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9

2000.06.22

“벽에 걸린 그림 사연 속시원히 풀어드려요”

  • 김현미 khmzip@donga.com

    입력2006-01-25 1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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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 음식점마다 사람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아, 오늘이 수요일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화랑이 수요일에 전시회를 오픈한다. 그래서 수요일 인사동엔 전시를 알리는 화려한 현수막과 플래카드, 그리고 흐벅진 뒷풀이가 이어진다. 전시를 연 화가와 그를 축하하러 온 동료들이 모여 작품얘기를 하다 노래를 부르고 술잔을 주고받다 파장 무렵이 되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는 영원한 예술인” “죽어도 그림에 죽고 살아도 그림에 살자”며 기분 좋게 헤어진다. 그 정겨운 인사동 풍경 가운데 갤러리사비나의 여주인 이명옥씨가 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문학소녀가 대학 졸업 후 불가리아로 훌쩍 유학을 떠나더니 소피아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한 뒤 귀국했다. 한때 목포MBC 교양국PD로 일하다 96년 갤러리사비나를 개관하면서 비로소 ‘예술가’의 꿈을 이뤘다. 갤러리사비나는 개관한 지 4년밖에 안됐지만 ‘1996 인간의 해석전(개관전시)’ ‘교과서미술전’ ‘이발소미술전’ ‘일기예보전’ ‘키스전’ 등 독특한 기획전시로 매스컴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랑이 됐다. 이씨는 화랑경험을 토대로 ‘갤러리이야기’(명진출판)을 펴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듯이 그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화가의 그림이 갤러리 벽에 걸리기까지의 과정이 어떨지 궁금해 하리라 생각해서 이 책을 썼다.”

    최근 출판붐을 이룬 미술 관련 책들이 대부분 유명화가 혹은 그들의 작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에 치중했다면, 이씨는 도심 속의 화랑이라는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화랑주인의 눈에 비친 인사동을 묘사한다. 책에는 작가 화상 애호가 관람객 큐레이터 평론가가 차례로 등장해 일반인들에게 아직도 높게만 느껴지는 화랑으로 한번 들어와 보라고 손짓한다.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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