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0

..

‘안방작가 10년’의 페미니즘 한계 뛰어넘기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6-05-16 11: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20대의 한 부분이 움푹 파인 세 여자가 있다. 윤소엽, 이정완, 서상지. 이들은 학창시절 함께 학생운동을 한 선후배 관계이고 지금은 동으로 단비출판사를 운영한다.

    소엽은 여자 선배의 남편과 불륜관계에 빠져 있고, 정완은 한 번의 실패 끝에 새로운 남자를 선택하려 한다. 상지는 정완과 소엽 사이를 이어주는 윤활유 같은 존재지만 학생운동의 연장에서 시작한 공장활동 중에 당한 윤간이라는 씻기 힘든 상처를 갖고 있다. 어느 날 소엽의 의식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자 이들이 서로가 버팀목이 되며 학생운동 시절 돈독했던 연대감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다.

    저자 송은일씨(36)가 ‘아스피린 두 알’에서 하고자 했던 말은 학생운동이나 386세대의 괴로움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보여주는 ‘여성들의 자매애’다. 30대 초반 여성들이 겪게 되는 일과 사랑, 상처와 위기를 과장됨 없이 담아내고 그것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송씨는 95년 ‘꿈꾸는 실낙원’으로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경력이 있지만, 미발표된 5편의 장편소설 습작 중 이것이 첫 작품이었다. 그런데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자연스러운 구성, 탄탄한 문장, 정확한 표현력이 신인의 수준을 넘어선다”(성민엽 서울대 중문과교수)는 평을 받았다. 지난 연말에는 또다른 장편 ‘빨강 노랑 파랑의 마름모’가 ‘문학동네’ 최종심에 올라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자신의 소설 주인공들처럼 덕성여대 국문과 재학 중에는 학생운동에 몰두했고, 졸업 후 출판사에서 잠시 일하다 10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력이 전부라는 송씨. 집안에 갇힌 글쓰기여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고 겸손해 하지만, 그의 소설 구석구석에는 흔히 ‘베란다 소설’로 폄하되는 페미니즘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끝으로 제목 ‘아스피린’의 의미를 물으니 망설임 없이 “만병통치약”이란다.





    책과 저자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