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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꼴 난 지위로 들이대는 남자들

빗나간 욕망

꼴 난 지위로 들이대는 남자들

꼴 난 지위로 들이대는 남자들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 티치아노, 1570년, 캔버스에 유채, 182×140, 케임브리지 피츠윌리엄 박물관 소장.

요즘 이슈 가운데 하나가 검사의 피의자 성추문 사건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뇌물수수로 보는 반면, 피의자 측 변호사는 성추행이라고 주장한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대부분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한다.

자기 지위를 이용해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베첼리오 티치아노(1488?~1576)의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다. 이 작품은 고대 로마사 한 장면을 묘사했는데, BC 509년 타르퀴니우스는 아버지 수페르부스가 장인 세르비우스를 살해하고 권력을 잡자 아버지 권력을 이용해 로마 여인을 농락했다.

어느 날 타르퀴니우스는 사촌 콜라티누스의 아내 루크레티아에게 반해 섹스를 요구한다. 정숙한 루크레티아가 단호히 거절하자 그는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그래도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힘으로 겁탈한다.

다음 날 아침 루크레티아는 가족을 모아놓고 타르퀴니우스에게 당한 일을 털어놓는다. 가족에게 복수를 당부한 그녀는 불명예를 안고 살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자살한다. 이에 콜라티누스와 그의 가족이 시민봉기를 일으켰다. 결국 수페르부스와 타르퀴니우스 부자는 추방당하고 공화정이 선포된다.

침실에서 타르퀴니우스가 벌거벗은 루크레티아의 손을 잡은 채 칼로 위협하고, 루크레티아는 한 손으로 타르퀴니우스의 가슴을 밀치며 저항하고 있다. 루크레티아가 타르퀴니우스에게 붙잡힌 손을 쫙 편 모습은 도움을 요청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배경의 닫힌 커튼이 그녀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임을 암시한다.



꼴 난 지위로 들이대는 남자들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틴토레토, 1555년경, 캔버스에 유채, 54×117,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소장.

흰색 침대 시트는 루크레티아의 순결을 상징하며 어두운 색 커튼은 타르퀴니우스의 욕망을 표현한다. 타르퀴니우스가 옷을 입은 것은 권력을 나타내며, 반대로 루크레티아가 옷을 벗은 모습은 무방비 상태임을 나타낸다. 두 남녀의 다리가 나란히 평행을 이룬 모습은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없는 관계임을 뜻한다. 그림 왼쪽 커튼을 살짝 들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남자는 타르퀴니우스가 이 사건으로 몰락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루크레티아가 타르퀴니우스를 바라보는 것은 남자가 자신을 겁탈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타르퀴니우스가 그녀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 모습에서 그는 욕망을 채우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지만 스스로 지위를 높이지 못한 여자는 남편 지위를 이용한다. 여자 지위는 남편 지위와 동급이기 때문이다.

남편 지위를 이용해 성관계를 요구하는 여자를 그린 작품이 자코포 틴토레토(1518~1594)의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 창세기 속 한 장면을 묘사했다.

창세기에 따르면, 형들에 의해 노예가 된 요셉은 이집트 파라오의 대신 보디발에게 팔려간다. 요셉을 보고 첫눈에 반한 보디발의 아내는 요셉과 단둘이 있게 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요셉을 자기 침실로 끌어들인다. 그녀는 침대에서 요셉 옷을 강하게 붙잡았다. 요셉은 주인과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옷을 벗어둔 채 그녀의 침실을 뛰쳐나온다.

보디발의 아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요셉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그녀는 요셉이 자신을 유혹했다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 증거로 요셉의 옷을 보여준다. 보디발은 아내 말에 격분해 요셉을 고발한다. 결국 요셉은 왕의 감옥에 갇힌다.

꼴 난 지위로 들이대는 남자들

‘빗장’, 프라고나르, 1776∼1778년, 캔버스에 유채, 73×93,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붉은색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에 누운 여인이 남자 옷을 잡고 있고, 몸이 심하게 기울어진 남자는 그녀의 요구를 거절한다. 이 남자가 요셉이다. 화려한 침대 시트 위에 벌거벗고 누운 여자의 자세는 전통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배경의 붉은색 커튼은 흰색 도자기 같은 여자 피부와 대비를 이루면서 관능적이고 매력적인 여자 몸을 부각한다. 옷을 잡은 여인의 모습이 마치 연극 속 한 장면처럼 극적 효과를 지닌다. 이 작품은 천장을 장식하려고 제작한 작품이라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시점으로 그려졌다.

지위가 있는 남자는 지위를 이용하지만 가진 것이라곤 몸밖에 없는 남자는 힘으로 밀어붙인다. 여자를 힘으로 제압해 강간하려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의 ‘빗장’이다. 여자 손이 문을 향하고 남자는 여인 허리를 감싸면서 오른손을 뻗어 빗장을 걸고 있다.

여자 허리가 비틀린 것은 남자의 완력 때문이며 남자가 빗장을 걸어 잠그는 모습은 여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빗장은 남녀의 성적 결합을 암시하기도 한다. 여자 손이 남자 얼굴에 있는 것은 남자의 강제적 행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며, 붉은색 커튼은 남자의 욕망을 상징한다.

세상은 갑과 을 관계로 엮였지만 갑이 언제나 갑인 것은 아니다.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니까.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12.03 865호 (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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