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2012.12.31

궁금한 세상을 이해하는 키워드

‘한평생의 지식 : 첨단 지식의 놀이터’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12-31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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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한 세상을 이해하는 키워드

    서동욱 외 편저/ 민음사/ 440쪽/ 1만8000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거대한 지식 세상에 던져진다.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 상식에서부터 노화와 불멸의 비밀까지, 우리가 평생 배워야 할 지식은 많고 다양하다. 한 사람이 이 모든 지식을 알 수도 없을뿐더러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식 그릇이 크면 클수록 삶과 정신은 풍요로워진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지식 영역을 종횡무진 누빈다. 생명과 언어의 기원에서 시작해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인간 몸과 마음 조건에 대한 성찰, 인간 현실을 지배하는 돈과 노동, 인간 본성과 존재론적 의미를 담은 놀이와 예술의 미래까지 각 분야 전문가 36명에게서 지식 고갱이를 뽑아낸다.

    “생명의 정보는 DNA에 있고 모든 생명 활동은 단백질이 주관한다. DNA가 생명의 설계도일 수 있는 까닭은 거기에 들어 있는 수소들이 산소, 질소와 약한 수소 결합을 이루기 때문이다. 단백질이 생명 활동의 근원인 까닭 역시 수소 결합으로 인해 아미노산 사슬이 필요한 모습으로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생명 탄생은 여전히 신비롭고 황홀하다. 많은 부분이 밝혀졌지만, 생명 진화는 우주 진화의 축소판이다. 생명 탄생은 137억 년 전 빅뱅 순간에 이미 예고된 일이며, 우주 역사에서 지구 나이는 36억5000만 살에 불과하다.

    언어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언어를 통해 무한한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의사소통이란 단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간만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생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일부 새와 침팬지에게 매우 초보적인 형태의 어휘와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당분간 인간 언어의 신비로운 능력을 동물이 쉽게 따라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대 사회는 중독이 만연한 사회다. 술, 담배뿐 아니라 쇼핑, 게임, 인터넷까지 중독 대상이 됐고, 급기야 사랑에 중독된 사람도 넘쳐난다. 지금까지 중독은 물질이 몸 안에 들어가서 뇌와 신체의 변화를 일으켜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행동도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주목받고 있다. 도박, 게임, 쇼핑, 폭식 등을 행위 중독으로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독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 인간의 생리적 욕망에 대한 보상회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진단이다. 앞으로 사회가 변화하면 할수록 새로운 행위 중독과 중독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은 사람에게 2013년은 희망의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문명이 발달한 만큼 인간에게 재난은 일상이 됐다. 먹고사는 문제와 변화무쌍한 기후가 시도 때도 없이 나약한 삶을 위협한다. 이런 두려움은 종종 종말론적 대재앙 시나리오로 많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인간 힘으로는 완벽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없기에 뜬금없는 재앙이 닥쳐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불멸을 향한 도전에서 가장 큰 기대를 하는 것은 단연 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인체 모든 조직을 만들어내는 기본 세포로 뼈, 뇌, 각종 장기, 근육, 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세포’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손상된 세포를 원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다.” 잘 차려진 지식의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드는 일은 독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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