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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아, 세월호! 그래도 희망을… 04

그래도 기적은 일어난다

온 국민 희망의 끈 붙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그래도 기적은 일어난다

그래도 기적은 일어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튿날인 4월 17일 밤 경기 안산 단원고 운동장에 안산지역 학생들이 모여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뭍에서 진도 바다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속이 탄다. 이제 바랄 것은 기적뿐이다. 다행히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기적의 사례가 있다. 특히 많은 이가 희망을 잃어갈 무렵, 기적은 마법처럼 찾아오곤 했다.

지난해 5월 대서양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사고 당시 20대 요리사가 침수된 배 안에 갇혔다 60시간 만에 구조된 일이 있다. 29세이던 나이지리아인 해리슨 오케네가 주인공이다. A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침몰 당시 화장실에 있던 그는 갑자기 밀어닥친 조류에 동료 3명이 떠밀려가는 걸 목격했다. 이후 간신히 헤엄쳐 배 안에 남아 있던 공기층, 이른바 ‘에어포켓’에 도달한 끝에 11명의 동료가 사망한 참사 속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구조 당시 오케네는 하의만 입은 채 가슴 아랫부분이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있었지만, 그의 몸을 사체인 줄 알고 인양하려던 잠수부의 손을 움켜쥐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릴 만큼 건강했다. 잠수부는 이미 사체 네 구를 찾아낸 뒤였고, 물속에 생존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상태였다. 오케네는 생환 후 인터뷰에서 “바닷물 염분 때문에 피부가 다 벗겨졌고, 동료들의 시체를 갉아먹는 물고기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기도 했다”며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선내에 남아 있던 탄산음료를 마시며 버텼는데 이렇게 구조된 건 기적”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내 에어포켓 형성 가능성

구조 전문가들은 세월호 내에도 에어 포켓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선체 대부분이 가라앉은 상태지만 선수 일부는 수면 위에 노출돼 있고, 객실이 많은 구조 특성상 내부에 공기가 갇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들이 에어포켓에 머물러 있다면, 생존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때로 인간의 생존력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2010년 칠레에서는 지하 700m 깊이에 매몰된 광부 33명이 사고 69일 만에 전원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8월 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구리광산이 붕괴해 약 70만t의 암석과 토사가 흘러내렸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광부 33명은 그대로 실종됐다. 이후 칠레 정부가 이들의 생사를 파악하려 노력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17일이 흐르고 많은 이가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포기할 즈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대 지하를 수색하던 탐침봉 끝에 ‘광부 33명이 대피처에 살아 있다’고 적힌 쪽지가 붙어 올라온 것이다. 광부들은 칠흑 같은 어둠과 식량 및 식수 부족 등 악조건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칠레 정부는 즉각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고, 첨단 기술을 동원해 구조로를 뚫기 시작했다. 이들은 40여일간 더 땅 밑 생활을 해야 했지만, 끝내 전원 생환했다.

극한 상황서 생존력 발휘하는 인체

그래도 기적은 일어난다

1967년 충남 청양 구봉광산 갱도에 매몰됐다 16일 만에 생환한 광부 김창선 씨 소식을 전한 당시 ‘동아일보’ 지면과 김씨가 땅 위로 나오던 순간 모습.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17일 만에 구조된 박승현 씨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모습(위부터).

1967년 8월 우리나라 탄광에서도 지하 125m 갱도에 홀로 고립됐던 30대 광부가 극적으로 탈출한 사례가 있다. 당시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에서 작업 중이던 김창선 씨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마시며 버티던 그는 우연히 갱도에 묻혔던 양수 파이프를 발견하고, 이를 빼내 구멍을 넓힌 뒤 지상에서 내려 보낸 줄 두 가닥에 의지해 땅 위로 빠져 나왔다. 매몰된 지 368시간, 날짜로 16일 만이었다. 당시 그는 체중이 17kg이나 줄어든 상태였지만, 곧 건강을 회복해 다시 광부로서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1999년 8월 터키에서는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더미에 깔린 95세 할머니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120시간 가까이 버틴 끝에 구조된 일이 있고, 95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박승현 씨가 377시간(17일) 만에 구조됐다.

바다 사고에서도 극적인 생환 기록이 있다. 1994년 8월 풍랑에 휩쓸려 침몰한 제26삼화호 선원 한두만 씨다. 당시 25세이던 한씨는 배가 북제주군 죽도 앞 해상에서 침몰한 뒤 물 위에 떠 있는 나무토막과 스티로폼 등에 의지한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다 33시간 만에 인근을 지나던 러시아 상선에 구출됐다. 91년 3월에는 방글라데시 벵골만 해상을 항해하는 배 갑판에 있다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떨어진 선원 임강용 씨가 거북이 등을 타고 6시간 동안 헤엄친 끝에 구조된 일이 있다.

해난사고는 다른 재난에 비해 생존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저체온증이 꼽힌다. 성인의 정상 체온은 37도 안팎으로, 인체는 체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큰 타격을 입는다. 34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며, 33도부터는 운동마비증상이 나타난다.

내부 장기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미국 수색 및 구조 특수임무부대(U.S. SAR Task Force) 자료에 따르면 사람이 이번 사고해역 수온(약 12.5도) 정도의 물에 빠질 경우 한두 시간 안에 탈진하거나 의식을 잃는다. 6시간 이상 버티기 어렵다.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존 가능 시간은 3시간 이하로 짧아진다. 그러나 부유물 등을 이용해 신체 일부를 물 밖으로 노출하면 생존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실종자들이 사고 후 배에서 탈출해 해상을 표류하고 있다면, 과거 ‘기적의 주인공’처럼 생환 소식을 전해올 여지가 있는 셈이다. 아직 배 안에 머물러 있다해도 희망은 있다. 오케네같이 공기와 식량이 보존된 안전한 공간에 머물 경우 더 긴 시간을 버티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체는 극한 상황에 처하면 놀라운 생존력을 발휘하곤 한다. 몸에 축적된 지방과 간,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연료로 사용하고, 신진대사를 저하시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함으로써 식량이나 수분 공급이 없는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간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79년 오스트리아에 살던 안드레아스 미하베츠(당시 18세)는 물과 식량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18일간 생존했다.

여전히 진도 앞바다에서는 혼신을 다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지, 많은 이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간동아 2014.04.21 934호 (p20~2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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