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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경기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의 얘기다. 임플라논은 성냥개비 모양(4cm×2mm)의 피임기구로, 팔뚝 위쪽의 피부 아래 이식하면 3년간 호르몬이 방출돼 임신이 99% 이상 차단된다. 중간에 제거하면 바로 임신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은 워낙 피임에 신경 쓰는 걸 귀찮아한다. 임플라논은 한 번 시술한 뒤 오랫동안 잊고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귀찮아서든, 쑥스러워서든 우리나라가 ‘피임 후진국’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공임신중절을 법으로 엄격히 금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임 실패로 원치 않는 임신에 이르는 이가 적잖다. 산부인과 의사들에 따르면 특히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난 뒤 이 문제 때문에 병원 문을 두드리는 이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피임은 어렵지도, 번거롭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법을 크게 △자연주기법 △먹는 피임약 △콘돔 △자궁 내 장치와 미레나 △기타 호르몬 피임법 △불임수술 △살정제 △응급피임약 등으로 분류한다. 이 밖에 질외사정이나 수유를 피임 수단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 하지만 자연주기법, 살정제, 질외사정, 수유 등은 실패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적절한 피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콘돔의 경우도 사용법을 정확히 지키면 피임 성공률이 98%에 달하지만, 미숙한 사용자는 임신 확률이 1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콘돔은 물리적 차단 장치로, 각종 성 매개 질환을 예방하는 데 큰 구실을 한다. 따라서 확실한 피임을 위해서는 ‘콘돔+α(알파)’를 준비하는 게 좋다.
주의할 것은 세상 어떤 피임법도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임약은 생리통 경감, 여드름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을 주지만, 흡연자가 복용하면 혈전을 유발할 수 있다. 임플라논 시술의 경우 부작용으로 체중 증가가 보고된 바 있다. 자궁에 넣어 임신을 방지하는 장치인 미레나는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이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성 원장은 “피임할 사람의 건강 상태나 생활 습관, 나이, 성생활 패턴 등을 알아야 그에 알맞는 피임법을 추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피임·생리이야기’(wisewoman.co.kr/piim365)도 피임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내게 맞는 피임법을 찾아라
피하 이식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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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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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내 삽입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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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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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의 ‘우리가 만드는 피임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