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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로봇’에 승부 건 기업들

LG ‘클로이’, 현대차 ‘스팟’, 삼성 ‘삼성 봇’… 고도화된 로봇 상용화에 중점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미래 먹거리 ‘로봇’에 승부 건 기업들

최첨단 로봇과 공생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최근 한국 대기업들도 로봇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자업계뿐 아니라 자동차업계, 통신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산업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메가테크 산업으로 로봇을 꼽으면서 시장 기대감도 커졌다. 차기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로봇 △양자(퀀텀) △바이오헬스 △탄소중립 △항공우주를 5대 메가테크 산업으로 정하고 지원·육성 계획을 공약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로봇 관련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 달러(약 39조 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5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로봇협회(IFR)의 로봇 분류체계에 따르면 로봇은 제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뉘는데, 특히 서비스 로봇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부터 연평균 13%씩 성장해 2025년 이후 제조업용 로봇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IFR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111억 달러(약 14조 원)로, 전체 로봇 시장의 43.5%를 차지했다.

요리하고 방역하는 6종 로봇 갖춘 LG

방문객 안내, 광고, 보안, 도슨트 등 복합 기능을 탑재한 안내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 제공 · LG전자]

방문객 안내, 광고, 보안, 도슨트 등 복합 기능을 탑재한 안내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사업을 전개해왔다. 2003년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이래 센서, 카메라, 자율주행 등 로봇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켰다. 특히 LG전자는 생활가전부터 TV,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각 영역의 연구개발, 제조, 판매 등 사업 전반에서 쌓아온 풍부한 역량이 강점으로 꼽힌다. 2020년 초에는 미국 보스턴에 ‘LG 보스턴 로보틱스랩’을 설립해 김상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부 교수와 운동지능을 갖춘 차세대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로봇 권위자로, 2012년부터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를 이끌며 4족(足) 보행 로봇 ‘치타’ 시리즈를 개발했다.

LG전자 로봇사업의 핵심은 자사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다. ‘똑똑하면서도(CLever&CLear) 친근한(CLose) 인공지능 로봇(Operating Intelligence)’을 의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객과 교감하며 편의를 제공하는 동반자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LG 클로이 가이드봇’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LG 클로이 서브봇 2종’(서랍형·선반형),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LG 클로이 셰프봇’을 선보이며 다양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왔다. 올해 4월 14일에는 비대면 방역 작업에 최적화된 ‘LG 클로이 UV-C봇’을 새롭게 출시해 라인업을 6종으로 강화했다. 분리 공간이 많은 호텔·병원 같은 건물 내 비대면 방역 작업에 최적화된 로봇이다.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벽을 따라 실내 공간을 이동하며 몸체 좌우 측면에 탑재된 UV-C(Ultraviolet-C) 램프로 사람 손이 닿는 물건의 표면을 살균한다. 4월 중에 서울 성동구청, 제주도서관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클로이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대면 방역에 최적화된 살균 로봇 ‘LG 클로이 UV-C봇’.[사진 제공 · LG전자]

비대면 방역에 최적화된 살균 로봇 ‘LG 클로이 UV-C봇’.[사진 제공 · LG전자]

LG전자는 로봇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여러 차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2018년 말에는 여러 조직으로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부서를 로봇사업센터로 통합했고, 2020년 말에는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의 로봇사업담당으로 이관했다. 특히 BS사업본부의 글로벌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영업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해 로봇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로봇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협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또한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LG전자에 편입된 후 2년 연속 적자였던 로보스타는 지난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로봇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최근 상용화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는 부분은 물류 혁신을 가져올 ‘실내외 통합배송로봇’이다. 지난해 7월 국제로봇학회 ‘제18회 유비쿼터스 로봇 2021’에서 처음 선보였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서도 소개했다. 실내나 실외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4개의 바퀴를 갖췄으며, 바퀴 사이 간격을 조절해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최적화된 주행 모드로 이동한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 기대, 현대차

3월 24일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로봇 ‘달이(DAL-e)’가 주주들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3월 24일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로봇 ‘달이(DAL-e)’가 주주들을 맞이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3월 현대자동차그룹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을 맞이한 서비스 로봇 ‘달이(DAL-e)’가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자체 개발한 서비스 로봇으로 얼굴 인식, 자연어 대화 기술, 자율이동 기술이 탑재됐다. 이후 4월 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했을 때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Spot)’이 에스코트해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로봇 비즈니스에 전력투구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로보틱스 기술은 완성차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로봇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와 AI 기술 등이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성공의 기반이 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AI를 5대 미래 혁신 성장 분야의 하나로 선정했다. 같은 해 로보틱스팀을 신설했고, 2019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성장시켰다. 2020년에는 로보틱스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8억8000만 달러(약 1조 원)에 인수하며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첨단 로봇기술 투자에 전력투구

