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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가뭄, 대재해의 전조 03

지구촌 곳곳 물 부족 아우성

가뭄으로 나라가 통째로 망가지기도…정부 차원 수자원 관리 절실

  • 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joon@donga.com

지구촌 곳곳 물 부족 아우성

전 세계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동부 곡창지대는 지난해 53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으며, 2년 전 동아프리카는 가뭄으로 수만 명이 죽고 100만 명 이상이 굶주렸다.

이렇듯 세계 곳곳에서 가뭄이 계속되면서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가뭄은 4년째 진행 중이다. 지층조사를 통한 강수량 통계에 따르면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다. 나쁜 소식은 이 가뭄이 앞으로 최대 9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가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은 캘리포니아 지역 대부분을 가뭄 경보 최고등급인 ‘예외적인 가뭄’으로 지정했다. 올해에는 3000km2 이상의 경작지가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와 가뭄 예방을 위한 부대비용만 27억 달러(약 3조 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더 나쁜 소식은 이런 가뭄이 앞으로 5년 동안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은 아예 사회 전체를, 국가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최근 세력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가 한 예다. IS는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반정부 시위와 내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가뭄이 이것을 촉발했다. 시리아에서 가뭄은 지난 30년간 시리아를 통치했던 하페즈 알아사드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 때문에 시작됐다. 알아사드는 농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경지를 무차별적으로 확장하고 지하수를 마구 끌어 썼다. 그 결과 시리아는 저수 능력은 없고 지하수는 부족한 가뭄 취약국가가 됐다. 여기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작물 수확량까지 급감해 식량난을 겪었다. 생계가 어려워진 농민 150만 명이 도심으로 몰려들어 빈민층이 됐고 이들은 2011년 무능한 정권을 향해 체제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이 시위에 정권이 무기를 동원해 진압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가뭄, 사회 전체 망가뜨리기도

지구촌 곳곳 물 부족 아우성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최근 5년간 북극에서는 알래스카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지구온난화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지표와 바다에 있는 물이 더 많이 증발한다. 나무 등 식물에 저장된 물은 더 많이 증산한다. 지표면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증발산량은 7.5% 증가한다. 물은 순환하기 때문에 증발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강수량도 증가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허점이 있다. 강수량은 위도나 지형에 따라 편차가 상당하다. 복수의 기후변화 모델이 지구가 따뜻해지면 열대와 온대 지방에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아열대 지방은 강수량이 감소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와 동시에 건조한 아열대 지역이 점점 극지 쪽으로 확장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아열대 지방은 강수량이 줄어들자 급한 대로 지하수를 쓰고 있다. 인도는 부족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전기요금까지 보조해가며 지하수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대가뭄을 맞은 캘리포니아는 부족한 농업용수의 절반 이상을 지하수로 대체할 계획이다.

지하수는 인류가 사용하는 신선한 물의 3분의 1을 공급하며 특히 농업용수의 40% 이상을 책임진다. 그러나 지하수가 영원히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샘은 아니다. 쓰면 쓰는 만큼 조금씩 줄어든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 가뭄에 시달렸던 호주 머리달링 분지 대수층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000억t 이상의 물이 사라졌다. 대수층이란 빙하기에 만들어진 거대한 지하수 저장탱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그레이스(GRACE) 위성이 내놓은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그레이스는 지하수 저장용량에 따른 미세한 중력 변화를 이용해 지하수 수위를 추정하는 첨단 위성이다. 그레이스 책임자인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제이 패밀리에티 박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전체의 지하수 사용이 늘어 더는 자연적으로 보충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중요 대수층을 살펴본 결과, 7개 중 6개의 수위가 10년간 꾸준히 줄었다.

지금이라도 지하수 수위를 돌려놓는 방법은 없을까. 지하수를 충전하는 주요 경로는 지표면의 갈라진 틈과 투과성이 높은 지층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경로로 연간 15조t 이상의 물이 지하수로 다시 돌아간다고 추측하고 있다. 인류가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신선한 물의 30%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이 과정도 기후변화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먼저 증발산량이 늘어 물이 지하로 흡수되기도 전에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가뭄이 늘어 오랫동안 물이 공급되지 않거나, 지표면에 흐르는 유속이 빠른 호우가 잦아져 물을 제대로 흡수할 시간도 부족하다. 빙하가 있는 고위도 지방의 경우에는 빙하가 일찍 녹기 시작해 막상 물이 부족한 여름이 오면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게 됐다.

지구온난화로 가뭄은 늘고 지하수 사용량이 늘면서 인류가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측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싱크탱크인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는 지금보다 지구의 온도가 2.7도 오르면 전 세계 인구의 15%가 절대적인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류, 만성적 물 부족 시달릴 것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물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수자원을 똑똑하게 관리해 물이 넘치는 지역과 부족한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워터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미국 서부 콜로라도 분지와 인근 지방은 매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반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미시시피 강 주변 지역은 여름이면 홍수로 피해를 입는다. 미국 정부는 미시시피 강과 콜로라도 강을 잇는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공사 후 미시시피 강이 한 번 범람할 때마다 1조t 이상의 물이 관을 타고 서부로 전달된다.

호주는 미국보다 먼저 ‘똑똑한 물’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안가를 제외한 호주 국토의 90% 이상이 물이 부족한 지역이다. 호주는 2008년 세계 최초로 사우스이스트퀸즐랜드(SEQ) 워터 그리드를 설립해 해안가와 물 부족 지역의 물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해안가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600km 이상의 새로운 수자원 네트워크(연결망)를 구성했다. 새로운 네트워크에는 도시, 댐, 발전소, 저수지, 담수화 플랜트가 포함됐으며 실시간으로 물 부족량과 공급량을 모니터링한다. 만약 한 지역에 물이 부족하면 즉시 남는 지역의 공급량을 줄여 부족한 지역을 도왔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사용 패턴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개인이 물을 아껴 쓰는 것으로는 더는 가뭄을 해결할 수 없다. 불편만 커질 뿐이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똑똑하게 수자원을 관리해야 할 시기다.



주간동아 2015.06.22 993호 (p16~17)

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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