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2014.04.21

창업? 연금 겸업형 생활이 우선

퇴직자 1년 이내 자영업 뛰어들기 금물… 현장 경험 충분히 쌓고 도전해야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4-21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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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연금 겸업형 생활이 우선

    퇴직과 동시에 창업시장에 뛰어들면 실패하기 쉽다. 퇴직연금스쿨(왼쪽)과 서울 서초구의 ‘먹자골목’.

    ‘자영업 위기의 시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우리나라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36.8%다. 이 수치는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 부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51.4%), 그리스(42.0%)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2011년 기준). 자영업이 어렵다는 것은 취업자의 약 3분의 1이 소득이 줄어 내수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영업 위기가 간단치 않은 문제인 이유는 내수도 내수지만, 이들이 퇴출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빈곤층으로 추락은 한 사람의 실패를 가족 전체의 실패로 확대하고,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하며, 결국 복지비 같은 사회 비용을 증가하게 한다. 자영업 문제를 자영업만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와 사회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3高에 시달리는 자영업

    현재 자영업 시장은 3고(高)로 고통을 받는다. 먼저 창업자의 고령화다. 1990년대만 해도 창업자는 주로 40대였지만 2000년대 들어 창업 연령이 높아졌다. 특히 2007~ 2011년 50대 이상 창업자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50대 미만 창업자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장·노년층의 창업 증가는 눈에 띄는 대목이다(그래프 참조). 창업 연령이 높아진 데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퇴직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는 퇴직과 동시에 대거 창업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인구구조상 중·장년 창업 예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40대 인구는 850만 명으로, 50대 794만 명보다 약 56만 명 많아 장·노년층의 창업 예비자 풀(pool)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고경쟁구조가 문제다. ‘한 집 건너 음식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활밀착형 업종은 공급과잉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치킨집, 제과점, 호프집, 음식점 등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자영업시장은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다. 경쟁 격화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창업자 증가로 임대료가 잘 떨어지지 않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임대료 등의 상승으로 창업비도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창업비용은 2010년 7540만 원에서 2013년 9234만 원으로 증가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창업비 증가와 시장 포화에 따른 경쟁 격화는 퇴출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창업? 연금 겸업형 생활이 우선
    끝으로 고부채 문제가 있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자영업자의 비중과 가구당 부채 규모는 각각 43.63%, 1억106만 원으로 근로소득자보다 높은 수준이다. 부채 질(質)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제2금융권 대출과 다중 대출이 많다.

    3고에 시달리다 보니 자영업 폐업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영업 진출 후 3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비중은 2명 중 1명에 불과하다. 특히 퇴직자가 주로 진출하는 음식점과 잡화점의 3년 이내 폐업률이 각각 52.2%, 53.6%나 된다. 이런 자영업 환경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특히 은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

    먼저 은퇴 생활 전반을 결정짓는 시기는 바로 ‘은퇴 직후’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퇴직 시점이 50대 초·중반으로 선진국에 비해 빠른 편이다. 자녀들이 대학생인 경우도 적잖고, 대출금이 남았을 수도 있다. 게다가 다른 일자리를 얻더라도 퇴직 전 직장 수준의 급여를 받기 어렵다. 즉, 가계경제에서 비용은 줄지 않았는데 소득의 정점에서 갑작스레 내려오는 시기가 바로 퇴직 직후인 셈이다. 게다가 아직 국민연금을 받을 연령대도 아니다. 비용과 소득 불일치, 소득 공백 상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퇴직 시점부터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기까지의 소득 공백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소득 공백기에 대응하려면 강제 저축 성격이 있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연금저축계좌)을 이용하는 게 현실적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창업 계획이 있더라도 곧바로 창업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연금 겸업형 생활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업 전문가가 한결같이 말하는 바는 창업 전 최소한 1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식당부자들’의 저자 이상규 외식경영학 박사는 “창업하고자 하는 비슷한 콘셉트의 식당에서 서빙이든 주방이든, 1년 이상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창업할 상권에서 일정 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반드시 고객을 분석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연금 등을 이용해 소득 공백기에 일정 정도 연금이 나오도록 준비하고 창업 계획이 있는 점포에서 일한다면 자연스럽게 연금 겸업형 생활을 할 수 있다. 리스크도 줄이면서 일정 소득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끝으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마음에 새겨두자.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베트남전쟁 영웅 제임스 스톡데일의 일화를 소개한다. 스톡데일은 1965년부터 73년까지 8년 동안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당시 최고위 미군 장교였다. 힘든 시간을 버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 대해 스톡데일은 ‘지나친 낙관주의’를 언급했다. 자신이 석방될 것이라고 지나치게 낙관한 사람일수록 상실감에 빠져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스톡데일이 살아남은 이유는 전쟁은 결국 끝나리라는 신념을 갖는 동시에 현실의 잔인함을 직시하고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특징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로 비유했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와도 다르지 않다. 다음 질문에 대답해보자.

    “(다른 사람이) 그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당신이 그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당신이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두 번째 질문에 답했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사업과 관련한 조사를 하면, 거의 비슷하게 자신이 사업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응답이 많다. 이를 ‘과잉 확신’ 또는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한다. 창업은 전형적인 과잉 확신 편향이 일어나는 시장이다. 성공 확률은 우리 생각보다 한참이나 낮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희망사항과 실현 가능성은 다른 차원 문제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도 실패하려고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장에는 실패한 사업과 투자자의 무덤이 늘어서 있다. 생존이 먼저고 성공은 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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