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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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피의자 겁주고 성폭행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검사 성추문 사건 정철승 변호사 “꽃뱀 몰고 가는 검찰 정신 못 차려”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2-12-03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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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가 피의자 겁주고 성폭행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검사실 안에서 성행위가 벌어졌다. 그것도 검사와 여성 피의자 사이에서. 검찰 관계자는 “단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승용차 안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모텔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사고를 친 전모(30) 검사의 상관인 석동현 서울동부지검장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검찰은 전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죄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여성 피의자 A(43)씨는 검사 위력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성관계를 뇌물로 본 셈이다. 말하자면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직무와 관련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뇌물이라면 당연히 대가성이 따르는 법. 검찰에 따르면 절도죄를 저지른 A씨가 검사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선처’를 호소했기 때문에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법원은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판사는 “뇌물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 윤리적 비난과 별개로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대상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뇌물죄 판례가 다수 있다”고 반발하며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법원은 다시 기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10개 여성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적인 성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사가 수사 중인 피의자에게 성행위를 요구한 것은 성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전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여성이 먼저 유혹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 여성 사진과 인적사항 유출



    11월 28일 밤 A씨 변호를 맡은 정철승 변호사(법무법인 더펌 대표·사진)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사건의 퍼즐조각을 맞춰봤다. 이날 오전 정 변호사는 “A씨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을 색출해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 나도는 여성 피의자 사진은 두 종류다. 하나는 맞는데, 다른 하나는 엉뚱한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가짜 여성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한다.

    “전혀 40대로 안 보인다. 늘씬한 아가씨다. 그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이거 진짜 꽃뱀 맞구나’ 하고 얘기한다.”

    ▼ 사진이 빠져나올 데는 수사기관밖에 없지 않나.

    “관공서 쪽에서 유출된 건 확실하다. 무슨 의도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진뿐 아니라 피해 여성의 인적사항과 주소도 유출됐다. 전과가 있다는 둥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둥 허위정보도 떠돈다.”

    ▼ 이 사건의 본질이 뭐라 생각하나.

    “검사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사건이다.”

    ▼ 성폭행?

    “여자가 검사를 유혹해 관계를 맺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검사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검찰에선 성폭행으로 안 본다.

    “검사들이 발정 난 짐승들인가. 아무 여자나 와서 유혹하면 다 넘어가고 선처해주나. 설령 꽃뱀이라 해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떤 대단한 꽃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사실에 와 조사받다가 검사를 유혹해 성관계를 맺나.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그리고 이 여성은 전과가 전혀 없는 아이 셋 있는 가정주부다. 외모도 평범하다. 그런 여성이 토요일 오후에 조사받는 걸 노려 검사를 유혹했단 말인가.”

    정 변호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가 전해주는 전 검사의 해명이다.

    “여자가 의자에 앉아 조사를 받다 울음을 터뜨렸다. 보기 안쓰러워서 커피를 타서 권했다. 위로한다고 토닥였는데 여자가 갑자기 혁대를 푸르고 지퍼를 내려 거기를 빨려고 했다. ‘이거, 왜 이래!’ 하면서 제지했는데 또 그랬다. 한 번 더 제지했다. 그런데도 또 그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당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검사는 키 180cm에 건장한 체구다. 여성은 155cm 정도로 작고 말랐다.

    “그 상태에서 억지로 오럴섹스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툭 밀어버리면 끝일 텐데.”

    ▼ 검사가 그렇게 진술했다는 건가.

    “그렇게 변명했다. 11월 20일 내가 지도검사에게 연락했더니 한 시간 후 전 검사한테서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이 자리에서 마주 앉았다. 모텔에서는 성관계를 했지만 검사실에서는 유사 성행위를 했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두 번 다 여성이 유혹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왜? 여자가 유혹했든 안 했든 검사가 그 사실을 인정한 것 자체로 끝난 일이니까.”

    이 사건의 출발점은 7월에 있었던 A씨 절도사건이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A씨 집안의 경제 수준은 상중하로 치면 중간이다.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7월 유치원 다니는 딸에게 몹시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 일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무렵 A씨 부모가 병원에 입원했다.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A씨에게 도벽이 생겼다고 한다.

