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중인 대구 장애인들.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코로나19 검사받으러 오라” 전혀 연락 없어
대구 중구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2월 23일부터 센터 직원 29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중 13명이 장애인이다. 그런데 센터 소속 장애인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식사와 청소 등을 도와주는 활동지원사들도 함께 자가격리돼 자가격리 장애인들이 ‘도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기자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형태(가명·37) 씨는 “밥 먹는 거, 청소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뇌성마비를 앓아 몸 전체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뇌병변 장애인인 오성덕(가명·39) 씨는 “혼자 씻을 수는 있지만, 식사나 빨래는 혼자 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구청에서 놓고 간 구호물품은 오히려 이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형국. 김씨는 자발적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사흘 만인 2월 26일 대구 남구청으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통보받았고, 그 이튿날 식재료를 전해 받았다. 구청 직원이 집 앞에 놓고 간 것은 500㎖ 생수 5병과 쌀 5kg, 김, 라면 두 봉지, 참치통조림 3통. 김씨는 손발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해 이러한 식재료로 요리를 할 수 없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밥을 배달시켜 먹는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나 포장재를 혼자 치우기 어려워 집 안 꼴이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씨 역시 구청으로부터 비슷한 구호물품을 전해 받았지만, 혼자서는 사용할 수 없어 그대로 놓아둔 상태다. 그는 “직장동료가 방호복을 입고 집에 와줘 그나마 편의점 음식을 일주일째 먹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가격리 중인 대구 장애인 김형태(가명·37) 씨가 직접 찍어 보낸 사진들. [사진 제공·김형태]
자가격리 장애인에 시민 도움 절실
구청은 자가격리자에게 체온 측정을 요구한다. 스스로 자기 체온을 측정해 전화로 구청에 알리는 방식이다. 김씨와 오씨도 구청으로부터 체온 측정을 요구받았다. 김씨는 “나는 다행히 스스로 체온을 잴 수 있지만, 장애인 중에는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현재 대구지역에 몇 명의 장애인이 자가격리 중인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에 머무는 중인지 파악된 바는 없다. 비장애인과 달리 식사, 목욕, 청소 등 일상생활은 물론, 만일의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대구지역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비상 상황인 건 잘 알지만, 인력 및 생필품 지원 시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자가격리 대책과 확진자 전담의료병원을 운영해달라. 자가격리 장애인을 위한 시민의 도움도 절실하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 대구광역시에서 자가격리 장애인을 도와줄 장애인 생활지원인을 모집합니다. 지원자는 보건복지부 및 대구시 지침에 준하는 근로조건에 따라 일하며, 1일(24시간) 기준 28만7000원 급여를 지급받습니다. 문의처는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010-2528-3869).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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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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