4월 8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과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4월 8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과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하고 같은 해 9월 첫 번째 협력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산업현장의 위험을 감지해 안전을 책임지는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이 그 주인공이다. 스팟에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AI 유닛)을 접목했다. 스팟은 산업 현장에서 좁은 공간과 계단 등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유연하게 관절을 움직여 사각지대까지 파악한다. 여기에 3D(3차원) 라이다(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춰 사물과 거리 및 다양한 물성을 감지하는 기술), 열화상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와 딥러닝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통해 출입구 개폐 여부를 인식하고 고온 위험을 감지한다. 지난해 9월부터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현장에 투입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Mobile Eccentric Droid)를 공개했다. 낮고 평평한 보디에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4개의 엑센트릭 휠이 장착됐다. 각 바퀴마다 탑재된 모터 3개가 개별 바퀴의 동력과 조향, 보디의 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덕분에 비탈이나 요철에서도 보디를 수평으로 유지해 배송이나 안내 서비스에 최적화돼 있다. 업계에서는 스케이드보드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돼 탑재 장치에 따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에 대한 진심은 ‘CES 2022’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미디어 행사에 스팟과 함께 등장해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분야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로보틱스 기술로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Mobility of Things(MoT)’, 스팟·아틀라스 같은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 행사에서 향후 3년간 4만6000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중점 신사업인 로보틱스·미래항공모빌리티·수소에너지·자율주행 등에 채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로봇 솔루션을 포함한 5개 연구개발본부에서 세 자릿수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인재 모집에 나섰다.

삼성전자도 로봇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로봇·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주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로 로봇사업을 꼽았다. 삼성은 지난해 초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로봇사업 준비에 매진해왔다. 이 팀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정식 로봇사업팀으로 격상됐다.

로봇사업 본격화 삼성, 로봇 서비스 플랫폼 키우는 KT

‘CES 2020’에서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 Hip’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CES 2020’에서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 Hip’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자체 연구 중인 로봇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CES 2019’에서 처음 공개한 ‘삼성 봇’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AI 기술 역량을 결집한 로봇 플랫폼이다. 당시 노약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돌봄 로봇 ‘삼성 봇 케어’,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하는 ‘삼성 봇 에어’, 쇼핑몰이나 음식점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 봇 리테일’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활과 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GEMS(Gait Enhancing and Motivating System)’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GEMS는 2020년 9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국제 표준 ‘ISO 13482’ 인증을 받아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평을 듣는다. 이후 삼성은 지능형 동반자로 불리는 로봇 ‘볼리(Ballie), 가사 보조 로봇 ‘삼성 봇 핸디’ 등을 연이어 공개하며 로봇 연구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올해 초 ‘CES 2022’에서는 인터랙션 로봇 ‘삼성 봇 아이’를 처음 공개했다.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과 원격지에서 사용자가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올해 초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미국·캐나다 특허청에 ‘삼성 봇’ 상표권 등록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로봇 상용화 준비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KT는 최근 ‘AI방역로봇’을 출시하고 ‘로봇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추진을 공식화했다.[사진 제공 · KT]

KT는 최근 ‘AI방역로봇’을 출시하고 ‘로봇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추진을 공식화했다.[사진 제공 · KT]

통신업계 기업 중에는 KT 행보가 돋보인다.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2020년 취임 직후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 전환을 선언하며 로봇 등 신사업에서 보폭을 넓혀왔다. 로봇사업을 단순한 제품 공급이 아닌, 로봇 서비스 플랫폼으로 정의해 차별화했다. KT는 지난 1년간 ‘AI서비스로봇’ ‘AI호텔로봇’ ‘AI케어로봇’ ‘바리스타로봇’을 선보였다. 올해 3월에는 ‘AI방역로봇’을 출시하고 고객 맞춤형 ‘로봇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 추진을 공식화했다. AI방역로봇은 플라즈마, UVC(자외선 파장) 살균과 공기청정 기능을 갖췄으며, 단순 제품 판매가 아닌 종합 서비스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로봇 설치부터 플랫폼 사용, 원격 관제, 매장 컨설팅, 현장 애프터서비스(A/S) 출동, 전용 보험 제공, 매장 네트워크 구축 등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로봇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산업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국가적 의제로 로봇산업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는 추세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로봇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로봇사업의 성공 관건은 핵심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며 “자체적인 R&D 투자와 더불어 유수한 로봇기업과 인수합병도 효과적인 로봇사업 확장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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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37호 (p26~29)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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