    7월 19일~8월 16일 약 한 달간 동네 이마트에서 16차례에 걸쳐 김밥, 요구르트, 운동화, 옷가지 따위를 훔쳤다. 가장 비싼 게 7만 원짜리 패션시계였다. 8월 16일 보안요원이 잡아 경찰로 넘겼다.

    녹음 안 했으면 오리발 내밀었을 것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경찰의 이상한 사건처리 때문이었다. K경찰서 형사과 직원은 절도 16건 가운데 3건만 검찰로 이첩했다. 26만 원어치였다. A씨는 벌금 50만 원을 물었다. 그러자 이마트 측에서 A씨를 다시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수사해 처벌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번엔 강력반에서 맡았다. 이때부터 A씨 혐의가 단순절도에서 상습절도로 바뀌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적용을 받아 3년 이상 징역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왜 특가법상 절도인가.

    “절도 전과가 한 번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이 같은 범죄를 쪼개 처리해놓고 재수사하면서 상습절도범으로 만든 거다. 담당 형사가 밤늦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다. 여성은 10월 21일 밤 8시에 불려가 혼이 빠질 정도로 세게 조사를 받았다. 여성 주장은 이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훔친 물품 액수는 100여만 원밖에 안 되는데, 이마트에서는 피해액이 450만 원이라 주장하고, 경찰은 무조건 이마트에서 요구하는 대로 합의하라고 재촉했다는 것이다. 이후 여성이 나를 찾아와 변호사 선임을 부탁했으나 거절했다. 변호사 수임료가 피해금액보다 더 크기 때문이었다. ‘검찰에 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경찰이 모욕을 주고 협박한다기에 ‘앞으로 뭐든지 녹음하라’고 조언해줬다. 이후 여성은 사건과 관련된 사람과 통화하거나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했다. 경찰 조사 과정도 녹음하고, 이마트 직원과의 통화 내용도 녹음했다. 그래서 검사와 대화한 것도 녹음할 수 있었던 거다. 검사가 11월 6일 밤 10시에 전화해 ‘이거, (징역) 3년짜리다’라고 겁을 준 것도 다 녹음해뒀다.”

    ▼ 철저히 준비한 것 같다.

    “녹음 때문에 검사가 성관계를 인정한 거다. 그게 없었다면 이 사건은 묻혔다.”

    ▼ 첫날 검사한테 전화가 온 사실을 A씨가 정 변호사에게 얘기했나.

    “내게 알려줬다. ‘검사가 좀 이상하다’고 하는데, 나는 대수롭잖게 생각했다. 여성 얘기가, 검사가 다음 날 바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어 그다음 날인 8일(목요일)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더니 검사가 ‘그러면 토요일인 10일 오후 2시에 들어오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토요일에 들어가니 검사가 ‘합의’ 얘기만 했다고 한다. 여성이 피해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는데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합의 안 되면 징역 3년 산다는 말만….”

    ▼ 그런 얘기도 녹음돼 있나.

    “검사와 대화한 것은 대부분 녹음돼 있다. 잘 들리는 것도 있고 안 들리는 것도 있다. 녹음을 들어보면 여성이 검사한테 ‘제발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검사는 이마트 측에서 제출한 영상자료를 일일이 확인해 그 여성이 (물건을) 훔쳤는지를 확인하면 될 텐데 무조건 합의만 종용한다. 검사가 경찰수사를 지휘하는 목적이 뭔가. 인권 침해 방지와 법 적용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것 아닌가. 전과도 없는 주부가 동네 마트에서 좀도둑질한 것을 경찰이 특가법상 절도로 넘겼으면 피해자를 부르기 전에 먼저 담당 경찰관을 불러 조져야 하지 않나. 당신 무슨 생각으로 이랬냐고. 그런데 검사가 법을 모르니….”

    ▼ 수습검사라서 그랬을까.

    “단순절도와 특가법상 절도의 차이는 상습성에 있다. 검사는 경찰 조사내용만 보고 빨리 처리하려 한 거다. (녹음을 들어보면) 여성이 검사에게 절박하게 매달리면서 ‘나는 100만 원어치밖에 훔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그러자 검사가 말한다. ‘절도죄는 물건에 손만 대도 성립한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법률지식은 물론 형법조차도 모르는 거다.”

    ▼ 이마트 측에서 훔친 물품 목록을 제시했을 것 아닌가.

