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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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비트코인이 아닌 블록체인을 보라

부동산 거래 등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규제 일변도는 안 돼

  •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입력2017-12-19 11: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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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4년 전 일이다. 2013년 12월 5일 한 매체에서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비트코인의 이모저모를 살피는 기사를 냈다. 비트코인이 1차 폭등할 때였다. 2013년 1월 13달러도 안 하던 1비트코인이 1100달러까지 찍었다. 1년 만에 90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가상 인터뷰 형식의 기사에는 이런 전망이 담겨 있었다. 

    “두고 봐! 등락은 있겠지만 1비트코인이 수천 달러, 그러니까 수백만 원까지 오를 테니까.” 

    이런 전망은 바로 웃음거리가 됐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1비트코인은 약 1147달러로 정점을 찍더니 하락을 거듭했다. 1년가량 계속 떨어지던 비트코인 가치는 2015년 1월 14일 177.28달러까지 내려간다(85% 하락). 올해 1월 2일 1비트코인이 다시 1000달러를 넘기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 

    그 후는 익히 아는 바다. 1년간 광풍이 불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상화폐(요즘에는 세계적으로 ‘암호화폐’라 부른다)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8월 1비트코인이 3000달러를 넘기더니 지금은 1만 달러(약 1090만 원)를 넘어선 상태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2000만 원을 넘겼다. 그런데 4년 전 그 기사를 쓴 기자는 비트코인을 샀을까.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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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이 수천만 원 되든 말든!

    폭등하는 암호화폐 때문에 정부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해는 간다. 무서울 정도로 등락 폭이 큰 데다, 금처럼 실물도 없는 것에 엄청난 돈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등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 같은 ‘상품’으로 여기기보다 게임할 때 주고받는 ‘사이버 머니’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낯선 것은 늘 두려운 법이다. 알다시피 암호화폐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알쏭달쏭한 개념을 거칠게 설명해보자. 우리는 어떤 거래를 할 때 항상 그 거래를 보증하는 제3의 기관을 상정한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돈을 송금할 때는 그 가운데 은행이 있다. A와 B가 땅을 거래할 때는 그 가운데 등기소가 있다. 

    이런 거래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A가 B에게 은행을 통해 10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천재 해커가 은행 전산망을 뚫어 A가 B에게 1000만 원 송금한 내용을 감쪽같이 삭제하거나 500만 원만 보냈다고 조작하는 일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은행이 설치한 이중삼중의 방화벽을 뚫기 어렵고, 거래 내용도 따로 저장되지만 말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왜냐하면 A와 B가 거래한 내용 사본을 A와 B뿐 아니라 C, D, E 등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 모두가 나눠 보관하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 내용이 빼곡히 채워지는 영역이 블록(block)이고, 이런 블록이 사슬(chain)처럼 연결돼 있다고 해서 이름도 ‘블록체인’이다. 

    이렇게 거래 내용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두가 공유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앞에서 언급한 거래 정보 조작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 A, B, C, D, E 등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두의 정보를 모조리 수정해야 조작이 가능한데, 그런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중간에서 거래를 보증하는 제3의 기관이 필요 없다. 당연하다. 거래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으니 굳이 별도 기관이 필요할 리 없다. 자연스럽게 그런 거래를 보증하는 기관이 갖던 막대한 권력과 그 권력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엄청난 자원도 필요 없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발행 기관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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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블록체인 기술로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부동산 거래 혁신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면 굳이 등기소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온갖 부동산 거래를 보증하고, 또 그 기록을 엄청난 자원을 동원해 보관할 이유가 없다. 거래할 때마다 블록체인에 정보가 기록될 테고, 그 기록이 조작될 가능성은 없다. 

    투표 시스템도 혁신할 수 있다. 투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전 국민의 휴대전화를 연결한 다음 어떤 선택을 하게 한다. 그 선택은 암호화돼 블록에 기록된다. 이 블록체인 투표를 조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반복해 설명하자면, 전 국민의 휴대전화를 동시에 조작하는 일은 엄청난 자원을 들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에너지 전환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확대하려는 태양광 에너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각 집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저마다 필요한 전기량이 다르다. 만약 자신이 생산한 전기 가운데 쓰고 남은 것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면 어떨까. 

    블록체인 기술은 바로 이런 일, 즉 개인 간 전기를 사고파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 A가 자기 집 지붕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 가운데 쓰고 남은 것을 B에게 판매하면 그 기록은 고스란히 에너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남는다. 이런 거래를 보증하는 별도 기관도 필요 없다. 중간에 이문을 남기는 거간꾼이 없으니 효율적일 뿐 아니라, 공급자와 소비자가 가져가는 몫도 크다.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실체도 모호한 4차 산업혁명 타령을 하면서 정작 인터넷만큼이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블록체인 기술을 규제하는 데만 힘쓰는 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둘러싼 소동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염두에 두면 한갓 해프닝일 뿐이다. 

    4년 전 그랬듯 한 차례 거품이 빠지면 암호화폐를 둘러싼 광풍도 자연스럽게 잦아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질문에 답하자. 4년 전 비트코인이 수천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기사를 썼던 그 기자는 정작 비트코인을 하나도 안 샀다. 어떻게 아냐고? 그 기자가 바로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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