만 명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 첫 두 달 취업자 감소 수 따지면 101만 8000여명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어난다. 이는 외환위기 첫 두 달 취업자 감소 수인 92만 3000여명을 넘어선 기록이다.

    고용 불안은 전 세대에 비슷하게 찾아왔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취업자 감소세가 가장 큰 연령은 60세 이상(-44만 명)이었다. 그 뒤로는 청년(15~29세)이 21만 명 줄었고, 50대와 40대, 30대는 각각 19만 명, 16만 명, 18만 명 정도 취업자가 줄었다.

    하지만 이들 중 지금 막 취업 전선에 뛰어든 청년 계층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KDI의 보고서는 ‘미취업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 임금 손실 외에도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일자리를 잡는 시점이 평생 임금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보고서는 ‘첫 입직이 1년 늦으면 같은 연령의 근로자에 비해 10년 동안의 임금이 연평균 4~8% 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것도 문제였다. 보고서는 ‘불리한 경기 때문에 첫 직장 임금이 10% 낮아질 경우 경력 10년차 이후로도 같은 연령의 근로자보다 임금의 10% 이상 낮거나 전일제 취업률이 1%p 이상 낮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경우 다른 세대보다 고용률 회복이 더뎠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40대와 50대는 전년대비 고용률 감소치가 최대 2%를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2009년 3~4분기에는 감소치가 0%대로 회복됐다. 하지만 20~30대는 2009년이 다 지나서야 회복세를 시작했다. KDI 한요셉 지식경제 부연구위원은 “현재 사회 안전망을 확대해 고용 위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나, 여전히 미취업 청년은 이 대상에서 배제되기 쉽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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