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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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 못 해 후회되는 것은…” 퇴직 전 꼭 챙겨야 할 한 가지

[김성일의 롤링머니] 은퇴 후 삶 좌우하는 돈과 투자 공부로 안정적 수익 얻어야

  • 김성일 ‘마법의 연금 굴리기’ 저자

    입력2023-08-1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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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취업에 갓 성공한 선배다. 신입사원이 동경하는 이는 ‘업무의 달인’이라고 소문난 대리급 직속 상사다. 그렇다면 퇴사 혹은 퇴직을 앞둔 이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일 테다.

    흔히 ‘퇴사’와 ‘퇴직’이라는 말을 혼용하곤 하는데 정확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취직했다’고 얘기하는 상황을 법률 용어로 설명하면 ‘근로관계가 성립된 경우’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관계는 근로계약 체결에 따라 성립하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법률관계를 의미한다. 이 근로관계는 자동소멸, 퇴직, 해고 등 3가지 이유로 소멸된다.

    [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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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이상 퇴직 남녀 400명에게 물었다

    먼저 자동소멸은 계약 기간 만료, 정년퇴직, 회사 소멸, 근로자 사망 등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퇴직은 근로자 사정에 의한 경우로 임의퇴직, 합의퇴직, 당연퇴직 등이 있다. 근로자가 그만두겠다는 의사표시(사표 제출)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락(사표 수리)한 경우를 합의퇴직, 사용자 동의가 없는 경우를 임의퇴직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퇴사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당연퇴직은 업무와 관련된 필수 자격증이 취소되거나, 휴직 기간 만료 후 일정 기간 내 복직 신청을 하지 않아 취업규칙에 의해 당연퇴직을 시키도록 규정한 경우를 말한다. 세 번째 해고는 사업장에서 실제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상관없이 근로자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해고(통상해고), 징계해고, 정리해고 등이 해당된다.

    근로자가 원해 사직서를 제출하든, 정년이 돼 근로계약이 종료되든 누구나 퇴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다수 사람이 퇴직 이후 삶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퇴직을 고민하거나 언젠가 퇴직이 당연한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 바로 퇴직자들의 살아 있는 경험담이다.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50세 이상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직 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에서 은퇴 후 가장 후회되는 것 1위는 ‘재정 관리’로 전체 응답자 가운데 150명이 선택했다. 재정(finance)은 금융이라는 단어로 바꿔 쓸 수 있으며, 금융 관리는 곧 돈 관리라는 얘기다.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퇴직 후 일자리 계획 및 준비(98명)인데, 이 역시 첫 번째 답변인 돈 관리와 관련된다. 나머지 답변으로는 건강관리(71명), 취미·여가 계획 및 준비(46명), 가족 및 인간관계 관리(14명) 등이 있었다. 돈 관리가 잘 됐다면 건강관리나 취미·여가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돈 관리가 잘 안 됐다면 건강이나 취미·여가에 관심 가질 여력은커녕 다음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한다.



    연금 및 연금 외 자산과 관련한 세분화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연금과 관련해 응답자 중 174명은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에 관심을 더 갖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다. 그다음 104명은 국민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신경 쓰지 못한 점을, 35명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찾아 쓴 것을 후회했다. 실제로 상당수 퇴직자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넘어온 퇴직금을 바로 찾아서 쓴다. 아무리 급해도 쓰지 말아야 할 돈이 있는데 말이다.

    또 연금 외 자산과 관련해서는 주식이나 펀드 투자 경험을 미리 충분히 쌓아두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다(108명). 가진 자산을 잃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새로 배워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투자 공부를 등한시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퇴직 후 목돈이 있어도 투자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커피숍을 창업해 고생만 하다 목돈을 날리는 사례도 많고, 노후 대비용으로 마련한 상가의 공실로 비싼 은행 이자와 관리비만 내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주식이나 펀드, 아파트 갭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성과는 몇 달 반짝 공부한다고 나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투자와 공부를 겸해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은퇴 전 다양한 퇴직 준비를 해야

    설문조사 결과에는 일자리 마련과 관련된 내용도 담겼다. 응답자들은 퇴직 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 부업을 미리 시작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되는 일로 꼽았다(139명). 퇴직 후 활용 가능한 자격증이나 석박사학위를 미리 따지 못한 것(72명), 회사일로 바쁘더라도 좀 더 일찍 재취업·창업 준비를 시작하지 못한 것(56명), 회사 밖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인맥을 쌓지 못한 것(36명), 눈높이를 낮춰 마지막에 왔던 이직 기회를 잡지 못한 것(2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퇴직 후 일자리 역시 돈과 관련돼 있다. 돈 관리가 제대로 됐다면 일자리가 아니라 취미나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썼을 테니 말이다.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직장에 다니는 이들에게 지금부터 돈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간단히 말해 퇴직 후 쓸 돈을 따로 마련해야 하며, 국민연금이 아니라 개인연금에 잘 모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저축펀드, IRP 같은 계좌를 활용해 돈을 모으면 좋다. 세액공제, 과세이연, 저율과세 등 혜택도 제공되니 더할 나위 없다. 그렇다고 돈을 개인연금에 모아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납부한 금액을 은행 예적금 같은 현금성자산에 놔두는 건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퇴직 전까지 남은 긴 기간은 투자 수익을 높이기에 더없이 좋은 자원이다. 퇴직연금(DC형) 계좌에 있는 돈도 그냥 놔두어선 안 된다. 적절한 자산배분으로 운용해 수익을 높여야 한다.

    이렇게 준비해도 퇴직 후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활용해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취미나 부업거리에 미리 도전해보는 것이다. 학위나 자격증을 따도 좋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사 밖에 인간관계도 만들어놓아야 한다. 돈 관리와 더불어 퇴직 후 할 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다니는 회사에서 임원을 달려고 시간을 모두 투입하기보다 다양한 퇴직 준비를 통해 에너지와 시간, 열정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오래 사는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지금부터 노력하면 가난하게 사는 것은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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