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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브런치’ 8 味 … 입은 즐겁다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브런치’ 8 味 … 입은 즐겁다

‘브런치’ 8  味  … 입은 즐겁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 호텔 ‘테마 레스토랑 8’의 맛깔스런 디저트.

브런치(brunch)는 아침식사(breakfast)와 점심식사(lunch)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식사를 하면 점심 먹기가 애매해져 결국 하루에 두 끼만 먹게 되는데, 이런 느지막한 아침식사를 ‘브런치’라고 한다.

서울에는 얼마 전부터 브런치 메뉴를 하는 곳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기왕 아침에 늦게 일어났으니 드라이브 삼아 서울을 탈출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생각으로 가본 곳이 ‘하얏트 리젠시 인천 호텔’의 브런치다.

‘테마 레스토랑 8’이라는 컨셉트가 일단 재미있다. 어째서 ‘8’이냐고 물으니 카페, 스시, 델리, 디저트, 쿠치나(Cucina·이탈리아어로 요리란 뜻이며, 여기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그릴, 야키도리(꼬치구이), 누들즈(Noodles·국수)가 모여 레스토랑 전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레스토랑의 첫 느낌은 인테리어가 아주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내 마음에 든 것은 현대조각 같은 일종의 분수(또는 사각형 돌 위의 연못)였다. 같은 주제로 크기와 모양을 달리해가며 레스토랑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호텔 로비에 걸린 서양화가 이강소의 최근 그림도 아주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백남준의 네온 조각은 별로 그 자리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지나치게 강렬해 전체적인 조화를 깨고 있는 듯한, 세종문화회관 로비에 설치된 백남준 비디오 작품 같았다. ‘캐비어’가 아무리 비싼 재료라고 해도 어느 요리에나 넣을 수 없는 것처럼, 인테리어도 전체적인 조화를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가의 작품일지라도 너무 자주 보이면 다양성의 관점에서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분위기였다. 이 식당의 ‘오픈 키친 시스템’에서는 일본인 디자이너가 설계한 그 특유의 세련됨이 느껴졌다. 최근 도쿄의 롯폰기에서 가본 조엘 호부숑(Joel Robuchon)의 ‘L’ATELIER’는 스시 바를 프렌치 레스토랑과 접목한 곳이었는데, 초밥집처럼 손님이 요리사와 마주보고 앉게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주문을 하고(바텐더 같은 스타일의 웨이터가 주문을 받아 요리사에게 전달한다) 요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구경하면서 요리사와 이야기도 한다. 프랑스 요리를 서구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진 곳에서 먹지만, 그 정신은 아주 일본적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서양인들은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좋아한다고 한다. 그곳을 보며 우리 한정식 집의 분위기에서 프랑스 요리를 대접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시간적 구성과 공간적 구성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뭔가 새로운 생각이 나면 다음 회에 소개하겠다.

‘브런치’ 8  味  … 입은 즐겁다

① 브런치 뷔페에는 동서양의 각종 요리가 고급스럽게 준비돼 있다. ② 여러 종류의 꼬치구이들. ③ 깔끔하고 통일성 있게 꾸며진 레스토랑 내부.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요일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테마 레스토랑 8’에서 먹을 수 있는 선데이 브런치는 뷔페지만 뷔페답지 않은 식사였다. 흔히 각종 요리를 한꺼번에 내놓으면 하나하나 나올 때만큼의 정성이 들어 있지 않아 그 모양이나 맛에서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곳의 요리는 독립적으로 나올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요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꼬치구이들이었다. 밥을 꼬치에 꽂아 구운 것, 메로구이 등등. 초밥도 일반 뷔페와 비교할 때 초밥집의 초밥과 거의 비슷하다. 보통 뷔페에서 나오는 초밥은 모양만 봐도 맛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 이탈리아 전채들도 좋다. 메론을 이탈리아 생햄으로 싼 것, 카르파치오 등. 치즈도 여러 종류가 있고 빵도 상당히 좋다. 생과일 주스도 다양하다. 과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특히 샐러드가 인상적이었다. 전담요리사가 있을 정도다. 이럴 때 일본 사람들은 사치스러운 게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아주 감동받고 좋아한다. 일본에서 만난 한 교수는 도미머리찜을 먹으며 부자가 아닌 자신이 이런 사치를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고, 너무 행복하다며 몇 번이나 머리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아무튼 시저스 샐러드와 믹스트 샐러드 중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즉석에서 전담요리사가 만들어준다. 이런 서비스는 내가 알기로 국내 뷔페에는 없는 것 같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가끔 샐러드를 테이블 옆에서 직접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물론 그때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손님이 서서 주문하고 다 만들어지면 직접 가져가야 하지만, 이렇게 생생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디저트. 음, 디저트도 아주 다양하다. 초콜릿 무스 케이크 같은 것도 좋지만 내 마음에 든 것은 생크림과 타피오카를 믹스한 것에 메론즙을 올려 작은 잔에 담은 것이었는데, 2개나 먹었다. 다양한 맛과 질감의 향연이다. 쫀득하고 부드럽고 사각사각하고, 달고 시큼하고, 미지근하고 시원하고…. 와플도 전담요리사가 구워주는데(더 바삭하면 좋을 텐데) 나쁘지는 않다. 이렇게 많이 먹고 나면, 난 항상 커피를 마신다. 평소에는 다즐링 같은 홍차를 선호하지만 위장을 씻어내리기 위해 일부러 진한 커피를 마신다. 오랜만에 많이 먹었다.

서울 시내에 있었다면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번 더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가장 빨리 바다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고, 그때 ‘레스토랑 8’에 들러보는 것도 미니 여행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주간동아 429호 (p98~99)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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