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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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우리 소’ 귀하신 몸 만들기

농협 가축 개량사업 괄목할 성장세…양질 우유·육우 농가 수익 증대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3-10-2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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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우리 소’ 귀하신 몸 만들기

    ‘인터불 국제젖소유전평가’ 유단백질 능력 부문에서 상위 0.3%에 등재된 씨수소 ‘지구’.

    마트에 가면 가격대와 등급별로 손쉽게 고를 수 있는 쇠고기와 우유. 하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부잣집에서조차 자주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우리네 살림살이가 나아진 덕도 있지만, 끊임없는 가축 유전자원 개량사업을 통해 부족한 가축자원을 우수 형질로 개량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40여 년간 한우는 2배가량 체중이 늘었고, 젖소는 두당 우유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국내 가축 개량사업은 기대 이상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젖소의 두당 우유 생산량은 연간 9672kg으로 세계 4위 수준이다. 이처럼 산유 능력이 향상된 것은 농협 젖소개량사업소가 사료의 품질 향상과 축사환경 개선 등 환경 요소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계획교배로 젖소의 유전적 개량을 꾸준히 이뤄왔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 젖소개량사업소가 올해 국제유전능력평가대회인 ‘인터불 국제젖소유전평가’에 국내 최고 능력우 자격으로 내보낸 씨수소(종자젖소) ‘지구’가 유단백질 능력 부문에서 전 세계 씨수소 13만3000두 가운데 457위를 차지해 상위 0.3%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형 씨수소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입증해 보였다.

    ‘지구’ 유전자의 보급으로 단백질 함량이 뛰어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젖소의 유전자 개량이 가속화함에 따라 많은 낙농가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14년 1월 1일부터 우윳값 산정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단백질 함량 3.2% 이상인 우유는 ℓ당 19.41원이 상향 조정돼 낙농가의 수익 증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보증씨수소의 능력을 평가하려고 2011년 처음 ‘인터불 국제젖소유전평가’에 참가해 전 세계 씨수소 12만3000두와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유량 기준 최적의 고능력군에 해당하는 상위 10%에 한국형 보증씨수소 20두가 포함됐으며, 특히 우리 젖소 ‘유진’은 우유 생산 능력과 체형종합평가에서 상위 0.8%에 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전자 개량을 위한 땀방울



    명품 ‘우리 소’ 귀하신 몸 만들기

    농협 젖소개량사업소 직원(위)이 씨수소의 정액이 담긴 스트로 (아래)를 액체질소 탱크에서 꺼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젖소와 한우는 대부분 자연교배가 아닌, 유전자원 개량사업을 통해 개발한 정액을 인공수정하는 계획교배 방식으로 탄생한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젖소의 씨수소 정액 생산 시장점유율은 55%로, 국내 젖소의 절반가량이 농협에서 공급하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젖소의 정액을 통해 유전자를 대물림한다. 육우를 생산하는 한우의 경우 100% 전량 국내에서 공급한 정액을 활용한다.

    한우 씨수소는 선발 대상이 되는 한우 자체의 능력과 그 씨수소를 통해 탄생한 자손의 능력을 모두 평가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당대검정’, 즉 씨수소 선발 대상 한우에 대한 검정은 한우육종농가와 강원, 경북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축산기술연구소,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 혈통등록이 된 암소와 유전 능력이 우수한 한우 씨수소의 계획교배를 통해 태어난 우수 형질의 6개월령 수송아지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 수송아지는 이후 6개월간 발육능력과 혈통을 통한 육질 평가 등을 통해 ‘후보씨수소’ 자격을 얻는다.

    ‘후대검정’은 이 후보씨수소의 자손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한우암소검정사업 참여농가 및 한우후대검정 전문농장의 혈통등록 암소와 후보 씨수소 간 임의교배로 태어난 수송아지를 그 대상으로 한다. 후대검정을 통해 자손 능력을 평가한 후 이를 종축기관과 학계, 생산자단체의 한우 개량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인 가축개량협의회 한우분과에서 심의해 ‘보증씨수소’를 선발하게 된다.

    양질의 우유 생산 젖소 개발이 목적인 젖소 개량사업은 1997년 이원화된 젖소 능력 검정사업이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로 일원화되면서 체계가 잡혔다. 부모를 알 수 있는 젖소 비율이 70% 이상인 농가에 한해서만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동안 제기돼온 부실한 혈통관리 문제를 해결했다. 더불어 유우군 전체의 개량 속도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유우군 능력 검정사업을 실시해 검정자료의 정확도를 높이고 유우군의 생산 능력과 번식 능력, 유성분 등을 조사 및 분석한 목장경영 지침서를 축산농가에 제공한 점도 주효했다.

    유우군 능력 검정사업이란 암소의 산유량과 유지율, 유지량, 기타 유성분 등에 대한 생산 능력과 인공수정, 송아지 생산 등 번식 능력을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검정원이 매달 1회 축산농가를 직접 방문해 착유량을 측정하고 우유 샘플을 채취해 유성분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우유 품질과 농가 산유량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에는 분석한 각 축산농가의 유우군 능력 검정 데이터를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실시간 검색할 수 있게 하는 등 농가의 유우군 관리가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다.

    명품 ‘우리 소’ 귀하신 몸 만들기
    부실했던 유우군 능력 검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검정농가와 일반농가의 연도별 유량 차이는 해가 갈수록 벌어졌다. 농협 젖소개량사업소 발표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검정농가와 일반농가의 수익 차이는 총 4573억 원, 농가당 발생 수익 차이는 1억3913만 원에 달한다.

    우수 유전자의 수출 판로 개척도 눈앞에 두고 있다. 농협 젖소개량사업소 한광진 종축부장은 “과거 필리핀 등지로 우리나라의 젖소 유전자원을 수출한 적이 있지만 구제역 파동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더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터불 국제젖소유전평가 자료를 기초로 내년부터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다시 획득할 예정인 만큼 동남아 지역 등 해외에 젖소 유전자원 수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 씨수소 한 마리가 10억 원

    한우 유전자 개량으로 인한 성과도 상당하다. 한우 유전자 개량의 성과는 한우의 달라진 외모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가축개량추세 조사와 도체등급판정 결과에 따르면 한우 수소의 18개월령 체중은 1974년 289kg에서 2010년 553kg으로 91% 늘어났고, 암소도 18개월령 체중이 246kg에서 341kg로 39% 증가했다. 육질에서도 2002년까지 약 50%에 그쳤던 거세우의 1등급 이상 출현율이 2006년부터는 70%를 넘어섰으며, 올해에는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우축산농가의 소득 증대도 상당하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측은 한우 유전자 개량으로 양축농가 소득이 연간 2627억 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우 씨수소의 두당 가격은 10억 원 상당으로,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거친 만큼 몸값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소 4500여 두 가운데 단 30두만이 정액을 공급할 수 있는 씨수소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는 올 상반기까지 총 52차의 후대검정을 실시해 보증씨수소 519두를 선발했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측은 한우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한우 유전자 개량의 실질적 주체인 양축농가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한우의 품질 저하는 외국 육우 쇠고기와의 경쟁력 저하와 소비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마인드 확립과 개량사업 동참, 그리고 비용 절감 노력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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