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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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왔다

‘케뱅’과 ‘카뱅’의 ‘빅뱅’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무서운 질주…예금·대출 이율, ATM·해외송금 수수료 등 비교해보니

  • 김유림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8-04 16: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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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7일 오전 7시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은 케이뱅크와 함께 양사 체제로 재편됐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라 부르는 카카오톡(카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삽시간에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출범 당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모바일 가입자 폭주로 접속 오류가 속출하기도 했다. 또한 대출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나이스평가정보 서버에도 문제가 생겨 다른 은행과 신용카드사 업무까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닷새 만인 7월 31일 101만 계좌를 유치했다(8월 2일 기준). 4월 시장에 먼저 진입한 케이뱅크가 같은 기간 약 10만 계좌를 모집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케이뱅크는 출범 석 달이 지난 현재 44만 계좌를 유치한 상태다.
    여·수신액에서도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카카오뱅크의 여신액은 3230억 원, 수신액은 3440억 원이다. 반면 출범 100일이 지난 케이뱅크는 여신액 6300억 원, 수신액 6900억 원을 기록 중이다. 조만간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캐치프레이즈는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다. 그렇다면 케이뱅크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를까. 먼저 ‘모바일 전용’ 대 ‘PC(개인용컴퓨터)+모바일’로 구분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는 은행이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없애고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공통된 취지다. 하지만 온라인에 접근하는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케이뱅크는 모바일과 PC를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으로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카카오뱅크 역시 홈페이지가 존재하나 은행 업무를 동일하게 처리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금융 업무 서류(대출 서류 관련)를 받기 위한 용도일 뿐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은행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랜섬웨어 등 PC 보안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두 은행 모두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고신용자는 카카오뱅크 대출 유리   

    인터넷전문은행의 꽃은 단연 대출상품이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제1금융권이라는 점과 연 3~4% 초반대의 중금리를 강점으로 내세워 이용객에게 환영받는 분위기다. 게다가 ‘비대면 심사’로 대출 과정이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편하다. 단, 케이뱅크는 24시간, 365일 대출이 가능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평일에만 이용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대출상품은 서울보증보험과 연계돼 있어 야간과 주말에는 이용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에서 내놓은 대출상품은 ‘비상금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등 총 3가지다. 금융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카카오뱅크 대출 후기’란 제목의 게시물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중에는 ‘시중은행에 대출이 있는데 추가로 카뱅(카카오뱅크)에서 금리 3%대로 7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카뱅에서 마통(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는데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적게 나와 당장 갈아탈 생각이다’ 등 만족감을 표하는 의견이 많다. 

    8월 2일 기준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연 2.86~7.4% 이자로 제공되고 있다(19쪽 표 참조). 이는 시중은행의 평균 이자보다 낮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기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대출 이자는 신용등급 1~2등급은 연 3.41~5.5%, 9~10등급은 4.42~13.24%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신용등급이 1~2등급인 사람은 시중은행보다 카카오뱅크에서 마이너스통장대출을 받는 게 이익인 셈이다.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는 신용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카카오뱅크는 가산금리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비교해도 고신용자라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케이뱅크 ‘미니K마이너스통장’의 이자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8월 2일 기준 확정금리 5.50%로 제공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대출 한도는 최대 1억5000만 원으로, 일반 직장인의 모바일대출 가운데 가장 높다. 대출 과정도 매우 간편하다. 은행을 직접 방문하거나 복잡한 서류를 제출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공인인증서로 대신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팩스로 서류를 제출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은 연 2.86~9.8%에 최대 한도가 1억5000만 원이다. 중간에 일부 또는 전액을 상환해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 ‘비상금대출’은 연 3.35~15% 금리에 최대 300만 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비상금처럼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고, 이자도 사용한 만큼만 내면 된다.

    한편 케이뱅크 ‘슬림K중금리대출’은 확정금리 4.16%에 신용등급 7등급까지 이용 가능한 상품으로, 최대 39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상환은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하게 되며, 대출 기간의 절반이 지나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 케이뱅크 출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직장인K신용대출’은 올 목표액 4000억 원이 초과돼(3개월간 5700억 원 집행) 7월 1일부터 판매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예상보다 많은 수요로 자칫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8% 이상)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송금 수수료,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

    예금 부분에서는 카카오뱅크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연 2.0% 금리를 제공하고, 케이뱅크의 거치식 예금상품인 ‘플러스K정기예금’은 최고 금리가 2.1%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적금의 경우 카카오뱅크는 1년 만기가 연 금리 2.0%이며 자동이체를 설정하면 0.2%p 추가 금리를 제공한다. 케이뱅크의 적립식 예금상품인 ‘코드K자유적금’은 1년 만기 기준으로 최고 2.1%, ‘플러스K자유적금’은 2.5% 금리를 제공한다.

