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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람에 ‘흔들리는 軍心’ 어쩌나

김관진 인사 군 안팎서 잇단 잡음…박지만 씨 동기 육사 37기 중용 뒷말 무성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정치 바람에 ‘흔들리는 軍心’ 어쩌나

정치 바람에 ‘흔들리는 軍心’ 어쩌나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2011년 11월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장성급 진급 인사는 “그대로 관철된 게 놀랍다”는 평가를 낳았을 정도로 예상외였다. ‘지난 정권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그간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인물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 “정치적 맥락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국방부 측 설명에 군 안팎의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론이 없진 않았지만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를 주도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새로운 전통을 세웠다’는 찬사마저 들었다.

정확히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주요 직위마다 ‘뒷말’이 나오지 않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고, 장경욱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전격 해임 논란으로 불거진 인사파동은 국회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한껏 증폭돼 아직까지도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두 인사를 모두 같은 장관이 단행했다는 점은 공교롭기까지 하다.

구제 대상에서 연거푸 승진

더욱 아이러니한 대목은 2년 전 인사에서 호평을 받았던 ‘발탁 케이스’와 최근 인사에서 ‘문제 케이스’로 지목되는 이들이 상당수 같은 인물이라는 점. 대략 육군사관학교 36~40기에 해당하는 거명 인사 수는 6~7명 선으로, 대부분 2011년 이후 인사에서 ‘마지막 기회’를 거머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동일인들의 승진에 대한 평가가 짧은 시간 사이 180도 바뀐 셈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와 국방비서관실, 국방부 본부, 국가정보원, 국회 연락단 등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인물들. 군 당국은 여러 차례 부인했지만, 이명박 정부 기간 군 주변에서는 이들의 명단을 정리해 진급심사에 참조한다는 이른바 ‘살생부(殺生簿)’에 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들이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지원부대 등의 한직에 주로 발령받았던 건 사실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었다. 그중 아까운 인사들을 구제했다는 게 2011년 후반기 인사였고, 이 가운데는 통상 3년 차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진급연한을 넘겨 더는 기회가 없다던 이들도 포함됐다. 당시 국방부는 “우수인재를 선발하려고 심사 대상을 4∼7년 차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인사에서 이들이 다시 입길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만 해도 구제 대상이던 이들이 이후 인사에서도 연거푸 승진하는 등 단연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 그중 상당수는 김관진 장관은 물론 김장수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등 권력기관에 포진한 군 출신 핵심 인사들과 적잖은 근무인연을 맺은 이들이었다.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뒷말이 나오기 시작한 배경이다.

전방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형보다 정책통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기획력이나 행정능력이 탁월하다 보니 청와대나 국방부, 국정원 등에 파견근무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근무경력이 정권이 바뀐 뒤 오히려 발목을 잡았던 셈. 최근 논란이 일었던 ‘독일 육사 유학파’ 출신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되는 경우다. 육사 입교 후 1년 뒤 성적순으로 선발해 2~4학년을 모두 독일에서 보낸 이들은 임관 후에도 적지 않은 수가 정책 참모로 성장했다. 본인이 독일 유학파 출신인 김 장관은 물론 청와대의 군 출신 인사들 역시 이들을 중용했고, 국방부나 청와대 근무를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거꾸로 보자면 이들이 진급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2008~2010년 시기는 김 장관 본인이나 권력기관의 군 출신 유력인사들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으로 남았을 법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군 최고수뇌부를 역임했던 이들이 대거 안보당국 핵심 포스트를 장악한 것은 상황 반전의 결정적 계기였다. 나쁘게 말하자면 이들에게 ‘빚을 갚을 길’이 열린 셈이고, 다른 말로는 ‘유능하지만 정권에 밉보여 수렁에 빠졌던 이들을 되살릴 길’이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이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비판과 고스란히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정책형 참모’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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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앞줄 오른쪽) 등 군 인사들이 4월 23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군장성 보직 및 진급 신고를 마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육사 39기인 A소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4년 무렵 육군본부(육본)에서 진급 실무 핵심 보직을 지냈다. 2009년에도 육본에서 진급 1순위로 불리는 인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그는 장군 진급에 실패했고, 이는 두고두고 군 안팎에서 ‘불이익’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2010년 후반기 인사에서 별을 단 그는 이후 김관진 장관의 보좌진을 맡았고, 3차 진급으로 장성이 된 지 1년 만에 다시 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는 ‘자기 사람 챙기기’의 대표적인 수혜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육사 38기인 B소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NSC 사무처에서 일한 그도 2009년 진급 유력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별을 달지 못했다. 김 장관과 마찬가지로 독일 육사 유학파인 그는 2011년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한 후 지난해 다시 한 번 임기제 소장으로 진급했다. 2년 뒤 전역하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임기제 진급을 연거푸 한다는 것은 제도 취지 자체에도 맞지 않고 전례도 드문 ‘편법 진급’이라는 뒷말이 쏟아져 나왔다.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은 이러한 흐름이 고위 장성급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잖은 영관급 장교들은 준장·대령급 인사에서도 독일 유학파를 비롯한 정책통들이 지나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인원이 많은 주요 특기의 경우에는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진급자 수가 서넛에 불과한 소수 특기 장교들은 피해가 여실하다는 것이다.

