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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독특, 풍성, 푸짐 해물 천국이 따로 없다

사천냉면&해산물 요리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독특, 풍성, 푸짐 해물 천국이 따로 없다

독특, 풍성, 푸짐 해물 천국이 따로 없다

사천냉면(왼쪽)과 새조개 샤브샤브.

1995년 경남 사천군은 삼천포시와 통합해 사천시가 됐다. 삼천포는 바다와 맞닿아 있고 사천은 육지와 접해 있다. 통합되기 전부터 사천의 외식을 주도한 것은 냉면집인 ‘원조 사천냉면’과 ‘재건냉면’이다. 사천과 경남 진주의 냉면은 실향민의 영향을 받지 않아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돼지 살코기로 만든 맑은 국물은 경상도에 널리 퍼진 돼지국밥이나 제주의 고기국수 문화와 연결된다.

사천냉면의 또 다른 특징은 고명으로 돼지고기 육전을 올린다는 점이다. 돼지고기 육전은 사천 잔칫날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다. 돈가스 비슷한 육전은 감칠맛이 많이 난다. 현지인은 사천냉면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지만 북한식 냉면에 익숙한 외부인은 독특한 사천식 냉면을 이해하기 힘들다.

삼천포는 사천에 통합됐지만 사천보다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개발된 삼천포항은 경남 동부의 최대 어항이었다. 경남도청이 있던 진주와 가까운 것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무엇보다 해산물 보고였던 삼천포 주변의 바다가 명성을 가져온 일등공신이었다. 삼천포 바로 건너편으로는 사천대교로 이어진 사천시 섬들과 남해군 섬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사천대교 앞 대방마을에는 제철 생선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겨울에는 물메기가 유명하고, 봄에는 새조개 샤브샤브, 가을에는 전어, 여름에는 갯장어(하모)가 식탁에 오른다. 삼천포항 뒤쪽 노산공원은 삼천포의 상징이다. 노산공원 근처 팔포회타운은 질 좋은 해산물을 파는 횟집이 즐비한데 특히 물회가 유명하다. 잡어와 전복이 물회의 중심 재료다.

시원한 물회는 사시사철 맛있지만 생선이 풍부한 겨울철에 더 좋다. 팔포회타운의 터줏대감인 ‘원조물회집’이 이름 그대로 삼천포 물회의 원조집이다. 여기서 삼천포항 방면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항구 뒤쪽으로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삼천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산물정식을 파는 집들이 있다. 해산물정식은 해산물 천국이란 별명이 붙은 삼천포의 심장과도 같은 음식이다. 해산물로만 구성된 한정식 한 상을 1만1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독특, 풍성, 푸짐 해물 천국이 따로 없다

삼천포의 쥐치포(위)와 죽방멸치.

‘오복식당’과 ‘파도식당’은 해산물 정식의 맞수다. ‘오복식당’이 살짝 말린 해산물이나 날 해산물을 조리해서 내는 반면, ‘파도식당’은 조리 안 한 날 해산물을 주로 판다. 대개 점심시간에 문을 열고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 술을 팔지만 손님들은 8시를 넘기지 않고 자리를 접는다. 질 좋은 산지 해산물을 이렇게 저렴하고 맛있게 파는 식당들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삼천포 사람들은 술은 주로 ‘실비집’에서 먹는다. 술값을 내면 안주가 공짜로 나오는 형태는 경상도 해안가 도시들의 공통된 음식문화다.

삼천포항에는 작은 도시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200개가 넘는 어물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어물전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산 뒤 시장 앞에 늘어선 초장집에 들고 가면 일인분 4000원에 회를 떠주고 반찬도 준다.

삼천포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은 쥐치포다. 1960년대 초 삼천포에서 만들어진 쥐치포가 국내 시장을 장악했으나 90년대 이후 한반도 근해에서 쥐치가 사라지면서 베트남산 쥐치포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최근 쥐치가 다시 돌아오면서 삼천포산 쥐치포도 부활했다. 베트남산 쥐치포는 어린 쥐치를 이용해 만든 탓에 살집이 얇고 하얀색이 감돈다. 하지만 삼천포 쥐치포는 두텁고 붉은색이 감돈다. 삼천포에는 쥐치포와 더불어 죽방멸치, 보리새우 같은 명품 건어물도 있다.



주간동아 2015.01.12 971호 (p74~74)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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