    예·적금 모두 케이뱅크의 금리가 높지만 이는 우대조건을 충족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최고 금리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기본 금리다. 따라서 소비자 본인이 케이뱅크 우대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송금 서비스에서도 두 은행은 차이를 보인다. 현재 케이뱅크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등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송금 가능 지역은 미국, 유럽을 포함해 22개국이고 해외송금 수수료는 5000달러(약 564만4000 원) 이하 5000원, 5000달러 초과 시 1만 원이다. 일본, 태국, 필리핀 등은 일률적으로 8000원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가 해외송금엔 제일 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체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간편하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다. 단, 카카오뱅크는 카톡으로, 케이뱅크는 문자메시지로만 송금 내용을 보낼 수 있다. 수신인은 송금 메시지를 클릭한 뒤 자신의 은행계좌번호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간편송금은 상대방 휴대전화에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앱이 깔려 있지 않아도 가능하다. 다만 수신인 이름, 휴대전화번호나 계좌번호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 송금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성이다. 현재 우리나라 카톡 이용자 수는 4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다수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뱅크는 홍보나 인지도 면에서 분명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카톡 성공을 기반으로 터득한 마케팅 노하우 등이 은행업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알록달록한 색상과 귀여운 디자인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결제가 집적회로(IC)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에 따라 카드 모양도 세로형이고, 프렌즈 캐릭터를 길게 그려넣어 사용자가 세로형 카드임을 직관적으로 알게 했다. 이 체크카드는 결제와 입출금 기능 외에도 해외결제(마스터카드)가 가능하고, 후불교통카드로도 쓸 수 있다. 

    한편 케이뱅크는 네이버, KT, G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다양한 캐시백과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케이뱅크의 통신캐시백형 체크카드는 KT 통신요금을 최대 3만 원까지 돌려준다. 포인트 적립형 카드를 쓰는 경우에는 모든 가맹점에서 포인트 1%를 쌓을 수 있다. 또 케이뱅크 이용자는 전국 GS25 편의점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고, 카카오뱅크 이용자는 밴(VAN)사 기준 BGF핀링크, 한국전자금융, 롯데피에스넷, 노틸러스효성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올해 말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수장의 각기 다른 ‘전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심성훈(53) 케이뱅크 은행장은 서울대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경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988년 KT에 입사해 자회사인 KT이엔지코오 경영지원총괄 전무까지 거친 정통 KT맨이다.



    대표도 이름 부르는 유연한 조직문화

    카카오뱅크는 이용우(53), 윤호영(46) 공동대표를 세워 ICT(정보통신기술)와 금융의 융합을 도모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동원증권이 옛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할 때 실무를 주도하고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을 진행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온 윤 대표는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최초로 온라인 보험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다음 경영지원본부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 등을 지내며 금융과 ICT를 동시에 경험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 두 사람은 2015년 11월 카카오뱅크 예비인가 작업부터 함께하기 시작해 카카오뱅크 정식 출범까지 2년 가까이 동고동락했다.

    업계에서는 IT 전문가 1인 체제의 케이뱅크와, 금융 및 IT 분야를 나눠서 이끌어가는 카카오뱅크의 2인 체제 중 어떤 게 더 효과적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처럼 대표가 2명이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훨씬 더 쌓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려면 케이뱅크처럼 결정권자 1명이 빠른 판단과 결단을 내리는 게 나을 수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모두 ICT와 금융을 융합한 새로운 은행을 지향하는 만큼 조직문화가 매우 유연하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연공서열에 따른 위계질서가 엄격한 시중은행과 달리 총 직원이 300명 남짓인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스타트업 같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회사도 금융사 본사가 대거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나 을지로가 아닌, 서울 광화문(케이뱅크)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카카오뱅크)에 위치해 있다.

    두 은행 모두 칸막이를 없애 직원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사무공간을 설계했고 안마실, 카페 등 언제든 직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놓았다. 복장 규제도 당연히 없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직원 대부분이 반팔에 반바지, 슬리퍼(혹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특징은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서로 업무용 영어 이름을 부른다는 점이다. 이용우 대표와 윤호영 대표도 사내에서는 ‘얀(yan)’과 ‘다니엘(Daniel)’로 불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각자 맡고 있는 분야가 있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굳이 직급이나 호칭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외부적으로는 매니저, 시니어 매니저, 임원 정도의 직급이 존재하지만 사내에서는 직원들끼리 서로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PSD2 유로존 도입, 금융업의 새로운 판도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파격적인 행보에 시중은행들의 마음은 더욱 바빠지게 생겼다. 하루빨리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편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지도 오래됐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센터장은 “은산분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비금융 주력자가 은행시장에 새롭게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다. 이제는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금융 기회를 줄 것이 아니라,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미래 금융을 이끌어나갈 준비가 된 기업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센터장은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선보일 새롭고 다양한 퍼포먼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중은행들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카카오뱅크는 메신저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해놨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 KT 역시 통신사 이용객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융 업무 장벽은 곧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 유로존이 도입하는 금융결제에 관한 새로운 규제 ‘PSD2(Payment Services Directive 2)’의 혜택이 금융 판도를 또 한 번 바꿔놓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PSD2는 고객이 인증하면 은행이 해당 고객 정보를 첨단기술업체에 제공할 수 있게끔 한 제도다. 이 혜택을 노리고자 미국 페이스북과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까지 결제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이 개인과 상인 계좌에서 바로 이체하면 신용카드사도 필요 없게 된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통 금융기관을 대체할 순간이 곧 다가올 것이란 얘기다.  

    페이스북은 이미 개인 간 자금 결제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조만간 기업 간 결제서비스도 시행할 계획이다. 알리바바도 영국에 전자화폐 업무 허가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미국, 영국, 일본을 연결하면서 이미 누적 금액 15억 달러(약 1조6916억 원)의 소상공인 대출을 실행했고, 지난해 대출 잔액이 4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공필 센터장은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직까지 할 수 없는 국제 업무나 무역금융 등에 주력하되 미래 금융에 맞설 대응책을 반드시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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