독일 유학파의 경우 생도 시절 대부분을 동기들과 함께 보내지 않았으므로 임관 후에도 친분이 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정책·기획통이 많은 특성 탓에 해당 특기의 핵심 부대보다 국방부나 정보기관 등으로 파견을 나가는 경우도 잦다. 그랬던 이들이 독일 유학파 출신이 거푸 장관을 지낸 최근 수년 사이 동기들보다 오히려 앞서 나가는 일마저 벌어졌다는 것. 야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다른 동기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최근 인사를 둘러싼 논란의 뿌리에 해당한다는 게 영관급 장교들의 시각이다. 이른바 ‘정책형 참모’와 ‘야전형 군인’ 사이 진급 경쟁 문제, 즉 국방부나 청와대에 파견 나가 ‘실력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던 이들이 ‘전방에서 고생한 동기들’보다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게 그 요지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올해 들어 한층 커진 데는 이러한 흐름이 독일 유학파나 김 장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특히 4월 발표된 전반기 인사는 ‘국방부가 7할, 나머지는 청와대 실세들의 할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부 입김이 적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들 각자가 ‘빚진 사람들’을 챙기다 보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인사가 여럿 겹쳤고, 그에 대한 불만이 육군 고급장교단 전체에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이 군 인사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는 내용이 바로 이러한 골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10월 단행된 후반기 인사의 경우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여전히 군 출신의 권력 핵심 인사들과 인연이 깊은 이들이 약진했다고 분석하는 반면, ‘될 사람이 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사례는 8차 진급에서 별을 단 육사 38기 C준장 정도로, 남재준 국정원장의 육군 참모총장 시절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남 원장의 군 파견 보좌진으로 일한다. 통상 이 자리는 육본에서 정해 보내는 인물을 임명하는 게 관례지만 남 원장은 본인이 직접 C준장을 지목해 파견받은 바 있다.

몇몇 인사 눈살 찌푸리는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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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육군사관학교 입교식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이 아들 지만 군, 딸 근혜 양 등과 함께 교정을 걷고 있다.

이번 인사가 대부분 군 당국의 뜻대로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의 의지를 꼽는다. 8월 무렵 박 대통령이 직접 주요 군 출신 인사들에게 “인사에 개입하지 마라”고 ‘경고’했다는 것. 청와대 안팎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러한 소문은 4월 인사 후 군 내부에 떠돌았던 불만 어린 분위기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권력 핵심에 전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박지만 씨의 동기인 육사 37기가 올해 인사에서 약진했다는 사실. 이재수 신임 기무사령관 임명과 함께 물 위로 떠오른 이들의 고위직 진급은 “청와대 핵심이 직접 개인적 인연을 챙긴 것 아니냐”는 뒷말과 함께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동기 중에서도 박지만 씨와 가장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이재수 사령관의 경우만 해도, ‘청와대가 믿을 만한 인사’가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것과 최근 공론화된 ‘기무사 개혁 및 청와대 보고 폐지’ 방안은 전혀 그림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육사 37기가 올해 고위직에 진급할 연차가 됐고, 전년도 선배 기수들에 비해 늘어난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 박지만 씨나 대통령과의 친분은 무관하다는 것. 그러나 “그 1~2명으로 인해 밑으로는 장성급만 4~5명, 영관급까지는 수십 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육사 38기 이후로는 유신 사무관제도가 폐지되면서 선배들보다 훨씬 심한 승진경쟁에 노출돼왔다는 점 때문에 불만의 소리가 한층 증폭됐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37기 선두주자 그룹’ 일부가 보인 행태는 문제 핵심이 무엇인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인사가 전반기 인사 직후 열린 비공개 만찬에서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후문이 대표적이다. 후반기 인사에서 손꼽히는 핵심 직위에 임명된 D중장의 경우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보’로 뒷말을 낳은 바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들 역시 적잖은 수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나 국방부 등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선후배, 동기들이 불이익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당사자들이라는 뜻이다. 한 군 당국 관계자는 “정치 바람에 목숨이 오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층 더 정치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라는 이들조차 권력 향방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최근 거듭된 논란의 와중에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살생부’가 군 내부에서 끊임없이 거론된 이유이자, 정권교체를 인사 잣대로 삼는 일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 후폭풍의 끝은, 아직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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