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5

2012.12.03

바보야, 문제는 투표율이야

20~30대 유권자 줄고 50대 이상 늘고…40대 표심이 결정적 변수 될 듯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이사 address@email.com

    입력2012-12-03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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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문제는 투표율이야

    11월 29일 동인천역 광장에서 제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유세를 지켜보는 시민들.

    우리나라에서 투표율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정치학 교과서에선 투표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자 의무라고 강조하지만, 현실에선 투표율이 후보자의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투표율은 말 그대로 총유권자 수 대비 실제로 투표한 유권자 비율이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한 만 19세 이상 국민은 대통령선거(대선) 투표권이 있다. 모든 국민은 이 마땅한 권리를 행사해야 하지만, 막상 투표일이 되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투표를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인구비례할당(모든 유권자가 모집단)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한 사람의 투표 결과로 결정되는 당선자의 득표율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투표율이야
    세대 간 지지 성향과 투표 적극성

    그럼 역대 대선에서 투표율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1997년 제15대 대선 투표율은 약 80%였으나 이후 갈수록 10%포인트 정도씩 떨어진다.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제15대 대선에서는 진보 성향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했고,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제17대 대선에서는 보수 진영의 이명박 후보가 큰 차이로 당선했다.

    과거 대선 투표율과 당선자의 함수관계에서 중요한 두 가지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후보 또는 반(反)보수 진영 후보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투표율이 높았던 1997년 대선에서 반이회창 득표율을 계산하면 59.5%(김대중 후보+이인제 후보)에 이른다. 투표율이 낮았던 2007년 대선에서는 보수 성향이 63.8%(이명박 후보+이회창 후보)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둘째, 진보 성향의 후보는 투표율이 높은 환경에서 박빙으로 당선한다. 1997년 대선에서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 차이는 39만여 표에 불과했다. 투표율이 조금만 낮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진보와 보수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된 2002년 대선에서도 70.8%라는 비교적 높은 투표율에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 차이는 고작 57만여 표였다.

    이처럼 투표율이 후보 당선까지 좌우하는 근본적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세대 간 지지 성향과 투표 적극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20대와 30대, 40대 초반까지는 진보 성향이 강한 유권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더 바라는 40대 후반과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보수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뚜렷한 세대 간 차이에, 이들이 보여주는 투표 적극성도 다르다. 20대와 30대 경우, 정치 무관심과 현실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표권 행사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바보야, 문제는 투표율이야
    투표율 70% 넘을 수 있나

    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을 비교해보면, 전체 투표율은 약 7%포인트 차이가 나지만, 2030세대 투표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결국 세대 투표 성향과 투표율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투표율이 높을수록 20대와 30대 투표가 증가하고, 이는 보수 성향 후보보다 진보 성향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얼마나 되고, 또 누구에게 유리할까. 먼저 달라진 유권자 수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0년 전인 2002년 대선과 비교할 때 각 연령대별 유권자 수가 달라졌다. 어느 연령대 유권자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제16대 대선과 비교할 때 제18대 대선에서는 20대와 30대 유권자 수가 130만 명 정도 줄어들었다. 지금 40대 이상이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반면, 20대와 30대는 ‘한 자녀 갖기 운동’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졌던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50대 이상 유권자는 10년 전에 비해 550만 명 이상 늘어났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수가 많고 투표율까지 높은 유권자층에게 지지를 받는 보수 성향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세대차 때문에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40대 표심과 투표율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 수를 감안할 때 이번 대선에서 가장 결정적 변수는 투표율이 될 것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사퇴한 직후인 11월 24일 실시한 ‘동아일보’ 조사 결과(전국 1000명 유무선 RDD 면접원에 의한 전화조사,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 2002년과 2007년 연령대별 투표율을 적용해 이번 대선의 투표 결과를 예측해봤다.

    분석 결과, 연령대별 투표율을 감안할 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경우 단일화 이후 지속적으로 여론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보다 더 높아야 하고 적어도 투표율이 70%를 넘어야 승산이 있다. 지금 판세에서 2007년 정도의 투표율이 나온다면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는 힘겨워 보인다.

    물론 이 분석은 시점상 박근혜 후보가 앞섰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안철수 후보의 사퇴 이후 야권 성향 표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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