    “목록이 있는데, 여자는 그걸 다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어느 순간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자 검사가 커피를 타 권하면서 껴안았다고 한다. “격앙되셨군요. 제가 달래드릴게요” 하는 말과 함께.

    “검사가 허벅지를 만지자 여자가 속으로 ‘어, 이게 뭐지’ 한 거다. 그런데 상대는 검사다. 그걸 뿌리치면 안 된다. 기분 나쁘게 하면 안 되니. 그래서 어색하게 일어나 옆방으로 갔다고 한다. 직원 사무실에서 검사방으로. 그러자 검사가 따라 들어와 문 잠그고 유사 성행위를 강요했고, 그것이 성관계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 검사는 검사실 성관계를 부인하지 않나.

    “계속 부인하다 영장실질심사 때 인정했다고 들었다.”

    ▼ 검사라는 지위 때문에 여성이 저항을 안 했다는 건가.

    “어떻게 저항하나. 검찰청이고, 검사다. 거기서 도망치면 검사가 바뀌나. 어차피 부르면 또 와야 하는데. 전 검사는 성폭행을 하고 나서도 (이마트 측과)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다. 봐주는 것 없이. 그거 하나는 분명한 친구였다. 오히려 성폭행을 통해 여성 의사를 지배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주 독특한 퍼스낼리티다.”

    여러 번 당하면 인격 허물어져

    다음은 정 변호사가 들려준 이후 상황이다. 이틀 뒤인 월요일 오후 A씨가 합의조건을 물어보려 검사실로 전화를 걸었다. 검사가 휴대전화 번호를 찍어줬지만 사무실 전화로 연락했다. 검사가 “검사실로 들어오라”고 하자 여성은 “아이들 식사를 챙겨야 하니 좀 늦게 가겠다.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검사가 동의했다. 저녁 7시 넘어 검사실로 전화했는데 안 받았다. 휴대전화로 거니 받았다. 전 검사가 “검사실로 오지 말고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데 전 검사가 차를 몰고 와 타라고 해서 엉겁결에 탔다.

    ▼ 통화기록이 남았겠다.

    “다 있다. 검사실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으니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성이 먼저 전화를 걸어 검사를 불러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먼저 한 건 맞다. 하지만 만약 여성이 검사를 유혹하려 했다면 왜 처음에 사무실 전화로 했겠나. 검사 휴대전화로 하지. 그 여성은 그날 사건서류를 잔뜩 들고 검사 만나러 간 거다. 남자 만나러 간 게 아니라.”

    전 검사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여성이 차에 타자마자 오럴섹스를 시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차라리 모텔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검사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팔로 자신의 어깻죽지를 내리누르면서 오럴섹스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번화가라 아무리 고개를 숙여도 버스 같은 데선 볼 수 있잖은가. 깜짝 놀란 여자가 ‘밖에서 보이는데 이러면 어떡하느냐’고 하자 검사가 ‘깊숙이 숙이면 안 보인다’면서 계속 어깻죽지를 내리누르며 운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어깻죽지가 지금도 아프다고 한다. 그 상태로 왕십리 모텔로 간 거다.”

    11월 12일 오후 8시경 두 사람은 왕십리 모텔에 도착했다. 검사가 1층에서 계산하고 2층에 올라가 성관계를 맺었다. 다음 날 A씨는 정 변호사를 찾아왔다. 정 변호사는 더펌 소속 여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성관계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A씨가 성폭력상담센터를 찾은 것은 11월 19일.

    “18일이 일요일인데, 여성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번호가 여러 번 찍혔다고 한다. 번호를 보니 전 검사실이었다. 이걸 보고 여성이 완전히 ‘멘붕’ 상태가 된 거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 변호사에게 먼저 얘기하지 않고 상담센터를 찾았다는 얘기인가.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라는 곳인데, 거기에 여경이 상주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이 곧바로 경찰 쪽에 알려진 거다. 그날은 사건 접수하고 다음 날 20일 심리상담한 뒤 산부인과 검사와 성병 검사를 했다. 그런데 여경이 고소를 강권했다고 한다. 당황한 여성이 나한테 전화해 검사한테 당한 일을 알렸다.”

