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입시 부정 의혹이 불거진 조국 법무부 장관(왼쪽). 서울 소재 대학 입시 설명회 현장.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참석했다. [동아DB, 뉴스1]
집중 포화의 대상이 된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 지난 정부 때부터 등장한 학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대신 수상경력이나 학생의 생활태도 등을 대입에 반영하겠다며 등장한 제도다. 하지만 학부모의 영향력이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드러나자, 제도 취지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계는 학종에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수능 점수 위주의 대입 선발 방식인 정시전형이 명문대 진학자 중 고소득층 출신 비율을 높였지만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전형 위주의 선발 방식은 그 비율을 줄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교육시장의 영향력이 줄고, 공교육 내실화가 이뤄졌다는 게 교육계의 주장이다.
수시전형 비율 올라가며 사교육비 점차 늘어
그러나 통계청 집계는 달랐다. 사교육 참여율을 비교해보면 학종 도입 후와 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사교육 참여율이란 전체 학생 중 돈을 내고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비율을 가리킨다. 학종 도입 후 사교육 참여율은 큰 차이가 없었을뿐더러, 일부 조사 구간에선 정시전형 위주의 제도 시행 당시보다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다.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72.2%. 반면 2012년 사교육 참여율은 69.4%였다. 2012년은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도가 시범 도입돼 첫 합격자가 나온 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시전형 선발 비중이 지금보다 높았다. 2012년 수능을 본 2013학년도 대학 합격자 중 정시전형 비율은 37.1%, 수시전형 비율은 62.9%였다. 지난해 이 비율은 각각 23.8%, 76.2%로 변했다.
사교육비도 2012년 이후 줄곧 늘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2년 학생 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6000원. 2013년에는 23만9000원, 2014년에는 24만2000원으로 올랐다. 2016년부터 사교육비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5년 24만4000원이던 것이 2016년 25만6000원, 2017년 27만1000원으로 증가했다. 2012~2017년 수시전형 비율이 늘어난 만큼 사교육 부담도 증가한 셈이다.
물론 수시전형 비율과 사교육 부담은 항상 정비례하지 않는다. 수시전형 비율이 더 낮았던 2009년(56.7%)에는 사교육 참여율이 75.0%로 지난해에 비해 2.8%p가량 높았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를 수시전형의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수시전형 선발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
현재 수시전형은 학종 외에도 논술전형, 특기자 전형, 재외국민 전형 등이 있다. 이 중 예체능 특기자를 뽑는 특기자 전형과 해외에서 학업을 마친 학생을 위한 재외국민 전형의 비중은 총 10% 정도다. 당초 수시전형은 대부분 논술로 합격자를 가렸다. 과거 대학 본고사와 비슷해 대학별 서술형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논술전형은 사교육 부담을 높이는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위권 대학에서 주로 논술전형을 실시하는데, 공교육 과정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고난도 문제가 출제돼왔기 때문. 정치권에서도 문제 해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논술전형 폐지를 내걸었다. 정부는 2020학년도 대학 입시부터는 단계적으로 논술전형을 폐지할 계획이다. 사교육 참여율의 소폭 하락도 논술전형 축소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시전형 회귀 여론 높지만 교육계 반대
9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 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DB]
최근에는 수시전형 가운데 학종 비율이 가장 높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부터는 학종으로 대학에 간 학생이 수시전형 합격자의 과반 정도를 차지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9학년도 수시모집 주요 사항’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이 수시전형으로 선발한 인원은 2만3816명. 이 중 1만4632명(61.4%)이 학종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학종 선발 비율이 높았던 대학은 고려대(73.7%), 서강대(69.8%), 서울시립대(66.8%), 경희대(66.2%) 등이다.
교육계 주장대로라면 학종 비율이 크게 늘었으니, 사교육 부담은 줄었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2017년 사교육 참여율은 71.2%로, 올해에 비해 1.0p% 낮았다.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2.7%에서 82.5%로 소폭 감소했지만 중학생은 67.4%에서 69.6%로, 고등학생은 55.9%에서 58.5%로 올랐다.
사교육 참여 시간도 같은 기간 1주일 평균 6.1시간에서 6.2시간으로 늘었다. 초등학생의 사교육 시간은 6.7시간에서 6.5시간으로 줄어든 반면, 중학생은 6.4시간에서 6.5시간으로 소폭 올랐고, 고등학생은 4.9시간에서 5.3시간으로 비교적 많이 증가했다. 사교육비도 인당 월평균 27만 원에서 28만9000원으로 늘어났다.
학종 등 수시전형이 늘어날수록 사교육 부담이 함께 증가하자, 일각에서는 정시전형 중심 체제로 회귀하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도에 ±4.4%p)에 따르면 응답자의 63.2%가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정시가 보다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내신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기준으로 하는 수시가 보다 바람직하다’는 답변은 22.5%였다.
교육계는 여전히 수시전형이 정시전형보다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공무원시험처럼 객관적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는 수능이 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난도가 너무 높아진 수능은 공교육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한데, 저소득층은 이 같은 경쟁에서 시작도 하기 전 탈락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수시전형이 늘어나자 일부 명문대의 경우 지역 편중 현상이 완화됐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학종의 기여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대 합격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입학생의 출신 지역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10월 1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학년도 서울대 최종등록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대 입학생이 많은 시군구 상위 20개 지역이 전체 입학생의 절반을 넘었다(51.8%). 정시전형 합격자 중 20개 지역 출신 학생은 63.2%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이 비율이 58.7%로 줄어들었다. 편중 현상 완화에 크게 기여한 것은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20개 지역 출신 학생의 비율이 37.1%에 불과했다.
늘어나는 공교육 입시 비리로 신뢰도 바닥
교육부도 학종에 손을 댈 예정이다. 10월 1일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해 학생부에 기재하는 비교과영역(봉사활동,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을 반영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생의 다양한 활동과 잠재력을 보겠다는 학종의 취지가 무색해지면 대입 전형에서 내신,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내신 위주로 선발한다 해도,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처럼 내신 시험지 또는 답안지가 유출되거나 학생부를 고치는 행위를 차단할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2015~2018년 내신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한 사례는 고등학교 12곳, 학생부를 고친 사례는 중고교 14곳에서 적발됐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임모(19) 씨는 “학교에서는 입시가 어려워져 사교육시장이 커진다는데, 어려워진 입시를 학교의 노력으로 해결해보려는 생각은 왜 안 하냐”라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