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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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현역으로 뛰는 법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4-01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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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후반전 현역으로 뛰는 법

    B. F. 스키너·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평역/ 더 퀘스트/ 248쪽/ 1만2500원

    젊은이에게 노인은 아주 먼 이야기다. 감각능력과 기력이 떨어진 노인의 몸 상태가 얼마나 힘든지 아무리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그러나 노인 몸을 체감하는 방법은 있다. 관절을 쉽게 구부릴 수 없게 하는 지지대를 차고, 양 손목과 발목에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달면 된다. 여기에 시야를 확 줄이는 안경과 솜으로 귀를 틀어막으면 팔팔한 사람이라도 곧바로 팔십 노인 몸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면 왜 노인이 굼뜨게 움직이고 힘겨워 하는지를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무뎌지고 근육이 약해진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많은 일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노년의 길이 시나브로 시작되는 것이다.

    ‘낯선 나라로의 여행.’ 행동주의 심리학의 거목이던 B. F. 스키너는 삶이 황혼에 접어드는 노년 시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보편적이고 막연한 불안을 환기시켜 미리 겁을 주려는 게 아니다. 이민을 계획할 때 가고자 하는 나라의 기후, 사람, 역사, 생활양식 등을 많이 알아놓는 것처럼 노년을 준비하라는 의미다. 열린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다.

    떨어진 육체 기능은 안경이나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 혹은 세심하게 설계한 환경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억력 감퇴, 즉 청춘의 기억 창고가 비어가는 데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단어도 가물가물해진다. 좋아하던 노래 가사도 어느 대목에선 까마득하다. 심지어 무슨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데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한밤중에 세무서에 세금을 내야 할 때라고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이튿날에는 세금을 송금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무슨 일이 생각났을 때 가능한 한 즉시, 그 순간에 이행하도록 하라.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잠자리에서 나와, 세금으로 낼 돈을 아침식사를 할 식탁에 올려놓아라.”



    노인은 물론, 자주 깜박하는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수첩이나 녹음기를 항상 옆에 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제라도 생각이 떠올랐을 때 곧바로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수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누구나 인생 후반부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치매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겠지만 공부를 통해 지적 자극, 지적 쾌감을 높여야 한다. 육체 기능이 떨어진다고 뇌 기능까지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은 큰 착각이다. 뇌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면 젊은 날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

    노년을 맞은 사람은 체념한 채 되는 대로 살거나 분개하고, 아니면 저항하면서 멋대로 살아갈 수 있다. 반대로, 노년을 자기가 해결해야 할 한 가지 과제로 인식하고 그 과정을 되도록 기분 좋게 만들려고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노화에 대한 인식이 젊음을 유지하자는 ‘안티에이징’이었다면, 이젠 행복하고 건강하게 늙자는 지혜로운 나이 듦, 즉 ‘와이즈에이징’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혜롭게 나이 드는 것은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록 감각과 기억력, 그 밖의 것이 노년 환경을 슬프게 할지라도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당신, 인생 후반에도 영원한 현역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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