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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 은밀한 ‘앱’을 어쩌나

불륜 조장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차단…수많은 유사 사이트 단속 고민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조건만남 은밀한 ‘앱’을 어쩌나

조건만남 은밀한 ‘앱’을 어쩌나

노엘 비더먼(왼쪽)이 창립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은 캐나다에서 시작해 일본 등 세계 36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륜 조장으로 논란이 돼온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에 대해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4월 15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애슐리 메디슨에 대해 시정요구(접속 차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불륜 조장이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긴 해도 음란물 유통처럼 명확한 법규 위반 사항이 없어 관련 사이트에 대한 처벌을 고심해왔지만 결국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면 안 된다는 법 조항을 포괄적으로 적용한 결과다.

하지만 애슐리 매디슨은 드러내놓고 영업했다는 것이 차이일 뿐 지금도 여러 유사 웹사이트가 존재하고, 특히 모바일에서 더욱 음성적으로 활동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공연한 ‘기혼자의 연애’ 철퇴

애슐리 매디슨은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이미 이슈가 됐다. 일반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와 달리 기혼자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이 화제가 됐다. ‘인생은 짧습니다. 연애하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를 슬로건으로 2001년 캐나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36개국에서 총 2400만 명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로 성장했다.

사이트 창립자 노엘 비더먼은 스포츠 에이전트로 일하며 담당 선수의 외도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온라인 데이팅 틈새시장을 발견했다고 밝혀왔다. 그는 또한 애슐리 매디슨이 이혼율 증가라는 사회문제를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혼자의 성적 불만을 해소해 결혼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일처 문화는 부부간 성관계 횟수뿐 아니라 교감 시간 또한 감소하게 한다. 부부관계는 중요하지만, 이런 문제로 가정을 깨는 것은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끔 일탈을 통해 서로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건강한 외도는 결혼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애슐리 매디슨이 진출한 다른 나라와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선 혼외 관계를 간통죄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기혼자의 데이트, 나아가 성관계까지 주선하는 애슐리 매디슨은 법적 문제는 물론이고 사회 통념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애슐리 매디슨은 싱가포르 미디어개발청으로부터 기각 처분을 받아 싱가포르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애슐리 매디슨 측은 한국에 20억~2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비에는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은 물론이고, 각종 미디어를 통한 홍보예산까지 포함됐다. 회사 측은 인터넷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자생적 성장도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애슐리 매디슨 측에 따르면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이미 12만 명이 가입을 시도했다고 한다. 애슐리 매디슨이 한국 진출에 공을 들이고, 성공을 확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진출한 일본에서는 회원 100만 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행 법규상 제한 사실상 불가능

조건만남 은밀한 ‘앱’을 어쩌나

‘애슐리 매디슨’ 한국 홈페이지 모습.

애슐리 매디슨은 3월 18일 국내 사이트를 오픈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인생은 짧습니다. 연애하세요’라는 슬로건이 가장 먼저 보인다. 이후 자신의 상황에 따라 서비스 목적을 선택한다. 서비스 목적 선택 항목에는 ‘매여 있는 남성이 여성을 찾음’ ‘매여 있는 여성이 남성을 찾음’ 등 기혼자가 데이트할 이성을 찾는 코너도 포함돼 있다. 물론 단순히 이성을 찾는 항목도 있다. 이후 회원가입과 프로필을 작성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별도 인증절차도 없다.

사이트 하단에는 ‘애슐리 매디슨은 애인이나 바람피우는 배우자를 찾는 데 있어 가장 성공적인 웹사이트입니다. 오늘 애슐리 매디슨에서 연애하세요. 매일 수천 명의 바람피우는 아내와 남편들이 가입하여 애인을 찾습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도 적혀 있다. 순식간에 수만 명이 가입하며 논란이 지속되자 방통심의위가 시정요구를 결정한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애슐리 매디슨의 국내 서비스에 대해 불륜, 외도의 사회적 해악을 우려해 불법 및 유해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차단 결정은 기혼 남녀를 포함해 다수 회원의 성관계와 만남을 중개한 것이 간통을 방조 또는 조장하고, 건전한 성도덕을 해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형법에 간통죄가 존재하는 만큼 정보통신망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를 올리지 못한다는 법 규정을 적용했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이용자로 하여금 위법행위와 범죄를 저지르도록 조장하는 불법정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면서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고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접속 차단으로 논란은 일단락된 것 같지만, 유사한 다른 웹사이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애슐리 매디슨은 공개적으로 영업한 반면, 다른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음성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모바일 앱스토어 등에 있는 수많은 랜덤 채팅 앱이 애슐리 매디슨과 마찬가지로 즉석만남 등을 주선한다. 이들 랜덤 채팅 앱은 미성년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조건만남 등에 쓰이기도 하며, 성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현행 법규상 이들 앱을 제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사적 영역인 만큼 문제가 있더라도 범죄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단속이나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윤리 교육과 스마트폰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간동아 2014.04.21 934호 (p38~39)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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