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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으로 본 요리

‘파스타’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파스타’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파스타’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벽돌 오븐에서 익혀 내오는 해산물 스파게티(아래)와 네 가지 치즈와 소시지, 브로콜리 등이 들어간 리가토니.

사람들이 파스타 먹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굉장히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먹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스푼 위에 파스타를 적당량 올려놓고 포크로 돌려서 먹는 ‘정식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 포크만 써서 입으로 가져가는 사람, 심지어 이로 잘라 먹는 사람도 있다. 이는 국수 가락이 길기 때문인데, 냉면의 경우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리 가위로 면을 잘라두기까지 한다.

둘째, 먹는 소리도 정말 다양하다. 후루룩, 호로록, 쓰~읍, 쩝쩝…. 그러나 파스타를 먹을 때는 원래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일본 영화 ‘담뽀뽀’를 보면 한 레스토랑에서 일종의 ‘신부교실’의 한 코스로 서양음식을 먹을 때의 에티켓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아주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의 강사가 스파게티를 먹을 때 절대로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며 시범을 보인다. 그런데 건너편에 있는 한 서양 남자가 후루룩 소리를 내며 스파게티를 먹는 게 아닌가. 20명에 가까운 젊은 여성들이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하고,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악을 쓰는 강사의 모습이 아주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이 영화에서처럼 사실 유럽인이나 미국인들도 꼭 격식에 따라 식사하는 것은 아니다. 테이블 매너가 나쁜 사람도 많이 있고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에게는 더 관대하다. 그러나 때와 장소에 따라 격식의 정도가 다르고 이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 가령 수프를 먹을 때 스푼을 뒤쪽에서 앞쪽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소리를 내면 분위기를 깨기 쉬우며 예의 없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음식을 먹을 때 소리 내는 것에 대해 관대한 문화권이 있고 민감한 문화권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소리에 대해 관대함을 넘어서 지나치게 무신경할 때가 많다. 음식을 먹을 때 내는 소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음식의 경우 뜨거운 국물은 ‘호~’ 불어 먹어야 하고 국수는 젓가락으로 ‘후루룩’ 먹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할 때는 소리를 내지 않고 먹을 수도 있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내는 ‘쩝쩝’ 소리다. 전에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2, 3명을 빼고는 모두 ‘쩝쩝’ 소리를 내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도 와인을 마실 때는 입을 살짝 벌려 공기를 빨아들이기도 하지만 음식에 공기를 섞는 소리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은 우리가 상당히 급하게 입을 벌리고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음식 먹는 데 빠져서 자신이 내는 소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를 신경 쓰지 않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파스타’는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베키아 앤 누보’ 내부는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을 연상케 하는 전원적이고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베키아 앤 누보’내부의 와인숍(왼쪽부터).

이런 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그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일부러 의식적으로 그 습관을 해보는 것이 좋다. 먼저 공기를 목으로 삼키고 입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갑자기 입을 벌려보자. 그러면 ‘쩝’ 하는 소리가 난다. 이를 반복하면 ‘쩝쩝’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입맛 다시는 소리를 크게 내면 이렇게 된다. 이 소리를 내지 않으려면 입을 다문 채로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으면 된다. 입을 벌리고 음식을 씹는 것은 턱에 무리가 가기도 하니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자신이 이런 소리를 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이 ‘쩝쩝’ 하는 소리는 파스타 먹을 때의 ‘후루룩’ 하는 소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슬리는 소리이기도 하다. 나는 소박한 분위기의 식당에서도 ‘쩝쩝’ 소리는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멋있는 사람은 ‘메밀국수를 후루룩 하고 먹을 수도 있고 아주 조용히 먹을 수도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과 함께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Vecchia & Nuovo(베키아 앤 누보·02-317-0022)’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이탈리아어로 각각 ‘오래된’과 ‘새로운’이라는 뜻의 두 형용사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니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프랑코 소마리바 셰프가 신선한 재료로 산뜻한 맛을 제공해주는 이곳에서는 다행히도 ‘쩝쩝’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또 무엇보다도 인테리어가 훌륭하다. 중앙에 놓여 있는 둥근 소파 느낌이 나는 그린 색깔의 의자는 전원적인 향기가 난다. 마치 풀밭에 앉아 한가롭게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자연적이면서도 모던한 인테리어는 지난 1년 사이에 오픈한 레스토랑 중 가장 훌륭한 디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까르보나라, 봉골레 등 일반적인 파스타를 손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인용 모듬 전채는 둘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기에 딱 좋고, 티라미수 케이크도 마무리로 훌륭하다. 글라스로 마실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도 비교적 여러 가지 종류가 마련돼 있다. 옆에 델리와 와인숍이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주간동아 408호 (p92~93)

김재준/ 국민대 교수 artj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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