    정 변호사는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나는 피해 여성의 변호인이다. 그 여성을 보호하는 게 내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걸 터뜨리는 순간 여성 가정은 풍비박산된다. 일단 집으로 보내고 나서 전 검사의 지도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청했다. 한 시간 후 전 검사가 전화를 걸어와 앞서 말한 대로 여기서 만났다. 전 검사는 잘못을 인정하며 ‘잘 정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 20일 밤 양측은 합의를 시도했다. A씨가 민형사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대신 검사는 합의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A씨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 변호사는 5000만 원을 제시했다.

    “형사사건이 되면 이건 가정파괴범죄다. 그러면 피해 여성뿐 아니라 남편, 자녀들에게까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그것을 기본으로 이런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수준을 감안해 요구한 것이다.”

    전 검사가 이의를 제기해 합의금이 줄어들었다. 다음 날인 11월 21일 전 검사가 합의서와 합의금을 들고 정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로써 이 사건은 조용히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날 일이 터졌다. 정 변호사 표현대로라면 “어디선가 새버려” 22일부터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검사가 피의자 겁주고 성폭행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11월 24일 여성 피의자와의 부적절한 성관계 의혹에 대해 감찰조사를 받던 전모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된 후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왼쪽·승용차 안). 11월 25일 법무법인 더펌 사무실에서 정철승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애 셋 데리고 옮겨 다니는 여성

    11월 22일 정 변호사는 온종일 기자들에게 시달렸다. 23일 오전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는 사이 A씨는 ‘꽃뱀’이 돼가고 있었다. 일부 언론이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그렇게 몰고 갔다. 23일 오후 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면서 A씨를 변호하고 나섰다.

    ▼ 검찰에선 성관계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본다.

    “여성이 시종 주장한 것은 자신이 잘못한 데 대해선 처벌받겠지만 훔치지 않은 것에까지 죄를 묻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성관계를 할 때도 ‘제발 제대로 조사해달라’ ‘잘 처리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그걸 대가성이라고 말하는 거다.”

    ▼ 여성이 검사에게 “자기야”라고 불렀다는 건 뭔가.

    “검사가 그렇게 불러 자기도 맞춰주려고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번 성폭행을 당하면 인격이 허물어진다. 가해자에게 순응하고 비위를 맞추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피해 여성이 이런 얘기도 했다.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검사가 욕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샤워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콘돔을 자꾸 돌아보더라는 것이다. 여자가 그걸 어떻게 할까 봐.”

    ▼ 증거물로?

    “그렇다. 그걸 보고 더 겁이 났다고 한다. 저 검사가 나를 경계하고 의심하는구나 싶어서. 그 상황에서 여자는 검사 장난감인 셈이다. 검사 기분을 맞춰줄 수밖에 없는 거다. 검찰이 녹취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두고 ‘강제성이 없고 화기애애하다’고 얘기하는데 어이가 없을 뿐이다. 토요일(11월 24일) 저녁 대검 감찰본부 여자 검사가 전화를 걸어와 피해 여성을 만나게 해달라고 졸랐다. 전 검사가 딱 잡아뗀다며. 그래서 내가 여성을 설득해 그 여검사와 만나게 해줬다. 3시간 동안 조사했는데 나도 그때 처음으로 아주 구체적인 내용을 들었다. 변호사인 나한테도 부끄러워 털어놓지 못했던 내용이 많았다. 내가 그 사실을 먼저 알았다면 절대 합의를 주선하지 않았을 거다. 그 여검사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미안하다.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얘기했다. 거기에 감동한 여성이 녹음 자료를 몽땅 넘겨버렸다. 그게 실수였다. 검찰이 녹음내용 중 여성에게 불리한 부분을 언론에 흘리며 ‘성관계에 강박성이 없고 대가성이 있었다’는 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정 변호사는 “우리가 너무 순진했다”며 “이건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그 감찰본부 검사를 만나게 해서는 안 됐다. 만났더라도 녹음 자료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나도 그 상황에서 눈물 흘리며 감동하는 바람에 넘어간 것이다.”

    ▼ 그 여검사는 당시 진심으로 그러지 않았을까.

    “검찰이 이렇게 하는 게 그 여검사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검찰 조직의 논리지.”

    정 변호사는 인터뷰 막바지에 눈시울을 붉히며 격정적으로 말했다.

    “국가기관이 여성을 성폭행하고 인적사항을 유출했다. 피해 여성은 주소가 노출돼 애 셋을 데리고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이 여성을 도대체 누가 도와줄 수 있나. 정말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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