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7

2007.08.07

우유배달 고교생 김성근 “나를 키운 8할은 우유”

  • 김성원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입력2007-08-06 10:0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하나 둘, 하나 둘!” 소년은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골목을 지나 큰길로 나왔다가 다시 다음 골목. 모퉁이에 유리병을 놓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2시간 남짓의 새벽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 우유배달 소년은 훗날 투수를 거쳐 감독이 된 김성근이다.

    1950년대 중반 일본. 김성근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우유배달을 시작했다. 용돈벌이와 함께 체력단련을 위해서였다. 매일 새벽, 같은 시각에 일어나 다리운동을 하고 우유를 돌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점장은 우유를 넉넉히 배달통에 싣는다. 추가로 주문하는 집도 있고, 배달하다 병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때는 팩이 없었다).

    김성근은 점장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남은 우유는 제가 다 마셔도 되나요?” 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남은 우유는 모두 김성근의 몫.

    1년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교 1학년 때 교실에서 맨 앞줄에 앉던 김성근의 키가 몰라보게 자랐다. 겨울이 되자 반에서 키로 2, 3등을 다툴 만큼 성장했다. 지금도 김성근이 우유를 ‘정말 대단한 완전식품’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김성근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OB 코치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훈련 도중 음료수를 마실 일이 있으면 우유를 마시라고 주문했다. 물보다 우유가 몸에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이온음료가 따로 있던 시절도 아니어서 선수들은 물 대신 우유를 마시라는 지시에 마지못해 따랐다고 한다.

    당시 구원투수이던 현 두산 투수코치 윤석환은 입단했을 때 그야말로 마른 나뭇가지처럼 몸매가 가늘었다. 그는 김성근의 훈련 중 우유 복용 주문을 잘 따랐다. 그리고 수년 후 몸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구원부문 타이틀이 생긴 첫해에 구원왕에 올랐다. 윤석환은 김성근이 지금도 자랑하는 ‘우유 우등생’ 중 하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