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을 수 없는 것은 그릇에 올리지 않는다’는 말은 당연한 것 같지만 음식점에 가면 왕왕 대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생선회 접시에 담긴 채 썬 무나 파슬리, 제육볶음 아래 깔아놓은 깻잎, 중국 요리 귀퉁이의 꽃당근 등이다. 요리를 돋보이게 하는 식재료지만 안타깝게도 버려지기 일쑤다. 맛보다 모양에 더 신경 쓰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모국정서’라는 술집에 가면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화려하고 예쁜 요리가 많다. 모든 음식이 1인분씩으로 한 그릇의 양이 적다 보니 섬세함과 정갈함이 더욱 돋보인다. 화사한 색감과 고운 자태에 덥석 먹기 미안한 가니시(garnish)가 종종 등장한다. 물론 망설임 없이 싹 먹어도 된다. 이곳의 가니시는 요리에 따라 소스가 되고, 토핑이 되며, 반찬이 되고, 입가심을 도와주는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한 접시에 요리사가 구상한 맛의 의도가 담겨 있으니 식재료를 남기면 나만 손해다.

살이 보드라운 금태구이는 활짝 핀 꽃 같은 무절임과 조린 알밤이 함께 나온다. 금태는 잔가시를 모두 발라내고 껍질에 칼집을 여러 번 내 꼬치에 끼워 직화로 굽는다. 거의 다 익으면 아몬드페이스트를 몇 차례 덧발라가며 구운 뒤 그릇에 담고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린다. 촉촉한 살코기와 고소한 페이스트, 바삭한 아몬드를 한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먹는다. 아삭하고 시원한 것이 당겨 꽃무 한 송이를 집어 먹는다. 생선을 다 먹고 나면 입안에 배릿함이 약간 돌아 달콤한 밤으로 입가심을 해본다.

‘모국정서’는 계절 재료와 조리법을 다채롭게 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접시에 담긴 모든 것을 먹을 수 있게 하려면 요리사는 그만큼 준비 시간에 공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우리는 한 점 남김 없이 먹는 것이 그 노고에 대한 답례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