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8

2005.03.29

고전 재해석 독특 … 춤의 재미 만끽

  •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3-24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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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재해석 독특 … 춤의 재미 만끽
    항상 기다려지는 안무가들의 작품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 발상으로 세계를 해석해낼지, 마치 연구자의 연구결과를 기다리듯 언제나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런 안무가의 작품이 공연될 때는 무리한 입장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역시’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공연장을 빠져나와 벅차오른 가슴을 진정시키려, 아니 그 감흥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약간의 알코올을 섭취한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가 밝아지면서 배우들이 등장하면 관객들은 그들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영화를 볼 때도 그렇지만, 특히 공연을 볼 때는 더 생동감 있게 살아 있음을 만끽할 수 있다. 무용수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땀으로 목욕을 한 듯한 육체를 볼 때면 인간의 몸이, 인간의 움직임이, 인간의 노동이 저렇게 아름답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렇게 길게 서론을 시작한 이유는 탁월한 재해석의 주인공, 안무가 매튜 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비디오를 통해서였다. 한창 춤 공부를 할 때 여기저기서 자료를 모았는데 그중 하나가 그의 ‘백조의 호수’(사진)였다. 지금까지 여러 안무가들이 ‘백조의 호수’를 공연했지만, 그 누구도 울룩불룩한 근육남들에게 백조의 날갯짓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틈새를 노린 것일까? 매튜 본은 백조의 깃털 의상을 남자 무용수들에게 입혔고, 환상의 무대를 만들었다. 매튜 본의 또 다른 작품 ‘호두까기 인형’은 또 어떤가. 매튜 본은 110년 동안 공연돼온 ‘호두까지 인형’을 그만의 상상력으로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다. 그가 해석하는 고전은 늘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젊은 안무가의 눈에 비친 현대를 고전에 투사하고 여기에 춤의 재미를 더해 관객의 시선을 끈다.

    얼마 전 일본으로 출장 갔다가 그의 작품을 만났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한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는 것이다. 공연과 때를 같이하여 그의 작품을 담은 DVD도 몇 개 있어 그중 ‘The Car Man’을 구입했다. 카르멘이 원작인 작품인데, ‘Carman’을 ‘Car Man’으로 비틀기한 것이다(이 작품은 한국의 개그맨들이 꼭 봐야 할 공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넘치는 에너지는 화면을 뚫고 전해지는 듯했다. ‘호두까기 인형’의 장난기 넘치는 위트가 아닌 질척한 땀냄새가 나는 ‘카르멘’이었다. 역시 매튜 본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가? 커튼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남자 무용수들이 막이 오르는 순간 점프를 하면서 무대로 등장하는 바로 그 장면. 그것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다. 5월10일부터 이 작품이 다시 우리나라에서 공연된다고 한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행복한 기대감의 연속이자 설렘이다. 햇살 가득한 봄날 날아오를 멋진 근육의 백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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